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선거 겪은 'MZ공무원'들 "휴무에 수당 더 줘도 검수 걸리기 싫어요"
2022년 이어 공무원 또 사망…"업무 부담 과중"
하위 조직 갈수록 강제차출…수개표 도입으로 심화
- 박우영 기자
(서울=뉴스1) 박우영 기자 =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공무원이 과로로 순직한 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선거 사무 인센티브를 확대했으나, 일선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선거 사무의 업무 강도가 인센티브 대비 과중하다고 보는 기류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0일 마무리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29년 만의 수개표로 인한 '구인난'에 저연차 공무원들이 사실상 강제로 동원되며 이 같은 불만의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11일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행안부·인사혁신처는 이번 총선을 앞두고 공무원 복무규정을 개정해 공직선거일에 투개표 업무를 하는 모든 공무원에게 1일 또는 2일 휴무를 의무 부여하도록 했다. 기획재정부도 이번 선거 사무 수당을 투표관리관 19만 원, 투표사무원 13만 원으로 3만 원씩 인상했다.
2022년 6월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전주시 한 공무원이 과로로 숨진 데 따른 '후속대책' 성격의 조치다. 당시 사망 공무원은 공식적으로 '순직'을 인정받았다. 통상 선거 사무원은 투표 당일 13~14시간을 근무한다.
이 같은 정부 대책에도 일선 공무원들은 근본적으로 과도한 업무 강도가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공무원 A 씨는 "많은 일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투표 행렬이 이어지면 별도 휴식·식사 시간 없이 꼭두새벽부터 저녁까지 내내 서서 일을 하게 된다"며 "시청·도청 등 상위 조직은 강제 차출도 적고 추후 휴가 사용도 자유롭지만 구청·동주민센터 단위로 가면 사실상 강제 차출에 정당한 보상도 보장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 한 구청 소속 B 씨도 "남들 쉴 때 평소 업무시간보다 더 길게 일하고 받는 휴무라 보상이라기보다는 최소한의 정당한 '대가'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며 "그마저 쓰려면 저연차 입장에서 눈치가 보이고, 무엇보다 투표 관리든 개표든 다음 날 업무에까지 영향을 미칠 정도로 고된 일이라 절대 자원해서 하고 싶지 않다"고 털어놨다.
우려대로 7일 총선 사전투표 업무에 동원된 전북 남원시 공무원이 근무 직후 쓰러져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전국공무원노조 남원시지부는 추모성명서에서 "여전히 수많은 공무원이 식사할 시간도 없이 일 14시간의 장시간 노동을 강요당한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고강도 업무 차출이 저연차 중심으로 이뤄지며 'MZ공무원'의 불만이 쌓였다.
A 씨는 "자원이 부족하면 결국 차출이 이뤄지는데 보통 젊은 미혼 직원이 가게 된다"며 "이번 총선은 동원 규모가 늘다 보니 시청 단위에서도 여럿이 강제로 차출됐다"고 귀띔했다.
정부는 지난 총선에서 부정선거 음모론이 일자 1995년 중단됐던 수검표 절차를 지역구 개표에서 부활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총선에는 지난번보다 2만여 명 많은 34만 7000명의 투·개표 사무원이 동원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투표 시간 등 근본적인 투표 제도를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이다.
박중배 전국공무원노조 대변인은 "수당 등이 아닌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인데 정부는 수개표를 도입하는 등 되레 업무 강도를 가중한다"며 "외국 어디에도 하루 12시간을 투표하는 나라가 없는 만큼 투표 시간 자체를 줄이는 게 근본적인 해답"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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