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커 부착 전장연 '전원무죄'에…" 떼다 산재 처리까지 받았는데"

당시 삼각지역 역장 A씨 "제거 작업에만 5~6개월 걸려"
검찰, 항소장 제출…공사 "법원 판단 받아들이기 어려워"

서울교통공사의 자회사 서울메트로환경 미화원들이 2023년 2월 27일 오전 용산구 4호선 삼각지역 승강장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출근길 시위 당시 부착한 선전용 스티커를 제거하고 있다.(자료사진) 2023.2.27/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 = "부착된 스티커를 '제거하기 현저히 곤란할 정도'가 아니라니요. 두 달 밤낮으로 스티커를 떼다 어깨·손목 통증으로 산재 처리까지 받았습니다. 1년이 훌쩍 지났는데도 통증은 여전한데, 무죄라니 정말 속상합니다."

최근 법원은 지난해 2월 13일 용산 대통령실 근처인 서울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 벽과 기둥, 바닥 등에 '장애인권리 스티커'를 붙인 혐의(폭력행위처벌법상 공동재물손괴 등)로 기소된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 등 3명에게 '전원 무죄'를 선고했다.

10일 서울교통공사 등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6단독 지충현 판사는 무죄 이유로 "피고인들이 공동으로 삼각지역 4호선 승강장 및 벽면 및 바닥에 스티커를 부착하고, 락카 스프레이를 분사한 사실은 명백하다"면서도 "부착된 스티커가 다소 접착력이 강한 재질이긴 해도 제거하기가 현저히 곤란할 정도라고는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어 "스티커가 부착된 장소인 승강장은 실내 지하에 위치한 지하철역 중에서도 가장 깊숙한 장소이고, 락카 스프레이가 분사된 장소에 승객들이 이동하지 못했다고 기재돼 있으나 이는 그 장소에서 제거작업이 이뤄질 동안에 한한 사정"이라고 했다.

이날 법원의 판결에 가장 크게 좌절한 이는 당시 삼각지역 역장이던 A 씨다. A 씨는 "법원은 '스티커를 제거하기 현저히 곤란한 정도가 아니다'라고 판결했는데,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토로했다.

그는 "바닥면에 부착됐던 스티커 외에도 전장연 측은 벽면과 기둥 내 수많은 스티커를 부착했고, 벽과 기둥 등의 스티커를 제거하는데 무려 두 달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며 "전장연이 부착한 스티커의 경우 접착력이 상당히 강해 10분가량 공을 들여야 타일 1개가 모습을 드러낼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A 씨의 말처럼 당시 공사는 삼각지역 스티커 제거 작업에 서울메트로환경 소속 청소 노동자와 지하철 보안관, 안전요원 등 30명이 투입돼 삼각지역 바닥면의 스티커를 제거했다. 이어 약 두 달가량 청소 노동자와 자원봉사자, 삼각지역 직원 등 5~6명이 매일 스티커 제거 작업에 몰두했다.

A 씨는 "계속되는 스티커 제거 작업에 어깨와 손목이 다쳐 밤에 잠도 자지 못할 정도로 극심한 통증에 시달렸다"며 "산재 처리까지 받고도 개인적으로 6개월가량 물리치료를 받는 등 크게 고생했는데 무죄 판결이 나왔다고 하니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법원의 '스티커가 부착된 장소인 승강장은 실내 지하에 위치한 지하철역 중에서도 가장 깊숙한 장소'라는 판단에 "해당 장소는 환승통로로, 하루에도 승객 수십명이 오가는 장소"라며 "재산상의 피해도 없었다고 하는데 벽면에 스티커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벽 타일에 상당한 상처가 났는데 왜 이런 점은 고려되지 않았는지 답답하다"고 했다.

검찰 역시 A 씨와 비슷한 입장으로, 최근 법원에 항소했다. 서울서부지검은 7일 박 대표 등 3명의 1심 재판을 심리한 서울서부지법에 항소장을 제출하며 "승객 불편과 불쾌감이 상당했을 것으로 보여 재물손괴죄가 성립한다"고 전했다.

A 씨는 2심에서는 1심과는 다른 판결이 나와야 한다고 강하게 말했다. "본인 집 앞에 스티커가 붙어도 '무죄'라고 할 이들이 얼마나 될까"라며 "법원의 판단을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울분을 토했다.

서울교통사 역시 "이번 법원의 판결은 실정을 고려하지 않은 판결로 '전원 무죄'라는 선고 결과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jung907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