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뒤 한다던 공공기관 지방 이전…산은 이전도 '불투명'

공공기관 이전, 수도권 민심에 거듭 연기…동력 잃었단 지적
'첫 스타트' 산은 이전 법안 마지막 임시회서 통과 여부 결정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원들이 산업은행 지방이전 추진 중단 등을 요구하는 규탄대회를 진행하는 모습.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박우영 기자 = 정부가 앞서 2차 공공기관 지역 이전을 22대 국회의원 선거 뒤에 본격 논의하겠다고 밝혔으나 여소야대 정국이 유지되면서 추진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장 21대 국회 내 통과를 노리는 산업은행 부산 이전 법안도 통과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관측이다.

15일 지방시대위원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우동기 위원장,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공공기관 지역 이전을 22대 총선 뒤에 본격적으로 논의하겠다고 했다. 당초 지난해까지 이전 계획을 마련하겠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었다.

우 위원장은 지난해 7월 기자들과 만나 "정치권에서 총선을 앞두고 공공기관 이전에 예민하다"며 "선거 전에 화약고를 섣불리 건드릴 바에 준비를 철저히 해서 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공공기관 지역 이전은 정치권에서 '고차방정식'을 요구하는 현안으로 꼽힌다. 공공기관을 떠나보내야 하는 수도권 주민과 해당 기관 종사자들은 이전을 반기지 않는다. 지역 이전 '첫 타자'인 산업은행 노조도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반면 이전지인 부산에서는 산은 이전이 지역 최대 숙원 사업이다.

정부 약속대로 총선이 끝났으나, 여당이 참패하며 사업이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총선 수도권에서 122석 가운데 단 19석만을 얻은 정부여당이 수도권 민심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탓이다. 여기에 '조기 레임덕'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어 정부는 지방균형발전 같은 '대의'보다는 당장 민심을 달랠 '민생정책'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게 됐다.

문재인 정부 때도 비슷한 맥락에서 공공기관 이전 논의가 번복된 바 있다.

2020년 신년기자회견에서 문 전 대통령이 총선 이후 공공기관 지역 이전 지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4월 총선 직전 '총선 후 공공기관 지역 이전 추진' 입장을 공식화했다.

그러나 선거가 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났음에도 같은 해 정세균 당시 총리가 "(현 정부 내)공공기관 이전이 실행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하는 등 공공기관 이전 논의가 사그라들었다. 얼마 남지 않은 대통령 임기와 부동산 정책에 대한 수도권 반감 등이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기관 지역 이전의 '첫 스타트'를 끊어야 하는 산은도 당장 이번 국회 내 법안 통과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예상이 나온다.

총선 전에도 법안 통과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민주당은 이번 총선 과정에서 국민의힘과 달리 산은 본사의 부산 이전을 공약에 포함하지 않았다.

이재명 대표도 부산 유세 과정에서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여기에 산은 이전을 강력하게 주장해온 지역구 의원이 낙선하는 등 부산 지역구 의원이 3명에서 1명으로 줄어 민주당이 정치적 부담 또한 덜었다는 분석이다.

산업은행은 본사를 서울 밖으로 옮기려면 '산업은행법' 개정이 필요하다. 이달 열리는 21대 국회 마지막 임시회에서 통과가 안 되면 개정안은 자동 폐기된다.

alicemunr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