내연남과 함께 남편 살해…'다른 내연녀'가 발설, 완전범죄 물거품
남편 명의 보험금 6억 노려 교통사고 위장 살해[사건속 오늘]
공소시효 만료 25일 남기고 알리바이 허점 추궁 끝 극적 검거
- 박태훈 선임기자
(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정확하게 10년 전인 2014년 6월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용현)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 씨(당시 59세)와 내연남 B 씨(64)에 대해 "피고인들이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전 남편 C 씨(사망 당시 47세)의 보험금을 노리고 살해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나란히 무기징역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 씨는 전남편의 사망원인을 알고 싶어하기보다는 교통사고로 처리되기를 원하는 태도를 보였고 수사가 계속되자 수사의 종결을 촉구하는 탄원서까지 제출하는 등 유가족에게 진정한 사과를 하지 않았다"며 "이들을 사회에서 격리해 참회할 시간을 갖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무기징역형을 내린 이유를 설명했다.
◇ 살인 공소시효 만료 25일 남기고 극적 검거.
군산 살인사건으로 불리는 이 사건은 1998년 12월 20일 전북 군산에서 일어나 '군산 교통사고 위장 남편 살인 사건'으로 불린다.
사건 초기 경찰은 남편 C 씨 명의로 5억 7000만원이라는 거액의 보험금을 들어놓은 점, C 씨 사인이 교통사고가 아닌 둔기에 의한 후두부 손상인 점을 들어 A 씨와 B 씨의 계획범죄를 의심했으나 이들이 완벽한 알리바이를 대는 바람에 미제사건으로 남겨 놓았다.
하지만 공소시효(사건 발생 당시인 1998년 살인죄의 경우 공소시효는 15년· 이 사건 공소시효 만료는 2013년 12월 19일) 만료를 앞두고 미제사건 재수사에 나선 경찰이 끈질긴 노력 끝에 공소시효를 25일 앞둔 2013년 11월 24일 A 씨를 검거,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다.
◇ 공소시효 만료 4개월여 앞두고 보험사 직원 '의심스럽다' 경찰에 제보
서울경찰청 미제사건 전담팀이 C 씨 사망사건 재수사에 나선 건 2013년 8월 말 금융감독원에 파견된 보험사 직원이 "A 씨 가족이 5억 원이 넘는 거액의 보험금을 타간 점이 의심스럽다"고 제보함에 따른 것이다.
경찰은 휴일 교통사고 때 보험금이 3배라는 특약에 가입한 점, C 씨 사망 날짜가 일요일 점, A 씨와 딸 등이 이미 1억 원에 가까운 보험금을 타간 점, 통원 치료가 가능한데도 입원 치료에 보험금을 부풀린 점, A 씨 가족들이 계속 보험사를 상대로 보험금 지급 독촉을 하고 있는 점 등을 볼 때 냄새가 난다고 판단, 다시 파고들기 시작했다.
◇ 1998년 12월 20일 밤 마을 축사 들이받은 프린스, 운전석엔 40대 남자 숨진 채
1998년 12월 20일 일요일 밤 11시 30분 무렵, 전북의 한 시골 마을에선 작은 소동이 일어났다.
검은색 대우 프린스 승용차가 돼지 축사를 들이받은 것. 굉음이 놀라 현장에 간 마을 주민은 C 씨가 운전석에서 꼼작도 하지 않은 모습에 119를 불렀다.
현장에 온 119는 C 씨가 이미 숨져 있는 것을 확인, 경찰에 사건을 넘겼다.
◇ 속도 내기 힘든 구불구불 마을 길, 좌측 범퍼 경미한 손상으로 사망?
