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로스 경험한 그 소방관…강아지 보자 몸이 먼저 움직였다[펫피플]
강아지 심폐소생술 화제…이호용 소방위 인터뷰
- 최서윤 동물문화전문기자
(서울=뉴스1) 최서윤 동물문화전문기자 = 지난 3월 한 장의 사진이 화제가 됐다. 한 소방관이 작디작은 강아지의 입에 대고 심폐소생술을 하는 모습이었다. 주인공은 전북 군산소방서 소속 이호용 소방위. 하찮게 보일 수도 있는 작은 생명을 살리기 위한 모습은 많은 사람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줬다.
"펫로스(반려동물을 잃은 뒤 상실감)를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기분을 알죠. 강아지가 무지개다리를 건너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슬프니까요."
이호용 소방위는 최근 뉴스1과 인터뷰에서 자신 또한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경험이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 슬픔이 얼마나 큰지 잘 안다고 말했다. 작은 강아지들이 연기를 마시고 쓰러져 있는 모습을 보니 몸이 자동으로 움직였다고.
그는 "화재 현장에 도착하니 개, 고양이들이 못 빠져나왔다는 소리를 들었다"며 "2층에 진입해서 고양이는 구조했는데 1층은 화재가 심해서 개들이 살지 못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정말 작은 강아지에게 심폐소생술을 15분 정도 했다"며 "미동조차 없으니 '골든타임을 놓쳐 너무 늦었구나'라는 안타까운 생각만 들었다"고 말했다.
소방 공무원 생활만 만 30년을 했다는 이 소방위는 15년 전쯤 반려동물 응급처치를 처음 접했다. 관련 교육도 받고 영상을 보면서 따로 공부도 했다.
어렸을 때부터 강아지와 친구처럼 지냈다는 그는 지금도 반려견 2마리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고. 몇 년 전에는 키우던 반려묘를 고양이별로 떠나보낸 아픔도 있다.
이 소방위는 "소방관들은 아이들 구조를 위해 하임리히법이나 심폐소생술을 미리 공부한다"며 "마찬가지로 동물과 유대관계가 깊은 소방관들과 함께 교육도 참여하고 영상도 찾아보면서 충분히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건 외에도 여러 차례 화재 현장에서 동물들을 위한 응급처치를 시도한 바 있다. 특히 안타까운 기억은 시골집에서 불이 났을 때다.
이 소방위는 "한 시골집에서 불이 났는데 진돗개가 마당에 묶여 있다 보니 대피를 못한 상황이었다"며 "큰 성견들은 응급처치가 더 힘든 만큼 평소 목줄을 길게 해 주던가 울타리를 쳐서 마당 안에서 다니기 쉽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만약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공동주택에서 불이 났다면 어떻게 할까. 그는 문을 닫고 대피해 줄 것을 당부했다. 반려동물이 알아서 대피하라고 문을 열고 나갔다가는 주택 전체가 화염이나 연기에 휩싸여 더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이 소방위는 "공동주택의 현관문은 방화문으로 화재 확대를 막기 위한 장치"라며 "대피를 할 때는 반드시 동물과 함께 움직여 달라. 만약 그렇게 하지 못했다면 소방관에게 얘기하면 현장에 진입하면서 참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용 소방위는 지난달 16일 허주형 대한수의사회 회장으로부터 표창패를 전달 받았다. 그는 이 자리에서 동물 구조를 위한 신고체계가 일원화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119는 사람에게 맞춰진 생활민원 창구입니다. 동물은 야생동물도 있고, 반려동물도 있고 다양합니다. 동물 구조를 위한 일원화된 신고 창구가 생겨 더욱 신속하게 도움을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해피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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