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전문의 '0명' 비상…20일까지 복귀 안 하면 시험자격 박탈

수련공백 3개월 넘기면 전문의 시험 응시 불가
필수의료에도 악영향…복지부 "대응 방안 마련 중"

3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2024.4.3/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매년 3000명 안팎으로 배출되던 전문의가 내년에는 대폭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의 의대증원 방침에 반발해 지난 2월 20일 전후로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이 3개월이 되는 날까지 복귀하지 않으면 규정상 내년 전문의 시험 자격을 잃기 때문이다.

8일 보건복지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레지던트 3·4년차는 내년 2월 전문의 시험을 볼 수 있다. 인턴 1년을 거친 뒤 레지던트로서 내과·외과·소아청소년과·예방의학과·결핵과·가정의학과는 3년 수련 과정이고, 그 외 과목은 4년 과정이기 때문이다.

전공의들은 '전문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과 '전문의 자격시험 자격조건'에 의해 1개월 이상 수련 공백이 생기면 해당 기간 추가 수련을 받아야 한다. 이때 당해 년도 추가 수련은 5월 31일까지 받아야 한다. 공백 기간이 3개월을 넘기면 전문의 자격취득 시험을 볼 수 없다.

공백기간이 3개월 넘으면 수련병원으로 복귀하더라도 추가 수련을 받아야 하고, 1년 뒤에 전문의 자격시험을 볼 수 있다.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시점은 지난 2월 20일 전후라 3개월 시점이 오는 20일 전후 집중적으로 몰려있다.

문제는 전공의들이 여전히 복귀를 서두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전문의 취득 시점을 1년 뒤로 미루기로 작정한 모습이다. 응급의학과 3년차 레지던트 과정을 앞두고 세브란스병원을 떠났던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뉴스1에 "복귀 움직임 없다. 달라진 건 없다"고 말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회장과 각 병원 전공의 대표 및 대의원들이 20일 낮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대강당에서 2024년도 긴급 임시대의원총회를 하고 있다. 2024.2.20/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내년 2월 전문의 시험을 치러야 할 3·4년차 레지던트(3년차 과정 포함)는 총 2910명이다. 이들 중 필수의료 분야 레지던트는 1385명으로 48%다. 내과 656명, 외과 129명, 산부인과 115명, 소아과 124명 그리고 응급의학과 157명, 신경외과 95명, 신경과 86명, 심장혈관흉부외과 23명이다.

전문의 취득이 1년 유예되면 내년엔 신규 전문의도 나오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필수의료 붕괴 위기가 빨라지는 건 물론, 전공의 업무 공백을 메우던 교수들도 번아웃 등을 이유로 병원을 떠나거나 주 1회 휴진 등 단체행동을 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필수 진료과 학회 수련이사를 맡고 있는 한 대학병원 교수는 "학회 차원에서 해줄 게 없다. 정부가 규정을 정하고, 실행할 뿐"이라며 "전문의가 배출 안 되면 전임의도 없고, 순차적으로 늦어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를 키울 기회도 사라진다. 대학병원은 타격을 제일 크게 받는다"고 토로했다.

정부는 지난 2월 미복귀 전공의들에 대해 최소 3개월의 면허정지 처분이 불가피하다고 밝힌 바 있지만 3월 말 '유연한 대응'으로 돌아서며 행정처분을 보류한 상태다. 보건복지부 한 관계자는 "20일이 마지노선이다. 대응 방안을 마련 중"이라며 조만간 관련 조치를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