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청담~성북 석관 10.4㎞ 대심도 하반기 착공…"가성비 따져봐야"

2021년 이후 주요 도로 70㎞ 이상 지하화 추진
전문가들 "장기적 편익 의문…이상 기후 안전문제도 변수"

서부간선지하도로를 차량들이 달리는 모습 (서울시 제공)

(서울=뉴스1) 박우영 기자 = 2021년 이후 서울에서만 약 70㎞의 차도가 지하화하며 '교통의 지하화'가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잡는 모양새다. 상부 공간 활용·교통 체증 개선 등 장점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기후·인구구조상 변화로 지하화 추세를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13일 서울시에 따르면 9일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민간투자사업의 실시계획을 승인했다. 올 하반기 공사에 착공할 계획이다. 강남구 청담동(영동대교 남단)부터 성북구 석관동까지 10.4㎞ 길이 대심도 지하도로를 건설하고 상부는 수변 공원으로 만든다.

2021년을 기점으로 서울에서만 연장 70㎞ 이상의 주요 도로가 지하화됐거나 지하화를 앞두고 있다. 서부간선도로(10.33㎞, 2021년 개통)·신월여의 지하도로(7.53㎞, 2021년 개통)는 이미 공사가 완료됐다. 경부간선도로(7㎞), 강변북로(17.4㎞), 국회대로(7.6㎞), 경인고속도로(15.3㎞)는 공사가 진행 중이거나 착공을 앞두고 있다.

도로 지하화로 얻을 수 있는 최대 이점은 상부 공간의 활용이다. 서울 지역 지하화 사업은 모두 기존 상부 공간을 녹지·공원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연구에 따르면 도심 내 녹지는 당뇨병, 우울증을 예방하고 도시 탄소배출을 25%까지 줄인다. 교통체증 개선효과도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동부간선도로는 동남~동북권 통행시간을 20분가량 단축할 전망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뚜렷한 장점에도 불구 지하화 사업이 무분별하게 추진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반면 인구구조·기후 등의 변화로 그만한 효과는 없을 수 있다는 것이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더 이상 인구 팽창기가 아니고 서울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통행량이 줄어 사업의 경제적 타당성도 떨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녹지도 분명 필요하지만 지자체 재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이렇게 큰 예산을 들이기에는 가성비가 많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동부간선도로에 시비 약 6800억 원이 소요되는 등 도로 지하화는 많은 재원을 필요로 한다. 여기에 경전철 우이신설선의 경우처럼 민간 사업자가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면 결국 서울시가 이를 보전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또 많은 전문가들은 수송 원가가 높은 자가용 장려책 대신 대중교통 활성화책으로 더욱 효율적으로 녹지를 확보하고 교통 체증을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하화를 통한 도로 확장은 자가용 이용객 증가를 전제한 사업이다.

여름 풍수해 재난도 큰 변수로 꼽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서울시가 동부간선도로·서부간선도로에 200년 설계 빈도 등을 적용했지만 이상 기후 시대에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단지 비가 지금보다 많이 올 거라는 사실뿐"이라며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말할 수 있는 수방 기준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alicemunr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