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서울 '치매 전문' 공공 서북병원…"집에서 여생 보내시도록 돕겠다"
31개 병상 규모 '치매안심병원'…음악치료·심리치료 등
최장 60일 '집중 치료' 후 지역 사회 복귀 지원
- 박우영 기자
(서울=뉴스1) 박우영 기자 = #. 다시 한번 해볼까요? 잘하셨어요. 이번엔 저를 따라 해보세요.
서울지역 첫 치매안심병원인 서북병원 안심병원이 4일 운영을 개시했다. 31개 병상 규모(988.27㎡)로, 보건복지부의 치매안심병원 지정기준 조사를 통과했다.
치매안심병원은 식사 거부 등 행동심리증상이 심한 치매 환자를 집중적으로 치료하고, 퇴원 후에도 지속적인 관리로 자택 등 지역사회에서 안전한 생활을 하도록 돕는 병원급 의료기관이다.
송은향 치매안심병원 신경과장은 "문제 행동이 있어서 타 병원이나 요양 시설에서 조절이 안 되는 분들, 입소를 거부당한 분들 등 중증 환자들이 오신다"며 "어르신들이 30~60일 정도 머물며 약물 치료, 비약물 치료, 수련 등을 거쳐 다시 진정이 되면 지역 사회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병원의 역할"이라고 소개했다.
일반 병실은 물론 침상 환자용 병실, 집중치료실, 심리안정치료실 등 목적별로 다양한 시설이 마련됐다. 2~4인실 31개 병상이 갖춰졌다. 임상심리사, 음악치료사, 미술치료사 등 전문치료진이 미술치료, 동반 신체질환 관리 등 집중 치료를 제공한다.
이날 병원 음악치료실에서는 어르신 10여 명이 장구 등 전통 악기를 연주하며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었다. 음악치료사가 "얼씨구 지화자 좋다" 선창을 하자 10여 명의 합창이 이어졌다. 일부 어르신은 형형색색의 한지를 손에 들고 흔들었다. 노래는 물론 시각적인 자극 등으로 치매를 예방하는 취지다.
문제 행동을 일으키는 어르신을 진정시키는 심리안정치료실에는 미러볼, 빔프로젝터, 스피커 등 다양한 설비가 갖춰져 있었다. 송은향 과장은 "어르신이 난동을 부리는 등 감당이 힘들 때 약물 치료를 하는 방법도 있지만 비약물치료로 안정을 가져다드리는 방법도 있다"며 "빛과 음악, 즉 소리와 시각으로 마음에 안정을 가져다드린다"고 설명했다.
어두운 방 안에 피아노 음악이 울려 퍼지자 빔 프로젝터는 '봄 동산'의 이미지를 벽에 표출했다. 구석구석 희미한 조명은 차분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심리안정치료실 건너편 벽에는 어르신들이 미술치료 시간에 그린 꽃 작품들이 벽에 걸려있었다.
개인 간병 없이 어르신 관리를 요양보호사에게 맡길 수 있다는 것이 안심병원의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 15명의 요양보호사가 3교대 체제로 근무하고 있다. 공공병원인 만큼 대기자가 발생했을 때는 취약계층을 우선으로 입원 절차를 밟는다.
서울시는 민선8기 공약 '안심치매 2.0' 추진을 위해 2026년까지 치매안심병원 2개소를 추가 지정할 계획이다.
가정 복귀 뒤에는 데이케어센터 등 지역 차원의 치매 의료체계가 어르신들을 전담한다. 안심병원도 퇴원 후 3개월까지 이 과정을 함께 지켜보며 관리한다.
송 과장은 "노인 분들은 생의 마지막에는 결국 본인이 살던 데서 죽음을 맞고 싶다고 생각한다"며 "어르신들이 요양시설 등 낯선 곳으로 다시 보내지는 대신 가정에 복귀해 여생을 보내실 수 있도록 계속 돕겠다"고 말했다.
alicemunr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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