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1억 수입' 국숫집 여사장 실종…혈흔 발견되자, 용의자 "관계하다 코피"

밤 10시 퇴근…단골 손님과 수차례 통화, 만남 추정[사건속 오늘]
혈흔만 나오고 시신은 발견 안돼 '범인' 특정에도 15년째 '미궁'

2009년 5월 18일 실종된 김해 국숫집 사장 A 씨. (SBS '그것이 알고 싶다' 갈무리)

(서울=뉴스1) 신초롱 기자 = 15년 전 오늘, 경남 김해시의 유명 국숫집 사장 김 모(당시 53세) 씨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김 씨가 운영하는 식당은 3000원짜리 국수를 팔아 월 1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는 맛집이었다. 퇴근길에 한 통의 전화를 받고 국수와 과일을 따로 챙겨 차에 올랐던 그가 향한 곳은 어디였을까.

◇퇴근 후 사라진 국숫집 사장…얼마 뒤 나타난 수상한 남성

김 씨를 가장 마지막으로 본 인물은 국숫집 전 직원이었다. 2009년 5월 18일 오후 9시 30분쯤 국숫집을 방문한 전 직원은 김 씨가 누군가와 통화를 한 뒤 국수와 과일을 포장하려기에 도왔고, 오후 10시쯤 헤어졌다고 한다. 당시 김 씨는 평소처럼 가게 앞에 세워진 자신의 자동차를 타고 퇴근했다.

김 씨의 차량이 세워진 주차장을 비추는 CCTV에는 오후 10시 18분쯤 포장한 음식과 배낭을 싣고 차를 운전해 국숫집을 떠나는 김 씨의 모습이 찍혀 있었다.

얼마 뒤 주차장 CCTV에는 모자와 장갑을 착용한 수상한 남성이 포착됐다. 남성은 김 씨 전용 주차 자리에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화면 밖으로 사라졌다. 몇 초 뒤 차량 조명을 끈 채로 김 씨의 차를 주차한 남성은 국숫집 문을 열어두고 어디론가 떠났다.

◇김 씨 車, 23분 뒤 트레일러 기사 A 씨 주차장 인근 목격

흐릿한 화질 탓에 CCTV 속 남성을 누구라고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김 씨 아들은 CCTV 속 남성을 단번에 알아봤다. 김 씨 실종 다음 날 수사에 도움이 될 만한 단서를 전해준 인물이자 단골 손님이라 확신했다. 남성은 오후 2~3시쯤 식당을 찾아와 김 씨 아들에게 어머니를 잘 아는 사람이라 말하며 "강동에 돈 받으러 간다던데"라는 얘기를 했다고 한다.

남성은 트레일러 운전기사 A 씨(당시 53세)였다. 경찰은 김 씨가 국수와 과일을 챙겨 향한 곳에 A 씨가 있었을 확률이 높다고 보고 소재지 주변을 집중 수사했다. 그 결과 국숫집과 약 25분 거리의 주유소를 지나는 김 씨의 차량이 찍힌 CCTV 확보에 성공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유튜브 갈무리)

김 씨의 차량은 18일 오후 10시 41분쯤 주유소를 지났다. 주유소를 지나면 나오는 장소는 A 씨가 트레일러를 세우는 주차장이었다. 그로부터 2시간 20여분 뒤인 19일 오전 1시 23분쯤에는 반대 방향으로 나가는 김 씨의 차량이 주유소 CCTV에 다시 포착됐다.

오전 1시 47분쯤 김 씨의 차량은 국숫집 앞에 나타났다. 경찰은 A 씨가 트레일러 주차장에서 김 씨 차량을 몰고 왔을 것이라 추정하며 화면 속 남성이 A 씨일 것이라 판단했다.

◇경찰, 목격자 이어 트레일러 속 혈흔서 피해자 DNA 확보

경찰은 A 씨와 비슷한 인상착의의 승객을 태웠다는 택시 기사의 증언을 확보했다. 택시 기사는 "(승객이) 트레일러 운수업을 하고 있다고 그랬고 '요즘 택시는 어떻냐' 등의 일상적인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택시 기사가 승객을 태운 곳의 위치는 A 씨의 트레일러 주차장이었다.

목격자가 확보된 상황에서 경찰은 또 하나의 증거를 찾아냈다. A 씨의 트레일러 안에서 혈흔을 발견한 것. A 씨의 트레일러 안에서 발견된 10점의 혈흔 중 하나에서 김 씨의 DNA가 검출됐다.

통신 수사 결과 김 씨가 마지막으로 통화한 상대도 A 씨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통화 기록에 따르면 A 씨는 18일 오후 9시 57분과 오후 10시 20분에 김 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로부터 14분 뒤 A 씨는 동료 기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경찰은 오후 10시 41분쯤 A 씨와 김 씨가 만났을 거라 추정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갈무리)

◇'투자 빌미 사기 전과' A 씨에 5000여만 원 송금한 김 씨

사건 당일 사라진 건 김 씨만이 아니었다. 김 씨가 늘 갖고 다니던 검은색 배낭도 감쪽같이 사라졌다. 김 씨는 집에 도둑이 든 뒤로 현금, 보험증서, 차용증 등 중요한 물건을 배낭에 챙겨 다녔다. 김 씨의 통장 거래 내역에는 같은 해 3월부터 총 11번에 걸쳐 A 씨에게 5000여 만 원을 송금한 사실이 기록돼 있었다.

김 씨는 건물을 올려 국숫집을 새로 오픈하려고 준비 중이었다. 김 씨 아들은 공사를 앞두고 큰돈을 마련하기 위해 A 씨에게 투자를 했던 것 같다고 추측했다.

A 씨는 투자를 빌미로 사기를 쳐 교도소에 수감된 적도 있었다. 그로부터 금전적인 손해를 입었다는 피해자들에 따르면 실종 사건이 발생한 그 무렵 A 씨는 거액의 도박 빚에 시달렸다.

◇이틀 만에 체포된 A 씨, 증거불충분 '살인죄' 기소 안 돼

경찰은 김 씨 실종 이틀 뒤인 20일 A 씨를 체포했지만 살인에 대한 증거불충분으로 죗값을 다 묻지 못했다. 통신기록과 트레일러 운행기록 알리바이가 확인됐고 김 씨의 시신이 발견되지 않아 A 씨는 결국 차량 관련 혐의만 인정돼 1년간 복역 후 풀려났다.

경찰 조사에서 A 씨는 차 안 혈흔에 대해서는 관계를 맺다가 코피가 났다고 둘러댔다. 팔과 목 등에 난 상처는 풀을 베러 갔다가 난 상처라고 주장했다. 김 씨와 돈거래가 오갔던 것에 대해 A 씨는 빌려준 돈을 받은 것뿐이며 빌려준 돈을 다 받지 못했다며 억울해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해를 떠들썩하게 했던 국숫집 사장 실종 사건은 시사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다뤄졌다. 전문가들은 A 씨가 김 씨를 만나고 그의 차량을 국숫집으로 가져다 두기 전 확인되지 않은 1시간 50여 분 동안 작업이 이루어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혼자 범행을 수행하기에는 시간이 빠듯한 데다 통신 기록에 22건의 통화 내역이 확인된 점을 토대로 조력자가 있었을 것이라 추측한 바 있다.

ro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