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사형 내리면 2년내 지구 폭발" 영생교 교주, '무죄' 25일 뒤 사망
조희성 종말론 내세워 구세주·살아있는 미륵 주장 [사건속 오늘]
배교자 처단조 운영해 10명 살해…유골 찾은 6명 살해죄로 재판
- 박태훈 선임기자
(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2004년 5월 4일 신문 방송 최대 화제는 영생교 교주 조희성 씨(1931년생)의 항소심 진술이었다.
전날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이홍권)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살인교사, 범인 도피 혐의 등으로 기소된 조 씨는 최후진술을 통해 "사형선고를 내리는 사람은 살인죄를 저지르는 것"이라며 "세계 인류를 구원하는 길은 나에게 무죄를 선고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방청석에서 웃음이 터지자 조 씨는 "웃지 마라. 나에게 사형선고가 내려지면 2년 안에 지구가 폭발한다"며 "2006년이 되면 태양이 어두워지고 지구 속에 있는 불이 솟아 나오게 돼 그때 후회해도 소용없다"고 위협했다.
검찰은 1심에서 사형 선고를 받았던 조 씨에 대해 "똑같이 사형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청했다.
◇ '지구 폭발' 발언 덕인지 조희성 2심에서 살인 무죄, 범인 도피로만 2년 형
2004년 5월 24일 항소심 재판부는 신도 6명의 살해를 지시(살인교사)하고 처단조 도피를 도운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조희성 씨에 대해 "살인교사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최후진술에서 조 씨의 "사형선고를 내리면 지구가 폭발할 것"이라고 위협한 효과를 보는 것 같았다.
재판부는 범인도피 혐의에 대해선 유죄로 보고 징역 2년 형을 선고했다.
조희성 씨는 항소심 선고 뒤 '사형'에서 '징역 2년형'을 내린 서울고법 형사 5부 재판부에 '감사하다'는 말 대신 "누가 봐도 구세주인 나를 모독했으니 너희는 천벌을 받아 죽을 놈들이다"고 저주를 퍼부었다.
◇ "내게 사형 선고하면 2년 내 지구멸망"이라던 조희성, 2심 선고 25일 만에 사망
조희성 씨는 죽다 살아났지만 징역 2년 형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대법원에 상고했다.
"내게 사형을 선고하면 2년내 지구가 폭발해 멸망한다'던 조 씨는 지구가 아니라 자신이 멸망하고 말았다.
항소심 선고 25일 뒤인 2004년 6월 19일 오전 5시쯤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것.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던 조 씨는 사망 전날인 6월 18일 오후 4시 30분쯤 식은 땀을 흘리며 호흡곤란을 호소, 인근 샘안양병원으로 옮겨졌다.
법무부는 조 씨 증세가 악화되자 대법원에 '구속집행 정지'를 신청, 허가를 받은 후 가족들에게 조 씨 신병을 인도했다. 조 씨는 잠깐 의식을 되찾았지만 이내 혼절, 세상을 떠났다.
◇ '신앙촌' 박태선 장로로부터 전도 기술 전수받아 영생교 창시
조희성 씨는 1960~70년대 신앙촌이라는 이름으로 유명했던 신흥종교 천부교 창시자인 박태선 장로(1917~1990) 곁에서 전도 기술, 사업 수단을 배운 뒤 1981년 경기도 부천서 영생교를 만들었다.
스스로를 '구세주' '생미륵불' '정도령' '이긴자'라고 칭한 조 씨는 △ 예수는 구세주가 아니다 △ 말세가 오면 구세주는 한국에서 난다며 말세가 멀지 않았으며 그 구세주가 바로 자신이라는 화술로 사람들을 끌어 모았다.
◇ 시한부 종말론, 헌금 강요, 노동 강요…배교자 처단까지
조희성 씨는 여타 신흥 종교, 사이비 종교처럼 '지구 최후의 날' '말세가 온다'며 시한부 종말론을 내세워 신도들 사이에 불안감을 조성해 하늘나라로 올라가려면 자신에게 돈을 갖다 받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1992년 한국 사회를 들썩 거렸던 '휴거' 소동에도 한 다리 걸쳤던 조희성 씨는 1995년에도 '종말이 다가왔다'고 외쳤다.
그러는 한편 회사를 설립, 신도들을 거의 공짜로 노동시켜 얻어낸 이익금을 포교활동, 개인 활동자금으로 사용했다.
또 자신의 말과 운영 방침에 반기를 든 이들을 '배교자'로 규정했다.
◇ 배교자 처단조…밝혀진 것만 10명 살해 암매장
조희성의 영생교는 "형제를 내 몸 같이"를 유독 강조했다. 이를 뒤집어 보면 영생교를 벗어나는 배교자는 형제를 배신한 자, 형제를 죽인 자와 같다는 말이다.
영생교 내부엔 이들 배교자를 처단하는 이른바 '처단조'가 은밀하게 움직이는 등 공포감을 조성, 신도들을 묶어 놓았다.
1980년대 말 처단조는 나 모, 지 모 씨 2개 조직이 있었지만 조희성 씨 경호원 노릇까지 하던 지 씨가 1990년 나 씨에 의해 살해 당해 이후 나 씨가 배교자 처단을 전담했다.
2003년 8월 영생교 살해 의혹 수사에 착수한 수원지검 강력부(부장검사 이경재)는 경기도 안성 금광저수지 근처 야산에서 1990년에 나 씨에 의해 살해된 지 씨 유골, 전라북도 정읍시에서 박 모 씨 유골, 전북 완주군에 양 모 씨 유골을 발굴했다.
8월 13일 조희성 씨를 체포한 수원지검은 그해 9월 2일 "모두 10명이 교주의 지시에 의해 살해·암매장된 것으로 확인했다"며 조희성 씨 등 5명을 재판에 넘겼다.
◇ 증거 불충분 4건 제외 6건 살인 혐의로 재판…처단조 리더 사형 확정
검찰은 1994년부터 도피행각을 이어오던 처단조 리더 나 모 씨를 2004년 초 검거해 살인 등의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6명을 직접 살해한 혐의로 1, 2심 모두 사형을 선고받은 나 씨는 상고했으나 2004년 9월 8일 사형을 확정 받았다.
또 대법원은 나 씨를 도운 김 모 씨 무기징역, 정 모 씨 징역 15년형, 조 모 씨 징역 12년형을 확정했다.
나 씨는 2024년 5월 4일 현재 사형 선고를 확정받고도 집행이 미뤄지고 있는 사형수 59명 중 한명으로 옥살이를 이어가고 있다.
◇ 조희성 교주 부인이 영생교 명맥 이어가
조희성 씨 사후 영생교는 조 씨 부인인 승리재단 총재 이 모 씨에 의해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영생교는 코로나19가 절정이던 2021년 2월 초 마스크도 쓰지 않고 예배를 보다가 53명이 집단 감염돼 오랜만에 이목을 끈 바 있다.
buckba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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