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파는 놈이" 욕하자 발끈…동성과 성관계 후 살해한 성인영화 배우

'화대' 30만원 못받자 토막 살해 대부도 유기[사건속 오늘]
시신 4일간 화장실 방치…여성과 데이트 약속 등 일상생활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학진 기자 = 2016년 4월 새벽녘 한 남성이 컴컴한 선착장에서 커다란 자루 포대를 들고 서성인다. 상당히 무거워 보이는 자루 하나를 선착장 물가에 집어 던진 그는 근처 배수로에서 또 다른 자루를 떨어뜨린 뒤 주위를 경계하며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그 남성은 동성끼리 성을 사고팔다 비극을 초래한, 이른바 '엽기 토막 살해 사건'의 조성호였다.

◇ 대부도에서 발견된 토막 난 남성의 시신 담긴 포댓자루

8년 전 오늘 5월1일. 오후 3시쯤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대부도 내 불도방조제 인근에서는 신원을 알 수 없는 하반신 시신이 한 관광객에 의해 발견됐다. 발견된 남성 시신은 옷을 입지 않은 상태로 이불에 싸여 마대에 담겨 있었다. 부검 결과 찔린 상처가 발견됐으나 손상된 시점이 확인이 불명확했고, 시신 DNA와 데이터베이스 대조 결과로도 신원 확인이 불분명했다.

경찰 수색 이틀 후 3일 오후 하반신이 발견된 곳에서 약 11㎞ 떨어진 안산시 단원구 대부도 방아머리 선착장 인근에서 하반신과 같은 방식으로 이불에 싸여있는 상반신 시신을 추가로 발견했다.

국과수 부검 결과 피해 남성은 40대 한국인으로 두부 손상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얼굴 뼈와 갈비뼈에는 골절이 있었고, 머리와 팔 등에는 5~6차례 찔린 흉기 상흔이 있었다.

손가락이 퉁퉁 부어 지문채취가 어려울 것으로 보였지만 손가락 표피를 벗겨내고 속 지문을 채취해 약품 처리한 뒤 원래 지문을 복구해 내는 첨단과학수사 기법을 동원해 신원을 확인했다.

‘안산 토막살인사건’ 피의자 조성호(30)가 경기도 안산시 대부도 입구 방아머리선착장 부근에서 현장검증을 하고 있다. 2016.5.10/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 안산 토막시신 40대 남성…"가족과 5년 전 연락 두절"

5월4일 피해 남성이 인천에 거주하는 최 모(당시 40세) 씨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최 씨는 가족과 5년 전 마지막으로 연락이 닿은 후 연락이 두절된 상태로 가족과 떨어져 홀로 살아온 탓에 실종 신고도 접수되지 않았다.

경찰은 시신에 있는 다수의 외상은 피해자가 숨지기 전 범인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다 여러 차례 흉기에 찔린 것으로 미뤄 면식범의 소행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주변인을 대상으로 탐문조사에 들어갔다.

또 휴대전화 통화 내역을 분석해 최근 자주 통화한 대상자를 추려냈고, 이 중 최 씨와 함께 살아온 조성호(당시 30세)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다.

2016년 5월5일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범인 조성호가 시신 발견 나흘 만에 피해자의 주거지인 인천의 한 원룸에서 체포됐다. 경찰은 거주하고 있던 조 씨를 상대로 추궁한 끝에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다. 원룸 벽면에는 비산 혈흔이 발견되었고 최 씨의 것으로 확인되었다.

◇ 성인영화 배우 출신…애견 카페 동업하던 여친에 금전적 배신 당해

인천에서 태어난 조성호는 경기도 의정부에 있는 고등학교를 나와 2011년 서울의 한 전문학교를 졸업했다. 학창 시절 그는 조용한 성격이었고, 학업 성정도 우수했다. 또 막내로 태어나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다.

이후 부모에게서 독립한 그는 사건으로부터 불과 2년 전, 20대 후반 나이로 의정부 한 상가건물에서 여자친구와 함께 애견 카페를 차려 잘나가던 카페 사장이 됐다. 하지만 약 9개월 뒤 여자친구가 거액의 돈을 훔쳐 달아나 버리자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가게는 폐업하게 된다.

조 씨는 업종을 바꿔 IPTV 성인 유료 채널에 출연하는 여배우를 관리하는 매니저로 일하며 '고소득 아르바이트'라는 내용으로 다수의 인터넷 카페에 글을 올려 배우를 모집하기도 했으며, 지니킴(가명)으로 직접 성인영화 배우로 출연하기도 했다. 시신을 유기한 대부도 역시 영화 촬영차 3~4차례 가본 곳으로 인적이 없다는 것을 알고 선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성호가 출연했던 영화의 포스터

◇ 동성 동거인과 성관계…"몸 파는 놈이" 한 마디에 살인

이후 또 다른 직업을 찾던 조성호는 2016년 1월 인천의 한 모텔에 근무하게 됐고, 함께 근무하던 피해자 최 씨와 친분을 쌓았다. 그러나 한 달 후 직장에서 해고 통보를 받게 되자, 생활비를 줄이기 위해 최 씨와 2월 26일부터 동거를 시작한다.

