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캐릭터라 '음란물' 아니다? '아청법' 대상 …해외 소지만 해도 처벌
킨텍스 행사장서 아동음란물 전시 논란…"실제 인권침해 있나" 주장도
헌재 "가상의 표현물도 왜곡된 성 인식 형성…사회적 경고 필요"
- 박혜연 기자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지난 5일 어린이날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만화·애니메이션 행사장에서 '아동음란물'이 전시돼 논란이 일면서 가상의 캐릭터를 규제하는 것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가상의 캐릭터를 표현한 것은 실제 인권 침해가 아니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가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법 전문가들은 가상의 캐릭터라도 명백히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다면 '아동음란물'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상 규제 대상이 된다고 지적한다.
당시 행사에서 논란이 된 전시는 국내 유명 게임에 등장하는 미성년자 캐릭터(11~18세)를 성적으로 묘사한 패널이 세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미성년자 캐릭터를 성적 대상화한 그림이 그려진 물품도 판매됐다.
아청법 위반 혐의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X'(옛 트위터)에서는 "2D(캐릭터)도 인권이 있느냐"는 비아냥이 나왔다.
하지만 판례상 만화나 게임 캐릭터로도 명백히 아동이나 청소년이라 인식되는 인물이 등장해 성적 행위를 표현한다면 아청법 위반으로 처벌될 수 있다.
2015년 헌법재판소는 "가상의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이라 하더라도 지속적인 유포 및 접촉은 아동·청소년의 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과 비정상적 태도를 형성하게 할 수 있다"며 "아동·청소년을 잠재적 성범죄로부터 보호하고 이에 대해 사회적 경고를 하기 위해서는 중한 형벌로 다스릴 필요가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해외에서도 그림이나 영상 등 가상의 인물이 등장하는 아동음란물을 규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동음란물이 표현하는 내용 자체가 아동 학대이기 때문에 그 이미지를 소비하는 것은 아동음란물 생산을 부추기고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 인식을 왜곡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아동보호 국제기구인 국제 실종아동 및 착취아동 보호센터(ICMEC)는 등장인물이 실제 인물이 아닌 가상의 인물이어도 명백히 아동으로 인식된다면 아동음란물에 포함된다고 간주한다.
미국 연방의 아동보호 및 음란물 규제법에 따르면 18세 미만의 아동이 명백하게 성적 행위에 가담된 것이 식별할 수 있는 제작물로 사진, 영화, 영상, 그림 및 컴퓨터나 전자적·수동적으로 제작된 이미지가 모두 아동음란물에 포함된다.
미국은 아동음란물을 제작하고 판매하거나 발송, 배포, 수신, 단순 소유까지도 모두 불법화하고 있다. 위반할 경우 벌금형이나 10년 이하 징역형을 받을 수 있고 만약 아동을 성적 착취한 전과가 있으면 처벌이 가중된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유럽연합(EU)이 가결한 EC 사이버범죄협약에 따르면 아동음란물에는 실존 인물은 물론이고 실재하지 않는 아동이 등장하는 표현물도 포함된다.
캐나다는 아동음란물 규제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다. 실제 또는 가상의 18세 미만 아동이 성적으로 묘사되는 음란물을 소지만 해도 최소 6개월 징역형을 받는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외장하드에 아동음란물을 소지한 채 캐나다에 방문했다가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례도 있었다.
hy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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