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 오빠 미안해"…변호사 남편에 살해된 아내 마지막 음성 충격
- 신초롱 기자
(서울=뉴스1) 신초롱 기자 = 이혼 소송 중인 아내를 둔기로 때려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대형 법무법인 출신 미국 변호사에게 검찰이 무기징역을 구형한 가운데 범행 전후 상황이 담긴 녹취록 일부가 공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4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지난해 12월 서울 종로구의 한 아파트에서 대형 로펌 변호사 A 씨가 두 아이의 엄마이자 직장인이었던 40대 아내 B 씨를 살해한 사건에 대해 다뤄졌다.
B 씨는 사건 20일 전부터 남편의 집 인근에 따로 집을 얻어 딸과 함께 지내기 시작했다. 사건 당일 오후 6시 45분쯤 딸아이 가방을 가져가라는 연락을 받고 A 씨의 집에 갔다가 변을 당했다.
집에 방문한 지 약 1시간 30분 만에 구급대에 실려 나온 B 씨의 머리에는 최소 7곳에 이르는 열창과 함께 목이 졸린 흔적이 발견됐다.
A 씨는 아내와 금전 문제로 다투다 우발적으로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유족은 고의적인 살해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A 씨가 일방적으로 고양이 장난감으로 쓰이던 금속파이프로 갑자기 가격했고, 죽일 의도로 목을 졸랐다고 주장했다. 또 A 씨가 119에 바로 신고하지 않고 국회의원 출신인 아버지에게 먼저 연락하거나 현장을 이탈했다가 돌아온 점도 납득되지 않는다고 했다.
양측이 공방을 벌이던 중 지난 4월 23일 열린 5차 공판에서 B 씨의 휴대전화에 녹음된 음성파일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유족은 "(B 씨가) 이혼을 결심하고 난 다음에는 A 씨랑 만날 때마다 녹음 했다. 분명히 그날 녹음이 남아 있을 거다. 그런데 비밀번호를 몰랐다. 복제폰을 풀면 되더라. 복제할 때 데이터가 중간에 날아갈 수가 있다더라. 굉장히 위험한 일이라더라. 어쩔 수가 없었다. 풀었더니 녹음돼 있었다"고 밝혔다.
40분 분량의 녹음 파일에는 A 씨의 집에 도착했을 상황이 모두 담겼다. B 씨는 집에 들어오자마자 아빠와 지내던 아들과 인사를 나눴다. 이후 딸의 물건과 가방을 챙긴 것으로 추정된다. B 씨는 딸의 물건과 관련해 남편과 몇 차례 대화를 나눴다.
A 씨는 B 씨가 물건을 챙기려 하자 "응? 아니 거기서 사면 되잖아. 여기 두고 있어야지"라고 말했다. B 씨가 "여기 많잖아. 많아서 그래. 한 개만 줘 그럼. 당장 없어서 그래"라고 하자 "당장 없는 걸 그럼 어떡해. 그러면서 무슨 custody(육아)를 한다는 얘기야"라며 B 씨를 나무랐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던 B 씨는 갑자기 "아악"이라며 비명을 질렀고 "미쳤나 봐"라고 말했다. 아들과 인사 후 약 2분 30초가 지났을 때였다. 이후에도 몇 차례 가격하는 소리가 반복됐고 소리를 들은 아들이 무슨 일이냐고 묻는 상황이 벌어졌다.
B 씨는 "아들에게 경찰에 신고해달라"고 부탁했고, A 씨는 아들에게 "방에 들어가 문을 잠그고 들어가 있어"라고 얘기했다.
2분 뒤 또다시 B 씨의 비명 소리가 들리고 힘겹게 내뱉는 음성이 확인됐다. B 씨는 비명과 함께 "오빠 미안해. 오빠 아악. 아아 오빠. 미안해"라고 말했다.
유족은 "이러고 죽었다. 딱 10분 만에, 들어간 지. 제일 마지막에 뭐라고 했는지 아냐. (A 씨가) '침착해 XX' 이런다. (이걸) 발견한 날 죽는 줄 알았다 진짜로"라며 울먹였다.
표창원 범죄심리전문가는 "이 사건은 그런 살인의 방법, 살인에 이르게 된 과정, 살인에 사용된 수단, 모든 것들 어떤 것을 보더라도 결코 우발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 없다. 어떠한 폭력을 할만한 계기나 명분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인 폭행이 지속됐고 그것도 도구를 사용했다. 일순간에 이루어진 폭력이 아니라 상당히 지속된 폭행을 계속한다"고 말했다.
한편 A 씨는 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허경무) 심리로 열린 살인 혐의 결심 공판에서 "제가 가해자였다는 게 저도 정말 무섭다"고 울먹이며 "많은 회개와 반성으로 시간을 보내도록 하고 다시는 이 사회와 가정에 이런 비극이 없도록 하는 간절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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