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내는 '민주유공자법' 박종철·이한열 예우 길 열리지만…
"민주화운동 열사 명예 회복" vs "국보법 위반자 포함 가능성"
- 장성희 기자
(서울=뉴스1) 장성희 기자 = 박종철 열사의 어머니 고(故) 정차순 여사의 타계 후 더불어민주당이 민주유공자법 제정에 속도를 내면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28일 국회 등에 따르면 민주당을 포함한 야당 정무위원회 위원들은 지난 23일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안(민주유공자법)을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하는 안건을 단독 통과시켰다. 정 여사가 오랫동안 염원한 민주유공자법을 21대 국회가 끝나기 전 처리해 유공자들의 명예를 회복시키겠다는 것이다.
민주유공자법은 4·19혁명, 5·18 민주화운동을 제외한 1964년 3월 이후 민주화 운동의 사망·부상자, 가족 또는 유족을 예우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4·19혁명, 5·18민주화운동을 제외한 민주화 열사들을 예우하는 근거법이 그간 없었기 때문이다. 경찰의 모진 고문으로 숨진 박 열사나 최루탄을 맞고 숨진 이한열 열사가 예우를 받지 못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발의된 법안에 따르면 행정안전부 산하 '민주화 운동 관련자 명예 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 등에서 인정받은 사망자·상해자 829명이 유공자 등록 신청을 할 수 있으며 국가보훈처 심사·의결을 거쳐 최종 결정이 된다. 만약 유공자로 등록되면 국가로부터 의료와 양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앞서 발의한 민주유공자법에선 보육·취업·주택 지원 내용 등이 포함됐으나 '특혜' 비판을 받고 제외됐다.
정 여사를 비롯해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는 민주유공자법이 민주화에 헌신한 이들의 명예를 회복하는 길이라고 주장한다. 국가유공자 등록은 곧 국가에 대한 공로를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행위기 때문이다.
박종철 재단 관계자는 "얼마 전 타계한 정 여사가 가장 염원한 것도 아들의 명예 회복이었다"고 말했다. 지난 2021년 타계한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고(故) 배은심 여사도 같은 염원을 갖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영재 한양대학교 제3섹터연구소 교수는 "보육·취업·주택 지원이 빠졌음에도 유족들이 법안에 찬성한 것은 어떻게든 국가적 인정을 받겠다는 의지가 강했기 때문"이라며 "유공자법 제정은 제도 차원의 가장 높은 수위의 명예 회복"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사람이 유공자에 포함돼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며 우려 역시 가시지 않고 있다.
국가보훈부 관계자는 "유공자 대상으로 꼽히는 829명에 남민전, 서울대 프락치 사건 같은 경우도 포함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남민전 사건은 유신 말기 최대 공안 사건이며 서울대 프락치 사건은 운동권 학생들이 방송대 학생을 프락치로 몰아 폭행·고문한 사건이다.
기준이 불명확하다 보니 보훈부 심사 과정에서 논란이 될 여지도 남아 있다. 보훈부 관계자는 "보훈부 심의·의결 과정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제시되지 않아 법률적 허점이 있다"며 "사회적인 논란이 되는 대상자까지도 포함되면 법률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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