동거하던 중, 최 씨는 조 씨에게 "나와 성관계할 때마다 30만원을 주겠다" 제안했고, 당시 수천만 원의 빚이 있던 조 씨는 이를 수락하고 동성 성관계를 가지게 됐다.

하지만 3월 31일 조 씨는 최 씨로부터 약속했던 돈 등을 포함한 90만원을 돌려받지 못하고 오히려 "창남이냐", "몸 파는 놈", "너나 부모나 똑같다"는 욕설까지 듣자 말다툼이 시작됐으며, 최 씨로부터 집에서 나가라는 얘기까지 듣자 둘의 관계는 완벽하게 틀어졌다. 결국 조 씨는 피해자를 살해하기 위해 4월 1일 마트에서 긴 길이의 식칼을 구입하고 범행을 계획했다.

4월 12일 조 씨는 취업해서 일하던 공장에서 망치를 가져와 냉장고 뒤에 숨겨놨다. 자정께 술에 취해 귀가한 최 씨가 잠자던 조 씨를 깨워 욕설을 하자 조 씨는 최 씨가 잠들 때까지 30여 분을 기다렸다가 13일 새벽 1시쯤 머리를 망치로 수차례 내리쳐 살해했다.

◇ 엽기적 범행 이후 시신 옆에서 샤워하는 등 일상적 생활

조성호는 피해자를 살해한 후 시신을 4일간 화장실에 방치했다. 그는 범행 직후 도주하지 않고 자신의 SNS에 꾸준히 글을 올리는 등 평소와 똑같은 생활을 했다. 다니던 직장에 출근했으며, 새로운 직장을 얻기 위해 면접까지 보러 다녔다. 그러면서 시신이 있는 상태로 샤워하고 방에서는 영화를 감상하며 사이코패스 같은 행태를 보였다.

범행 후 집 안에 있던 시신에서 냄새가 나기 시작하자 약 열흘에 걸쳐 주방용 칼로 시신을 훼손하기 시작했다. 유기할 시신의 무게를 줄이고 악취 발생도 지연시키려는 의도로 간과 위장 등 장기를 적출해 화장실 하수구에 흘려보내고, 등 부위의 살점을 떼어내 피해자가 입었던 옷과 함께 쓰레기봉투 5개에 나누어 집 근처 분리수거장에 버렸다.

범행 12일 후인 4월25일 조 씨는 집안에 방치하고 있던 시신을 상·하반신으로 토막 낸 뒤 각각 다른 마대에 담았다. 다음날 26일 밤에는 렌터카를 이용해 27일 새벽까지 대부도 일대의 2곳에 각각 상·하반신을 유기했다.

'방조제 시신 사건'의 조성호가 인천 연수구의 자택에서 현장검증을 마친 뒤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 News1 민경석 기자

◇ 살인 뒤 여성과 데이트 등 계획…'동성애자' 여부는 확인되지 않아

이후에도 조성호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검거 당일날인 5월 5일에 여성과 영화 관람 등 데이트 약속을 하며 평소와 다름없는 일상을 보냈다.

당시 SNS에는 '1차 계획 수면 위로 오르는 것, 이 계획은 70%가 완료됐다'는 글을 집에서 시신을 훼손하던 중 게시했으며, 시신을 대부도에 내다 버린 뒤엔 '이런 식이면 10년 3억 가능하겠군'이라며 미래를 구상하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경찰은 프로파일러 3명을 투입해 조 씨의 심리를 분석했다. 심리분석 결과 정신 병력이나 사이코패스 성향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고, 다만 현상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제한적인 내용에만 주목하는 등 통찰력이 부족하며, 자존감이나 자신감은 낮고 정상적인 지능 수준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조 씨가 동성애자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 '토막살인' 조성호 무기징역 → 징역 27년 감형

재판에서 조성호는 심신미약을 주장했으나 1심 재판부는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조 씨는 이에 항소했고, 2017년 4월 13일 2심 재판부는 처음부터 시신을 유기하려 한 의도가 없었다는 점과 앞으로 교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27년으로 감형했다.

감형의 이유에 대해서 "조 씨는 경제적 곤궁으로 피해자의 집에 얹혀살다가 금전을 준다는 이유로 피해자의 동성애 상대가 됐다"며 "이후 쫓겨날 처지가 되자 이에 대한 분노가 일시에 분출된 것으로 참작의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조성호는 2043년 5월 57세의 나이로 출소하게 된다.

khj8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