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드는 '채상병 특검법'…수사 더딘 공수처는 곤혹스러운 표정
총선 압승 야권서 특검 압박 높여…여권서도 찬성 목소리 분출
공수처, 특검으로 수사 부담 줄지만 '역량 부족' 비판받을 수도
- 김기성 기자
(서울=뉴스1) 김기성 기자 = 총선에서 압승한 범야권이 21대 국회의 남은 임기 내 '해병대 채상병 순직사건 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상병 특검법) 처리를 촉구한 가운데 여권에서도 특검 도입에 찬성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특검 추진이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채 상병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수사해 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서는 곤혹스러운 상황에 놓였다. 특검 수사에 따라서는 그간 미진해 온 공수처 수사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야권 '채 상병 특검법' 압박…공수처 "원칙대로 수사"
공수처 관계자는 14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국회의 채상병 특검 도입 움직임에 대해 "특별한 입장은 없다"면서 "해병대 수사 외압 특검 관련 내부 논의는 아직 없었고 원칙대로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채상병 특검법은 지난해 7월 수해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사망한 해병대 채 모 상병 사건 수사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국방부가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규명하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해 10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돼 이달 3일 자로 국회 본회의에 자동 부의됐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총선 직후 연일 21대 국회 임기 내 채상병 특검법 통과를 요구하며 정부·여당을 압박하고 있다. 여권 분위기도 특검 추진에 힘을 보태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채상병 특검에 대해 "개인적으로 찬성한다"며 "본회의 표결 때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말하는 등 여권에서도 특검 찬성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종섭 4시간 조사 후 아직도 검토 중…수사 미진 비판 가능성
채상병 특검 출범 시 공수처는 그간의 수사자료를 넘기고 '감사원 표적 감사 의혹', '한명숙 모해위증 사건 기밀 유출 의혹' 등 다른 사건 수사에 매진할 여유가 생긴다. 다만 특검이 그간 수사 과정에서 미진했던 부분이 부각될 수 있어 '수사 지연' 등 또 다른 논란에 또 휩싸일 수 있다.
공수처는 민주당이 지난해 9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발한 이후 지난 1월 국방부 등을 압수수색 했지만, 주요 피의자 조사를 하지 못했다. 이 전 장관이 호주대사에 임명된 직후 4시간 동안 불러 조사한 게 전부다.
또 이 전 장관이 지난달 21일 호주에서 귀국 후 소환조사 출석 의지를 보였지만 공수처는 "압수물 등의 디지털 포렌식 및 자료 분석 작업을 마치지 않았고 참고인 등 조사도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며 소환조사 불가 입장을 냈다. 이로 인해 공수처는 '늑장 수사'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지난 2월 기자들과 만나 채상병 사건 수사와 관련해 "포렌식 수사관이 많지 않고 포렌식 참관 일정도 맞춰야 해서 분석 자료가 줄을 서 있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지난 8개월 동안 이렇다 할 성과 없이 특검에 이첩할 경우 공수처는 재차 수사 지연, 역량 부족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goldenseagul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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