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깻잎 한 장 당락 결정, 내 한 표 이렇게 소중했다니"…MZ 정치 눈뜨나
"내 한 표 값어치 올라간 느낌"…MZ '정치 무관심' 변화 계기 마련
- 홍유진 기자, 서상혁 기자
(서울=뉴스1) 홍유진 서상혁 기자 = "새벽에 잠깐 깼는데 간발의 차로 결과가 뒤집혔더라고요. 막상 투표를 안 했으면 상대편 후보가 이겼을 거라 생각하니 정말 아찔했어요."
지난 12일 만난 김 모 씨(26·여)는 이번 선거에서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에 한 표를 던졌다고 한다. 김 씨는 "국민의힘 후보가 앞서고 있는 걸 보다가 잠들었는데 새벽에 깨보니 간발의 차로 고 후보가 앞서고 있었다"며 "투표 안 했으면 어쩔 뻔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내 한 표의 값어치 올라간 느낌"
22대 총선에서 불과 몇백 표 차이로 당락이 뒤바뀐 경우가 속출하면서 2030 유권자 사이에서 "한 표의 소중함을 깨달았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그간 2030 유권자들이 '정치에 무관심하다'는 평가가 나왔던 것과는 사뭇 대비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곳곳에서 초박빙 승부가 펼쳐졌던 이번 선거가 청년 유권자들의 '정치 효능감'을 일깨우는 계기로 작용했을 수 있다고 분석한다.
정치 효능감은 자기 행동이 실제 정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정치 효능감이 낮을수록 자신이 현실 정치와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번 비례대표 선거에서 개혁신당에 투표했다는 이 모 씨(33·남)는 개표 막판에 "아!"하는 탄사가 나왔다고 한다. 비례 개표율이 99% 넘어갈 때 개혁신당이 비례대표 1석을 추가로 가져가는 반전이 일어나서다.
이 씨는 "다음 날 오전 9시쯤에 개표를 지켜보는데 그 순간에 딱 비례대표 의석이 하나 늘었다"며 "티끌만 한 차이로 됐다는 생각이 들면서 내 표의 값어치가 올라간 기분을 처음 느꼈다"고 했다.
◇"내 표로 얼마든지 바뀐다" 경험한 2030
이번 선거에서 여론조사 결과가 다소 빗나간 것도 청년들의 인식 변화에 한몫했다. 어차피 다 정해져 있을 것이란 인식이 깨져버린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254곳 중의 18개 지역구는 출구조사와 실제 개표 결과가 엇갈렸다. 특히 수도권과 격전지 등에서 반전이 많았다.
경기도 성남 분당을에 거주하는 대학생 심 모 씨(22)는 "여론조사랑 출구조사 모두 김병욱 후보가 이기는 걸로 나와서 당연히 그렇게 될 줄 알았다"며 "숨은 한 표들이 모여 얼마든지 결과가 뒤바뀔 수 있다는 걸 실감했다"고 말했다.
분당을 출구조사에서는 민주당 김병욱 후보(51.7%)가 국민의힘 김은혜 후보(48.3%)를 이기는 것으로 예측됐으나, 개표 결과 초박빙 끝에 김은혜 후보가 당선됐다.
전문가들은 선거 과정에 직접 참여했다는 경험이 청년들의 정치 효능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은 "정치 효능감은 내가 투표장에 갔을 때 실제로 그 후보가 당선될 확률이라든지, 현실 정치가 바뀔 때 느껴지는 것"이라며 "수도권, 충청권 등 비교적 정치색이 강하지 않은 지역들 위주로 청년들의 정치 효능감이 높아지는 측면이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특히 이번 총선에서 부·울·경 지역의 경합 지역이 확대됐는데, 그만큼 보수 색채가 강했던 지역주의가 쇠퇴했다는 뜻"이라며 "점차 지역주의가 옅어짐에 따라 청년들의 정치 효능감이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장우영 대구가톨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 선거에서도 박빙 구도가 일어났는데, 여기서 표를 행사했다는 경험 자체가 청년들의 정치적 효능감을 키워주는 결과가 됐을 것"이라며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은 2030 세대의 특성상 앞으로 양극화된 정치 지형에서 이들의 표가 가지는 값어치가 상당히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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