경찰은 △ 마을 길이 구불구불해 속도를 내기 힘든 점 △ 프린스도 좌측 범퍼가 살짝 손상된 정도에 그친 점 △ C 씨가 핸들 또는 앞 유리에 부딪히지 않은 점 △ 사망까지 이를 정도라면 다리도 큰 부상을 입었어야 했는데 아닌 점 △ A 씨 뒤통수에 가격 흔적이 있는 점 △ 차량 뒷좌석에 벗어 둔 C 씨 점퍼에서 피가 발견된 점 △ C 씨가 큰 부상을 당한 상태에서 점퍼를 벗어 뒷좌석에 두기 어려운 점을 들어 단순 교통사고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에 국과수에 부검을 의뢰한 결과 '후두부에 둔기에 의한 타박상이 사인'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 거액 보험금 든 아내, 남편 차량 압류 여러 번 해결, 이혼 후에도 한 집 생활…곳곳에 의심 정황
강력 사건으로 전환한 경찰은 수사 결과 A 씨에게서 수상한 점이 한 두군데가 아님을 찾아냈다.
A 씨가 B 씨와 내연 관계, C 씨와 이혼하고도 한 집 생활 지속, A 씨가 C 씨 명의로 거액의 자동차 보험(3개 회사 가입, 총 5억 7000만 원)을 든 점이 이상하게 여겼다.
또 A 씨가 이혼한 뒤에도 여러 차례 C 씨의 차량 미납 세금을 대신 내주고 압류를 해결해 준 점, 보험금도 대신 내 준 사실을 찾아낸 경찰은 "A 씨가 고의 교통사고를 내기 위해 C 씨 프린스 승용차를 계속 운행토록 할 필요가 있었던 것 아닌가"라고 판단, A 씨와 B 씨를 상대로 조사에 들어갔다.
여기에 A 씨가 1억 3000만 원의 빚을 지고 있었고 B 씨도 해당 빚에 연대보증인으로 이름을 올렸다는 점도 경찰 후각을 자극했다.
◇ 너무나 완벽한 알리바이…남편 사망 시점 아내는 자녀들과, 내연남은 또 다른 내연녀와
하지만 경찰은 A 씨와 B 씨가 내민 알리바이에 더 이상 수사를 진행하지 못하고 손을 들고 말았다.
A 씨는 "1998년 12월 20일 밤, 아이들과 함께 집에 있었다"고 했고 B 씨는 "군산 시내에서 친구, 술집 여사장과 함께 술을 마시고 있다"며 알리바이를 댔다.
A 씨 자녀들은 "엄마와 함께 집에 있던 중 아빠의 사망 소식을 들었다"고 주장했고 B 씨의 지인과 술집 주인 D 씨도 "그날 밤 함께 술을 마셨다"며 B 씨 말에 힘을 보탰다.
◇ 철벽 알리바이부터 깨야…내연남의 또 다른 내연녀가 약한 고리
사건을 14년 8개월 만에 다시 꺼내든 서울경찰청 미제수사팀은 알리바이를 깨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없다고 판단, A 씨와 B 씨 알리바이에서 빈틈이 없는지 살폈다.
A 씨 자녀의 경우 엄마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리 없다고 본 경찰은 B 씨 알리바이를 증명했던 술집 여사장 D 씨가 B 씨와 내연관계였음을 알아내 이 부분을 파고들기로 했다.
완강히 '맞다'는 주장을 되풀이하던 D 씨는 경찰의 끈질긴 추궁과 협조 요청에 "1998년 12월 20일 밤 B 씨, B 씨 지인과 함께 술을 마시다가 밤 9시 30분쯤 헤어졌다. 이후 자정 무렵 B 씨가 '감자탕집에서 만나자'해 갔더니 '내가 일을 저질렀으니 늦게까지 주점에서 함께 술을 마셨다'고 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그렇게 했다"고 털어놓았다.
당시 B 씨, D 씨와 술자리를 했던 B 씨 지인은 이미 사망, 추가 증언 확보는 못했다.
◇ 통신 수사로 '그날 밤 엄마와 함께 있었다'는 딸이 엄마 삐삐 호출 사실…알리바이 무너져
이후 경찰은 A 씨 알리바이를 무너뜨리기 위해 사건 당일 A 씨와 자녀들에 대한 통신내역을 살폈다.
