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떠난뒤 26일만에 시신이 된 여고생…'악마의 판도라' 그들의 짓
김해 가출팸, 성매매 대상 찾아 모텔 감금 돈벌이[사건속 오늘]
귀가시켰다 발각될까 예배 중 또 납치…경찰 4차례 신고도 외면
- 소봄이 기자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2014년 4월 10일, 경남 창녕의 한 야산에서 불태워진 채 시멘트로 암매장당한 여고생 시신이 발견됐다.
집을 떠난 지 26일 만에 처참하게 훼손된 시신으로 돌아온 여고생은 고등학교에 갓 입학한 윤 모 양(당시 15세)이었다.
고문 끝에 윤 양을 죽음에 이르게 한 범인은 20대 성인 남성과 10대 여학생들로 구성된 '김해 가출팸'이었다.
김해시 소재 중학교 선·후배 사이인 남성 이 모 씨(25), 허 모 씨(24), 이 모 씨(24). 그리고 이들의 고향 후배인 양 모 양(15)과 양 양의 친구들 양 모 양(15), 정 모 양(14), 허 모양(14).
7인의 살인 집단은 윤 양의 고통을 놀이처럼 즐겼다. 그렇게 '제2의 윤 일병 사건'이 김해에서 일어났다.
◇15일간 하루 3번 성매매 당한 윤 양…"조건은 30대 이상만", 왜?
다른 지역에 살고 있다가 김해로 전학해 온 윤 양은 경상도 사투리를 쓰지 않는다는 이유로 학급에서 따돌림을 당했다. 그러다 윤 양은 평소 알고 지내던 김 모 씨(24)를 만나게 됐는데, 알고 보니 김 씨도 한때 김해 가출팸 일당과 함께했던 멤버였다.
당시 여관에서 함께 생활하던 5명의 가출팸은 성매매를 해줄 대상을 찾고 있었다. 윤 양의 사정을 알게 된 이들은 윤 양을 가출하도록 유인한 뒤, 대가를 받고 성매매하는 '조건 만남'을 시키기로 모의했다.
2014년 3월 15일 오후 2시쯤, 윤 양이 김 씨를 따라 가출하면서 지옥 같은 덫에 빠져들었다. 윤 양은 부산의 한 여관에서 가해자들과 함께 생활했고, 이들은 계획대로 윤 양에게 성매매를 강요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채팅 사이트에 윤 양의 신체 사진을 올려 성 매수 남성을 물색했다. 다만 조건은 '시간당 15만원. 콘돔 착용 필수. 변태 안 됨. 젊은 사람 안 됨. 30대 이상'이라고 적었다. 성매매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경우 제압이 쉽지 않은 젊은 남성들을 배제한 것이었다.
가해자들은 윤 양을 울산 모처의 모텔에 감금한 뒤 3월 29일까지 약 15일간 1일 평균 3회에 걸쳐 성매매를 강요했다. 많게는 하루 8번까지 성매매를 시켰고, 성매매를 통해 하루 120만 원을 벌어들이기도 했다. 이 수익은 생활비와 유흥비로 사용했다.
◇"아저씨들 상대했다" 풀려났지만…경찰도 "우리 관할 아냐" 수사 회피
윤 양을 유인하고 조건 만남을 강요하는 역할을 했던 김 씨는 이후 무리에서 이탈했다.
3월 29일 오후 9시, 윤 양의 아버지가 가출 신고한 것을 알게 된 가해자들은 윤 양에게 "성매매 행위를 말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고 집으로 돌려보냈다.
윤 양은 '어떤 생활을 했냐'는 아버지의 질문에 "2주 동안 있으면서 아저씨들을 상대했다"고 토로했다. 아버지는 이튿날 피해 사실을 경찰에 신고하기 전, 딸과 함께 교회에 방문했다.
가해자들은 "귀가한 윤 양이 자기 아버지에게 성매매 사실을 다 말하고 있다"는 것을 전해 듣고 다시 윤 양이 교회 갔을 때를 노렸다. 예배 공간이 달라 부녀가 잠시 떨어진 이때, 가해자들은 윤 양을 승용차에 태워 울산에 있는 모텔로 데려갔다.
당시 윤 양의 아버지는 "딸이 성매매를 강요당했다"며 경찰에 4차례나 신고했다. 하지만 경찰은 윗선에 이를 보고하지 않았고, 교회 납치 사건을 신고했을 땐 "거긴 우리 관할이 아니다"라며 수사하지 않았다.
이후 가해자들은 더욱 영악하게 범행을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가출한 여학생 두 명이 합류하면서 7명의 가해자가 모이게 됐다. 윤 양은 결국 교회에서 납치된 지 약 열흘 만에 사망했다.
◇토사물 핥게 시키고 끓는 물 뿌렸다…성매매 이어 가혹행위까지
윤 양은 울산의 한 모텔에서 가해자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페이스북에 접속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가해자들은 "우리의 위치를 노출했다"면서 대구로 이동한 뒤 번갈아 가며 윤 양을 폭행했다.
또 조를 짜서 윤 양을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감시했다. 특히 가해자 중 한 남성은 "(공범인) 여학생 중 한 명과 싸워 이기면 집으로 보내주겠다"면서 일대일로 싸우게 하며 폭행을 가했다.
