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마스크]①"여전히 헤어질 결심 아직 못하겠다"
1일부터 코로나 위기 단계 '관심' 하향…자율적 방역 실천으로 전환
- 유민주 기자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마스크는 가방마다 하나씩 넣어두고 사무실 서랍에도 여분의 마스크가 구비돼 있어요. 코로나19 전후로 스스로 위생 관념이 많이 바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직장인 이 모 씨(29·여)가 지하철 1호선 회기역에서 지상으로 걸어 나오며 마스크를 벗고 숨을 크게 내쉬었다. 사람이 붐비는 장소에 가면 늘 마스크를 한다는 이 씨는 재채기를 한 옆 사람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있으면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진다고 했다. 그는 지하철, 사무실과 같이 환기가 어려운 환경에 있으면 눈치 볼 것 없이 바로 마스크를 꺼낸다고 털어놨다.
1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이날부터 코로나19 위기 단계가 가장 낮은 '관심'으로 하향된다. 이에 따라 방역에 적용됐던 모든 법적 의무가 해제되고 자율적 방역 실천으로 전환된다. 국민 3만 5000여 명을 사망에 이르게 한 호흡기 감염병 코로나19가 4년 3개월 만에 마침표를 찍었지만 그동안 마스크의 효용성을 체험한 일부 시민들은 여전히 마스크와 이별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이처럼 병원에서도 마스크 착용 의무가 사라졌지만 평상시에 마스크를 끼는 편이 마음 편하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필연적으로 사람들과 많은 접촉을 해야 하거나 감염에 취약한 어린이, 노인 등이 있는 직장에서 일하는 이들이 대표적이다.
지난 30일 혼잡한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 승강장 앞 질서유지를 위해 자리를 지키던 김 모 씨(66)도 일할 때 마스크 착용은 필수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씨는 "워낙 많은 사람이 오가는 길목에 있다 보니 먼지가 많아서 사실 코로나19가 끝나도 마스크는 쓰는 게 호흡기 건강에 좋을 것 같다"며 "언제든 원하면 벗을 수 있으니까 좋긴 하지만 이제는 나를 위해 벗기 어려운 상태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의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로 근무하는 이영희 씨(53·여)는 "반에 아이 한명이 감기에 걸리면 거의 다 옮기 때문에 선생님들은 대부분 착용한다"며 "언어 교육 때문에 아이들과 대화할 때 벗을 필요도 있지만 이제는 벗고 있으면 안전하지 않다는 생각도 들어서 아직은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남양주시 다산동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 모 씨(38)는 일찍 찾아온 더위에 서빙을 하면서 이마에 땀이 흥건했지만 "마스크를 벗을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김 씨는 "아무래도 코로나19 이후로 위생에 더 신경 쓰게 된 것이 큰 것 같다"며 "일하는 입장에서 오히려 쓰고 일하는 게 표정이나 외적인 부분을 신경 안 써도 돼서 자발적으로 아직 얇은 마스크를 쓰는 경향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날 가장 큰 변화가 일어나는 곳은 병원급 의료기관과 입소형 감염 취약 시설이다. 마스크 착용 의무가 마지막까지 해제되지 않았던 곳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랜 기간 이곳에 근무하거나 오가던 사람들은 여전히 마스크를 알아서 착용할 것 같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감염 취약 시설 종사자, 보호자 선제 검사 의무는 각각 지난해 6월과 8월에 이미 권고로 전환됐지만 '완전한 엔데믹'이 이뤄지진 않았다.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학병원에서 혈관 수술을 했다는 환자 김용권 씨(59)는 "우리 같은 신장 질환 환자들은 안 그래도 면역력이 안 좋아서 코로나19가 아니라 엔데믹이라도 마스크를 끼고 다니려고 한다"며 "병원은 특히 더 주의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 마스크 의무 착용 해제랑 상관없이 당분간은 환자들이 알아서 다들 끼고 다닐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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