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마 휴진 못한 교수들…"주 90시간, 못 버티겠다" 피켓 들기도

'하루 쉼' 예고한 서울성모 등 10개 병원 대부분 정상 진료
서울아산병원 교수 "한계 상황…장기적 주 1회 휴진 불가피"

서울아산병원·울산대병원·강릉아산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울산의대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의사들이 3일 오전 서울 송파구 아산병원 정문에서 의대 증원 정책 철회를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한편 서울아산병원과 서울성모병원 교수들은 이날부터 주 1회 외래 진료와 수술을 멈추는 휴진(응급·중증환자 진료 제외)에 동참한다. 2024.5.3/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서울아산병원·서울성모병원을 비롯해 전국에서 총 10여개 대학병원 교수들이 3일 하루 휴진하기로 했지만, 참여율이 저조해 의료현장의 혼란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계에 따르면 일부 의대·병원 교수들은 교수협의회 또는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논의 끝에 이날 자체 휴진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울산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결정에 따라 서울아산병원과 강릉아산병원·울산대병원 일부 교수들은 이날 하루 휴진과 진료 조정을 진행했다.

교수 40여명은 이날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정문에 모여 '어제 밤을 새웠습니다. 하루 쉬고 다시 진료하겠습니다' '의사와 환자가 중심인 의료정책 수립하라' 등의 피켓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최창민 울산의대 교수협 비대위원장은 "(교수들이) 매주 1회 휴진하기로 했는데 오늘이 시작"이라면서 "지금까지 주 90~100시간 근무하며 당직을 해왔지만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휴진 참여 교수 비중을 묻는 질문에 "따로 조사하지는 않았다. (교수들이) 개별적, 자발적으로 선택한 것"이라면서 "필수의료 분야 교수들이 지쳐나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피켓시위에 동참한 홍석경 서울아산병원 중환자·외상외과 교수는 "중환자실은 휴진 개념 없이 24시간 연속 근무하는 곳"이라면서 본인 진료과는 진료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 교수는 "병동이 폐쇄되고 외래 진료와 수술이 50% 정도 축소됐지만 폐쇄된 중환자실은 없다"며 "전공의나 인턴 없이 교수 3명이 번갈아 당직을 서는데 꼬박 밤을 새워야 한다"고 토로했다.

비대위는 '2024년 의료대란과 울산의대 교육병원의 나아갈 길'이라는 주제로 긴급 세미나도 개최했다. 교수들을 상대로 각 병원 현황 공유, 의료대란에 대한 패널 토의가 비공개로 진행됐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참여 비율이 높지 않다. 지난주 금요일 진료 대비 이번주 진료는 거의 똑같다. 조정된 게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진료 차질도, 혼란도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강릉아산병원의 경우 이날 오전 휴진에 참여한 교수는 전무한 것으로 확인됐고, 울산대병원도 당초 우려와 달리 큰 차질 없이 진료가 이뤄지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울산대병원·강릉아산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울산의대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의사들이 3일 오전 서울 송파구 아산병원 정문에서 의대 증원 정책 철회를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한편 서울아산병원과 서울성모병원 교수들은 이날부터 주 1회 외래 진료와 수술을 멈추는 휴진(응급·중증환자 진료 제외)에 동참한다. 2024.5.3/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성모병원 교수협의회(교수협) 비대위도 이날부터 주 1회 금요일 외래 진료와 비응급 수술을 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의료진 상황에 따라 다른 요일 휴진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매주 금요일 외래 환자를 보는 이도상 교수협 비대위원장도 이날 정상적으로 진료했다. 그는 "(휴진은) 자율 판단에 달린 일"이라면서 의대증원 정책에 대한 정부의 전향적 입장 변화를 촉구했다.

서울성모병원 관계자는 "금요일이 다른 평일보다 20~30% 외래 진료량이 적은 편이다. 상대적으로 외래 진료량이 적은 날이니, 자체 판단에 따라 휴진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병원이 사전에 파악한 결과, 휴진하겠다고 공지한 교수는 없었다"며 "피켓 시위도 진행되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강원대병원·충북대병원·충남대병원(세종충남대병원 포함)·건양대병원·원광대병원·전남대병원·계명대동산병원 등 비수도권 병원에서도 교수들이 휴진을 결의했으나, 대다수가 정상진료에 임했다.

일부 지역 병원에선 '셧다운' 예고를 둘러싼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대전에선 일부 언론이 '대전 대학병원 2곳이 3일 진료를 중단한다'고 보도해 해당 병원에 대한 일반·예약 환자와 가족들의 항의 전화와 문의가 빗발쳤다.

이에 대전성모병원은 홈페이지를 통해 '일부 언론의 잘못된 기사로 인해 혼란을 드려 안내드립니다. 5월 3일(금) 대전성모병원은 정상 진료합니다'고 공지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전면적 진료 중단 등 큰 혼란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 차관은 "일부 교수들의 개인적 차원의 휴진이 있었던 것은 확인됐다"면서도 "40개 의과대학, 88개 병원 대상 조사 결과 87개 병원이 정상 진료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고 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