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채상병 특검' 처리된다면…대통령실 압수수색 불가피

박정훈 재판서 '용산' 통화기록 등장…수사 대통령실로 확대 가능성
특검법 발효시 준비기간 약 1달…공수처 성과 없는 이첩 땐 비판 가능성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2024.3.28/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김기성 기자 =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해병대 채 상병 사망 특별검사법의 국회 본회의 처리 시한을 5월 2일로 못 박은 가운데, 특검법이 예정대로 처리되면 수사 과정에서 대통령실 압수수색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채 상병 순직 사건 조사보고서가 경찰에 이첩됐다가 회수될 때 대통령실 관계자와 해병대 지휘부 간 수차례 통화가 오간 사실이 관련 재판에서 드러나는 등 대통령실의 관여 정황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채상병 특검법(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의 주요 수사 대상은 채 상병 사망 사건과 사건 수사 과정에서 불거진 외압 의혹이다.

특검법이 발의되면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에서 고른 후보자 2명 중 1명을 골라 특별검사로 임명한다. 특별검사 임명 절차는 최장 2주가 걸린다.

대통령의 임명을 받은 특별검사는 20일의 준비기간 동안 특별검사보 3명, 파견검사와 특별수사관 각각 최대 20명·40명을 모아 수사팀을 꾸린다. 이후 특검팀은 수사외압 의혹을 수사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북경찰청 등의 기록을 넘겨받아 70일간 수사를 진행한다. 수사 기간은 대통령의 승인을 거쳐 1회에 한해 30일 연장할 수 있다.

◇ "대통령실 압수수색은 당연…해병대-대통령실 통화기록 봐야"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사건 수사 이첩 관련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2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3차 공판 출석에 앞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면담을 마친 후 기자회견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4.3.21/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특검의 향후 주요 압수수색 대상으로는 국방부, 해병대 사령부, 경북경찰청 등이 거론되는 가운데 대통령실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박정훈 대령(전 해병대 수사단장)의 변호를 맡은 김정민 변호사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임기훈 전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과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 지난해 7월 31일 통화한 기록이 재판 과정에서 확인됐다"면서 "채상병 특검이 개시하면 공수처에서 하지 못한 대통령실을 압수수색하는 건 당연하다"고 밝혔다. 해당 날짜는 채 상병 사건의 언론 브리핑과 국회 보고가 예정됐다가 취소된 날이다.

특검의 주요 수사 대상으로는 사건 당시 해병대 지휘부, 임 전 비서관과 임 전 차장,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 신범철 전 차관을 비롯해 박진희 전 국방부 군사보좌관과 유재은 법무관리관이 거론된다.

김 변호사는 "박 전 보좌관은 이 장관에게 올라가는 보고, 하달하는 지시가 통하는 '문고리'"라며 "그의 휴대전화는 판도라의 상자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 법무관리관은 이 전 장관의 지시를 받고 수사 외압 행사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다. 박 대령 측은 국방부 검찰단에 '유 법무관리관이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 기록을 경찰에 이첩하기에 앞서 혐의자와 혐의 내용을 빼야 한다고 말했고, 이 지시가 외압으로 느껴졌다'는 취지의 진술서를 제출한 바 있다.

대통령실 압수수색으로 임 전 차장과 임 비서관의 통화가 대통령실 고위층과 연루된 정황이 드러날 경우 최대 윤 대통령으로 수사 범위가 넓어질 수도 있다.

◇특검 앞 진퇴양난 공수처…"특검 전 처분하라" vs "원칙대로 수사"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 겸 해병대원 사망사건 진상규명 TF 단장 및 민주당 의원들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채상병 특검법' 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윤석열 대통령의 '채상병 특검법’ 즉각 수용을 촉구하고 있다. 2024.4.15/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특검이 빠른 속도로 수사를 진행할 것이란 기대가 있는 만큼 8개월째 수사를 담당한 공수처의 입장은 난처할 수밖에 없다. 이 전 장관 측에서 거듭 조속한 소환을 요구하고 있어 당혹감을 더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의 변호를 맡은 김재훈 변호사는 이날 "정치권에서 특검을 추진하기 전에 공수처는 신속한 수사와 결정으로 그 논란을 불식시켜야 한다"며 이 전 장관 소환조사를 재차 촉구했다.

지난해 9월 민주당으로부터 이 전 장관 등의 고발장을 접수한 공수처는 지난 1월 국방부 검찰단과 조사본부, 해병대사령부 등을 압수수색 했다. 공수처는 압수물 분석 및 포렌식 작업이 끝나지 않아 주요 피의자 조사를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전 장관이 호주대사에 임명된 직후 4시간 동안 불러 조사한 게 전부다.

정치권의 특검 추진에 공수처는 "특별한 입장은 없다. 원칙적으로 수사할 것"이란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지만 성과 없이 특검에 사건을 이첩할 경우 수사 지연, 역량 부족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goldenseagul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