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안에 욕망의 괴물이"…대낮 초등교 침입, 8세 여학생 납치 몹쓸짓
'아동 성범죄 대명사' 전과12범 김수철[사건속 오늘]
신상공개 1호…남편 앞에서 아내 성폭행한 전력도
- 박태훈 선임기자
(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2010년은 성폭력 범죄자 처벌이 더욱 강화된 해다.
전자발찌 부착 기준이 법시행 이전 성폭행 범죄까지 소급 적용됐으며 화학적 거세방안이 논의됐고 성범죄자, 특히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자 신상 공개 방침이 정해졌다.
이는 그해 2월 24일 일어난 김길태 사건과 6월 7일 김수철 사건의 영향 때문이다.
특히 대낮에 초등학교에 들어가 8살짜리 여학생을 위협해 납치, 성폭행한 김수철 사건은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와 초등학교 학교 보안관 제도가 도입되고 낮에 개방돼 있던 학교 교문이 굳게 닫히고 말았다.
◇ 초교 2학년 아이에게, 인간임을 거부한 김수철, 제2의 조두순…
김수철은 인간이라면 넘지 말아야, 넘을 수 없는 선을 넘어 버렸다. 그 탓에 조두순과 더불어 '대한민국 아동 성범죄'의 대명사로 불리고 있다.
김수철이 '제2의 조두순'으로 불린 까닭은 초등학교 2학년, 8살짜리 여학생을 납치해 끔찍한 짓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차이라면 조두순은 2008년 12월 11일, 김수철은 2010년 6월 7일, 1년 7개월여 세월을 사이에 두고 있다는 점뿐이다.
조두순은 '교회에 가야 한다'며 나영이를 유인했지만 김수철은 커터 칼로 피해자를 위협, 교문 밖으로 끌어냈다.
◇ 술에 취한 채 초교에 들어가 8살 여학생 위협…딸을 데려가는 아버지로 착각
2010년 6월 7일 아침부터 술에 취한 김수철은 끓어오르는 욕망을 주체하지 못하고 오전 9시쯤 자기 집에서 480m 떨어진 서울 영등포구의 한 초등학교에 들어갔다.
당시는 교문이 개방돼 있어 출입이 자유로웠다.
학교 안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던 김수철은 운동장 한구석에 서 있던 A 양을 발견, 커터 칼을 꺼내 옆구리에 댄 뒤 '조용히 하라'고 위협한 뒤 왼손으로 A 양 어깨를 잡은 뒤 밖으로 끌고 나갔다.
교문 밖에서 이들을 본 주민들은 '아버지가 늦둥이 딸을 데려가는구나'라며 대수롭지 않게 쳐다봤다.
◇ 잔인한 성범죄…김수철 잠든 틈을 타 탈출했지만 6시간 대수술과 이후 6차례 추가 수술
A 양을 성폭행한 김수철은 술기운이 올라 잠이 들고 말았다.
이틈을 타 도망친 A 양은 어른들에게 피해 사실을 알렸다.
급히 병원으로 옮겨진 A 양은 6시간에 걸쳐 대수술을 받았으며 이후에도 6번이나 더 추가 수술을 받는 등 말로 표현하기 힘든 고통을 겪었다. A 양 부모 등 가족들도 사건 이후 몸과 마음이 무너져 내려 지금까지도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잠에서 깨어난 김수철, 동네 식당서 냉면· 사우나까지…경찰 체포에 격렬 저항
김수철은 잠에서 깨 A 양이 탈출한 사실을 알았지만 '별일 없겠지'라며 동네 식당에서 냉면을 먹은 뒤 사우나에 갔다.
집으로 돌아오던 김수철은 집 주변을 수색하던 영등포 경찰서 형사들과 마주치자 커터 칼을 꺼내 들고 격렬히 저항했다. 형사가 덮치자 김수철은 자해를 시도했지만 금방 제압당했다.
