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차관 고소, 민주당 가세…점점 복잡해지는 '의대증원' 해법

李 '보건의료계 공론화 특별위원회' 제안…정부 '신중모드'
윤석열 대통령 오늘 국무회의 발언 주목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전공의를 비롯한 의료계의 집단행동이 이어지고 있는 15일 오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들이 걸어가고 있다. 2024.4.15/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여당의 참패로 끝난 총선 이후에도 의대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은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16일 의료계에 따르면 총선 직전인 9일부터 정례 브리핑을 열지도 않던 정부가 총선 닷새 만인 전날(15일)에 마침내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전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 모두발언에서 "정부의 의료개혁 의지는 변함이 없다"며 "의대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 4대 과제는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선결조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료계를 향해 "집단행동을 멈추고 조속히 대화에 나서주시길 바란다"며 "2025년도 대입 일정을 고려할 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으로,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통일안을 조속히 제시해 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의정 대화를 가로막는 또 하나의 악재가 터졌다. 같은 날 사직 전공의 1360명이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을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소하면서다.

고소에 참여한 정근영 전 분당차병원 전공의 대표는 "정부는 각 수련병원장에게 '직권남용'을 해 전공의들의 사직서를 수리 금지했고, 업무개시명령을 내려 젊은 의사들이 본인의 의지에 반하는 근무를 하도록 강제했다"며 "전공의들의 휴직권, 사직권, 직업선택의 자유 등 헌법과 법률이 보장한 정당한 권리 행사를 방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박 차관은 이번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을 주도하면서 초법적이고 자의적인 명령을 남발해 왔다"며 "박 차관이 경질되기 전까지 절대 병원에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박 차관에 대한 고소가 전공의 전체를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 의사라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의료계는 1300명이 넘는 전공의들이 복귀 전제조건으로 박 차관 경질을 제시한 것은 정부와의 대화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전공의들이 박 차관을 고소한 데 대해 복지부는 즉각 유감을 표명하며 "특정 공무원의 거취와 병원 복귀를 연계하는 것은 타당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일축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런 식으로 전제 조건이 자꾸 늘어난다"며 "대화를 하자는 건지 말자는 건지 속내를 모르겠다"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4.4.15/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이런 가운데 야당이 중재에 나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전날 총선 후 처음 열린 당 최고위원회에서 "정부는 특정 숫자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 의료계 역시 즉각 현장에 복귀해야 한다"며 "사회적 대타협안을 마련하기 위해, 시급한 의료 대란 해소를 위해 정부·여당의 대승적인 결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해결책으로 국회에 여·야·정, 의료계, 시민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보건의료계 공론화 특별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이 대표의 제안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월 정부의 의대 2000명 증원에 대해 정원 확대는 필요하지만 공공의대설립, 지역의대설립, 지역의사제 도입 등을 선결 조건으로 내세웠다. 또 비상대책기구를 만들어 의협과 논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한덕수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의료계와 협의체를 꾸리려 했지만, 한 총리가 사임하면서 구심점을 잃었다는 것도 이 대표가 '공론화 특위'를 재차 제안한 배경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의 '공론화 특위'가 총선 이후 여야간 협치 1호 사례가 될 것이란 기대감을 드러낸다. 하지만 이 대표 제안에 대해 정부는 공식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제안을 수용한다는 순간 의대증원 주도권이 정부에서 국회로 넘어가는 것이어서 정부가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의료계가 한목소리로 정부에 대응할 수 있을지도 여전히 미지수다. 일부 전공의들 사이에서는 의대 교수 집단에 대한 불신이 표출되고 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교수들은 착취의 사슬에서 중간관리자 역할을 해왔다"고 쓴 기사 인용 글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열리는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총선과 관련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전해진다. 이 자리에서 의대 증원 관련 문제를 언급할지 주목된다.

rn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