가해자들은 윤 양에게 '앉았다 일어서기' 100회를 시켜 중간에 멈추면 때리거나 냉면 그릇에 소주를 부어 마시게 한 뒤 윤 양이 이를 토해내면 토사물을 핥게 했다. 또 윤 양이 너무 맞아 답답해 물을 좀 뿌려 달라고 하자, 그의 팔에 끓는 물을 뿌리기도 했다.
이때 남성 가해자들은 여성 가해자들을 통제하기 위해 윤 양 폭행에 무조건 가담하게 했다. "누구라도 내 말을 거스르면 똑같이 당할 것"이라는 무언의 협박이었다.
지속적인 폭행과 가혹행위로 윤 양은 이온 음료를 제외하면 물도 삼키기 어려운 상태였다. 병원으로 데리고 가지 않으면 탈수와 쇼크로 인해 사망에 이를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가해자들은 범행이 탄로 날 것을 우려해 폭행을 이어갔다.
◇'악마를 보았다'…시신에 휘발유 뿌리고 시멘트 덮어 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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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9일 오후 10시, 가해자들 일부는 윤 양을 승용차에 태우고 돌아다녔다. 윤 양은 소변을 보기 위해 차에서 내렸지만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혼자 몸을 가누지도 못할 정도였다.
이들은 차 안에서 윤 양에게 "죽으면 누구를 데려갈 것이냐"고 물었고, 윤 양이 정 양과 허 양을 지목하자 이에 화가 나 주먹과 구두 굽 등으로 그를 때렸다. 이후 이들은 나머지 가해자들이 기다리고 있는 대구의 한 모텔 인근 주차장으로 윤 양을 데려가 폭행했다.
결국 윤 양은 4월 10일 0시 30분쯤 승용차 뒷좌석 바닥에서 웅크린 상태로 숨을 거뒀다. 사인은 탈수와 쇼크로 인한 급성 심정지였다.
생전에 질병이나 수술 이력 없이 건강했던 피해자는 단순 폭행을 넘어 고문에 가까운 가혹행위에 결국 세상을 떠났다. 가해자들의 악랄한 범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들은 4월 11일 새벽 2시쯤, 승용차 트렁크에 윤 양의 시신을 싣고 경남 창녕군의 한 과수원으로 향했다. 미리 준비한 삽과 곡괭이로 구덩이를 파서 시체를 넣은 뒤, 얼굴을 알아볼 수 없게 하기 위해 미리 준비한 휘발유를 얼굴에 뿌려 불을 붙여 그을린 후 흙으로 덮었다.
다음 날 밤, 가해자들은 불안했던 것인지 윤 양의 시체를 다른 곳에 옮겨 묻기 위해 땅을 다시 파 시체를 꺼내 트렁크에 실었다. 14일 새벽 2시쯤, 창녕군 대지면 환곡교 앞 도로로 이동한 이들은 윤 양의 시체를 들고 야산으로 향했다.
가해자들은 좀 더 확실한 뒤처리가 필요했다. 이들은 당초 윤 양의 유인을 담당한 김 씨를 찾아가 처리 방법을 물었고, 김 씨는 "모래를 섞을 필요 없이 모르타르를 쓰고, 빨리 굳는 급결 시멘트를 사용하라"고 조언했다.
치밀하고 영악한 7명의 악마는 윤 양의 시체를 다시 묻고 시멘트를 붓고 돌멩이와 흙을 덮어 매장했다.
◇윤 양 사망 열흘 만, 40대 남성 '또' 죽였다…여학생들은 이미 '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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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들은 다시 모였다. 대전 유성구에서 만난 40대 성 매수 남성의 금품을 갈취하기 위해 차량 뒷좌석에 태운 뒤 무자비하게 집단 폭행했다. 결국 남성이 사망하자, 이들은 차 안에 남성의 시신을 버리고 도주했다.
윤 양이 사망한 지 열흘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가해자들은 남성으로부터 빼앗은 금팔찌와 시계, 휴대전화 등을 팔아 대포차를 구매하기도 했다. 가해자들은 시신을 버린 현장에 나타나 배회하다가 잠복 중이던 경찰에게 붙잡혔다.
주범으로 지목된 20대 남성 가해자들은 재판 과정에서 "범행이 기억나지 않는다"면서 조금의 죄책감과 반성도 없는 태도를 보였다. 그뿐만 아니라 20대 남성 가해자들과 10대 여학생들의 진술은 엇갈렸고,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 급급했다.
아울러 10대 여학생들은 "나도 피해자"라며 남성 가해자들의 협박에 강제로 성매매 당했다고 주장했다. 또 윤 양을 폭행해 살해한 것도 자신들의 의지가 아니었고, 폭행당할까 봐 두려워 가담했다며 억울하다고 강조했다.
2015년 12월, 대법원은 주범이었던 20대 남성 가해자 이 씨와 허 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나머지 이 씨는 징역 35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윤 양을 유인했던 김 씨는 가장 가벼운 처벌인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함께 기소된 여학생 중 양 양 두 명은 장기 9년, 단기 6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중학생이었던 정 양과 허 양은 장기 7년, 단기 4년의 징역형이 확정됐다. 여학생들은 출소했으며, 복역 중 반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양의 아버지는 "처음에는 용서할 수 없었지만, 시간이 지나 생각해 보니 그 아이들도 어른들의 보호를 받지 못했다"며 가해 여학생들 역시 피해자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sb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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