그 결과 B 씨가 12월 21일 새벽 1시 48분 딸이 집 전화로 엄마에게 삐삐를 8초간 호출한 사실을 찾아냈다.
이어 A 씨가 그날 새벽 2시 15분 공중전화로 자신의 집에 전화를 건 내역도 확보했다.
경찰이 "집에 있었다는 엄마를 왜 호출했냐"고 묻자 딸은 "엄마의 호출기가 고장 난 것 같아서 시험 삼아 걸었다"며 빠져나가려 했다.
이때 등장한 통신내역으로 인해 A 씨 알리바이는 완전히 무너졌다.
A 씨가 12월 20일 밤 자신의 사무실 전화로 B 씨와 통화, 또 자녀들과 통화한 기록이 나온 것.
◇ 내연남, 제3의 내연녀 협조로 검거…제주서 다른 남자와 딴 살림 중인 아내 검거
경찰은 2013년 11월 초 B 씨를 체포하려 했지만 눈치를 채고 도주하자 B 씨의 또 다른 내연녀 E 씨에게 도움을 청했다.
E 씨는 B 씨가 빌린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 오자 '만나자'고 B 씨를 유인했다. 이에 B 씨는 "내가 차를 몰고 갈 테니까 집 앞에 나와 있어라"고 한 뒤 봉고차를 몰고 E 씨를 태우자 경찰은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B 씨를 체포, 추궁한 결과 "보험금 1억 원 중 상당액을 주기로 했는데 A 씨가 배신했다"며 사건 일체를 자백했다.
경찰은 A 씨가 새로운 내연남과 제주도에 있는 것을 확인, 11월 24일 오후 5시 내연남과 식사 중인 A 씨를 검거했다. 그때가 C 씨 살인 공소시효 만료를 딱 25일 남긴 시점이었다.
◇ 보험금으로 빚 갚고 나눠 갖자…남편 유인해 불륜 고백, 화가나 만취하게 만든 뒤 범행
범행을 먼저 제의한 건 A 씨.
남편을 교통사고로 위장해 살해한 뒤 보험금을 받아 1억 3000만원의 빚도 해결하고 나머지를 나눠 갖자고 했다.
이들은 △ 남편을 만취하게 만든다 △ B 씨가 C 씨(남편)를 죽인 뒤 C 씨를 차량 운전석에 앉힌다 △ 사전 답사한 군산 시골 돼지 축사에 들이받아 교통사고로 위장한다는 계획을 짰다.
A 씨는 1998년 12월 20일 저녁 C 씨를 불러내 "이혼하기 5년 전부터 관계를 맺어 온 남자가 있다"고 실토, 화가 난 C 씨가 술을 들이켜도록 했다.
C 씨가 완전히 취하자 A 씨는 B 씨가 빌린 그랜저 조수석에 남편을 태운 뒤 군산 은파유원지 인근 공원으로 데려갔다. 그랜저가 오자 뒷좌석에 탄 B 씨는 둔기로 C 씨 후두부를 강타해 숨지게 했다.
B 씨가 프린스를 몰고 사건 현장으로 갔고 A 씨는 그랜저로 뒤를 쫓았다. B 씨는 축사 앞쪽 언덕길에서 C 씨를 운전석에 앉히고 기어를 수동으로 놓고 뒤에서 밀어 버렸다.
B 씨는 즉시 그랜저를 몰고 감자탕집으로 가서 또 다른 내연녀 D 씨에게 알리바이를 부탁했다.
◇ 보험금 때문에 사람 죽인 남녀…무기징역형
C 씨 부모와 형제들은 '범인을 찾아 달라' 'A 씨가 의심된다'며 청와대에 국민 청원을 넣었다.
반면 A 씨와 자녀들은 '빨리 수사를 종결시켜 달라'며 탄원서를 넣었다. 경찰 수사로 보험금 지급이 지연되고 있다는 이유에서.
이러한 A 씨와 자녀들의 행동은 자승자박이 돼 A 씨와 내연남 B 씨 모두 무기징역형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buckba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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