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철 열사 어머니' 정차순 여사 떠나는 길…尹·文 근조화환(종합)

우상호·이학영 의원 등 추모…윤희근 경찰청장도 화환 보내
상주 "어머니 염원, 대공분실이 인권 지키는 장소되는 것"

17일 오후 서울 강동구 강동성심병원 장례식장에 80년대 전두환 정권 시절 경찰의 고문으로 숨져 6월 민주항쟁의 도화선이 됐던 故 박종철 열사의 어머니인 정차순 여사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 2024.4.17/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장성희 박혜연 기자 = '박종철 열사 어머니' 정차순 여사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시 강동구 강동성심병원장례식장에는 17일 조문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박 여사는 이날 91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은 빈소에 근조화환을 보내 정 여사에게 조의를 표했다.

이날 우상호·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재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김찬휘 녹색정의당 공동대표 등은 직접 빈소를 찾아 유족을 위로했다.

오후 4시쯤 검은색 양복과 넥타이를 착용한 채 모습을 드러낸 우 의원은 1시간가량 빈소에 머물다가 돌아갔다.

그는 취재진에게 "37년을 같이 한 가족처럼 지내 당연히 제가 제일 먼저 와야 된다고 생각했다"며 "워낙 오래 친하게 지낸 사이라 깊은 마음을 같이 나눴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오후 7시가 넘자 정 여사의 지인들도 빈소를 방문해 유족을 위로했다. 대부분 고령인 조문객들은 고인의 마지막 길을 애도하고 정 여사와의 추억을 공유했다.

빈소 앞은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 보낸 화환으로 가득 찼다.

정치권에서는 전·현직 대통령을 비롯해 윤재옥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등이 화환을 보냈다. 시민사회에서는 서울대학교 총학생회, 전태일 재단, 이한열기념사업회 등이 조의를 표했다.

'경찰청장 윤희근'이라고 적힌 화환은 이날 오후 6시20분쯤 빈소 앞에 도착했다. 다만 윤희근 청장이 조문할지는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8년 7월 28일 박 열사의 부친 박정기 씨가 별세할 당시 민갑룡 경찰청장은 빈소를 찾아 조문한 바 있다.

검찰총장 당시 박정기 씨에게 고문치사 사건을 공식 사과한 문무일 전 총장의 화환도 정 여사의 빈소 입구를 지켰다.

서울대 언어학과 3학년이었던 박 열사는 1987년 1월 14일 서울 용산구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학생운동 활동가이자 선배인 사회복지학과 4학년 박종운 씨의 행방을 추궁당하며 조사를 받다가 모진 고문 끝에 사망했다.

경찰에서 조사받던 대학생이 사망했다는 사실을 검찰을 통해 알게 된 중앙일보 기자가 사건 다음 날 처음 보도를 했고, 고문 의혹을 제기하는 언론에 경찰은 고문이 없었다고 거짓 발표를 했다.

하지만 부검 결과 사망 원인은 고문으로 인한 경부 압박 질식사로 밝혀졌다. "바닥에 물이 흥건했다"는 의사의 추가 폭로도 나왔다. 이후 진실을 밝히려는 민주화운동 활동가들과 언론의 추적으로 당시 고문을 지휘했던 경찰 수뇌부가 구속돼 재판을 받았다.

박 열사의 형인 박종부 씨(66)는 정 여사 빈소에서 기자들과 만나 "어머님 마지막 염원은 남영동 대공분실이 인권을 지켜내는 장소가 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상주인 박 씨는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묻자 "죽은 아들 이야기를 잘 하지 않고 속으로만 삭이셨다"면서도 "아들의 생일인 봄에 산소를 찾아 비빔밥을 나눠 먹는 걸 좋아하시고, 행복해하셨다"고 회상했다.

박 씨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강한 어머니이자 자상하신 분"이라며 "손자가 생긴 뒤 죽은 아들 대신 손자 둘을 얻었다고 좋아하셨던 어머니는 책임지고 길러준다며 25년간 손주들을 돌보셨다"고 말했다.

이현주 박종철 센터장은 21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한 '민주 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민주유공자법)'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 센터장은 "아들이 명예롭게 역사에 기록되는 게 바로 민주 유공자로 인정받는 것이었다"며 "민주유공자 제정을 보지 못하고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4·19혁명, 5·18민주화운동을 제외한 민주화 운동의 사망·부상자, 가족 또는 유족을 예우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민주유공자법을 발의했으나 법안은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정 여사의 발인은 19일 오전 8시며 장지는 모란공원이다.

80년대 전두환 정권 시절 경찰의 고문으로 숨져 6월 민주항쟁의 도화선이 됐던 고(故) 박종철 열사의 어머니인 정차순 여사가 17일 향년 91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사진은 1987년 부산집회에서 고 정차순 여사가 발언한 육필 원고. (박종철센터 제공) 2024.4.17/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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