체포된 김수철이 경찰조사를 받을 때 얼음주머니를 턱에 댄 모습을 보인 건 자해 상처가 덧나지 않기 위해 의료진이 취한 조치 때문이다.
◇ 현장검증 나선 김수철 "잘못했다" "내 안에 욕망의 괴물 있다"
2010년 6월 15일 실시된 현장검증은 아수라장을 이뤘다.
빨간색 티셔츠, 눌러쓴 검은색 모자, 7부 바지 차림의 김수철이 나타나자 여기저기서 '저놈 죽여라'는 소리가 나왔고 경찰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김수철 이동 경로에 경찰관들로 방어막을 설치했다.
김수철은 '피해 아동이 조용히 따라왔느냐'는 물음에 "제 속에는 욕망의 괴물이 있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며 자기 의지가 아닌 그 무엇이 조정했다는 식의 말을 했다.
또 심경을 묻는 말에는 "죽을죄를 졌다. 잘못했다"며 판에 박힌 말을 했다.
◇ 사회에 엄청난 충격파…경찰청장 영등포서 찾고· 학교 보안관 도입· 교문 출입 통제
대낮에 초등학교 2학년 여학생이 납치돼 성폭행당했다는 뉴스는 우리 사회에 엄청난 파문을 몰고 왔다.
당시 강희락 경찰청장은 김수철이 갇혀 있는 영등포 경찰서를 찾아 △ 성범죄자 관리 실태 재점검 △ 지자체, 교육 당국, 녹색어머니회, 아동안전지킴이 등 협력 단체와 긴밀 협조 △ 학교 주변 순찰 강화 지시 등을 내렸다.
또 교육 당국은 학교 교문 개방을 금지하고 출입자를 통제하라는 공문을 급히 내려보냈다.
이어 예산을 확보, 2011년부터는 학교 보안관 제도를 시행, 외부인의 출입을 막았다.
◇ 화학적 거세, 신상정보 공개, 전자발찌 소급 적용
여론의 거센 질타에 국회는 '성범죄자 성충동 약물치료법(화학적 거세법)'을 통과시키는 한편 성범죄자에 대한 전자발찌 착용을 소급 적용하는 시행령 개정안을 만들었다.
화학적 거세법이 통과됐지만 김수철의 경우 '성도착증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제외됐다.
한편 김수철은 유죄판결을 받은 성범죄자에 한해 신상을 공개하던 종전 규정이 김길태 사건 여파로 2010년 4월, '성범죄를 범하였다고 충분한 증거가 있을 경우'로 완화됨에 따라 '신상공개 1호 대상자'로 지정됐다.
◇ 남편 앞에서 부인 성폭행 등 전과 12범…성범죄자 관리대상에서 빠져
김수철은 22살이던 1987년 부산에서 남편이 보는 앞에서 아내를 성폭행, 징역 15년 형을 선고받고 2002년 만기 출소했다.
이후 폭행, 절도 등 전과 12범이었지만 성범죄 관리 대상에선 빠져 있었다.
경찰은 2010년 2월 김길태 사건이 일어나자 성범죄자 리스트를 만들어 관리 강화에 나섰으나 그 대상을 '1990년 이후 범행'으로 정하는 바람에 1987년 성범죄를 저지른 김수철을 놓치고 말았다.
◇ 1, 2심 모두 무기징역형과 함께 전자발찌 30년 부착
2010년 8월 20일 1심인 서울남부지법 형사12부는 "피고인이 사회에 복귀하면 더 잔인하고 비참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는 점, 사회적 보호와 잠재적 범죄자에 대한 경고가 필요한 점, 피해자에게 큰 정신적.신체적 상처를 남긴 점, 치유도 쉽지 않는 점 등을 보아 중형이 불가피하다"며 김수철에게 무기징역과 함께 개인 정보 10년간 공개, 30년간 전자발찌부착 명령을 내렸다.
김수철은 항소했으나 2010년 10월 15일 서울고법도 같은 형량을 유지했다.
buckba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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