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안 심는 식목일, 식목 행사 3월에 이미 끝…옮겨야 하나

기후온난화로 지자체들 3월에 나무심기 행사
변경 주장 꾸준히 제기…"상징성 있어" 반론도

지난 3월27일 부산 부산진구 백양산 용골 일원에서 열린 제79회 식목일 기념 나무심기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나무를 심고 있다. (자료사진) 2024.3.27/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기후 온난화로 4월 5일에 심는 것은 너무 늦죠. 3월 중순에 식재를 하는 게 가장 나무에 좋다고 해서 행사를 당겨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공식 식목일에 3주가량 앞서 식목 행사를 진행한 이유를 묻자 구청 공무원은 '기후 변화' 때문이라는 답을 내놨다. 서울 영등포구청은 지난 3월13일 식목일을 맞아 '릴레이 나무 심기 행사'를 열었다.

5일 산림청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와 관련기관 217곳을 대상으로 식목일 기념행사 계획을 조사한 결과 3월에 식목일 행사를 열겠다고 밝힌 기관은 117곳으로 54%를 차지했다. 정작 식목일 당일 행사를 연다고 계획한 곳은 58곳(26.7%)에 불과했다.

이처럼 4월 5일이 아닌 3월에 나무를 심는 것은 기온이 오르기 전에 나무를 심는 것이 생육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김현석 서울대학교 산림과학부 교수는 "나무를 심기 좋을 때는 눈이 트기 전, 뿌리는 자라기 시작했을 때"라며 "(4월이 되면) 벌써 꽃이 피는데 꽃이 피고 심으면 나무의 스트레스가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공식적인 식목일을 3월 정도로 당겨야 한다는 의견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서울환경운동연합 측은 "식목일이 제정된 1946년에 비해 4월 5일의 평균 기온이 2.3도 상승해 10.6도가 됐다"며 식목일을 앞당길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실제 서울환경운동연합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2010년부터 3월 중순부터 말 사이에 나무를 심는 '온난화 식목일’을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15회 행사도 3월 23일에 열렸다.

노무현 정부 당시 식목일 변경이 본격적으로 추진돼 이명박 정부 때 국무회의에서 논의가 이뤄졌다. 당시에는 '식목일의 상징성과 통일 가능성'을 고려해 기념일은 변경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기온변화를 고려해 나무를 심는 시기를 탄력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식목일 변경 논의는 계속됐다. 2013년 안전행정부(현 행정안전부)에서 검토를 요청해 산림청이 의견을 수렴했지만 '유지'로 결론 났다.

식목일을 3월로 앞당기는 내용의 법안도 다수 발의됐다. 21대 국회에서만 관련 법안이 4건 발의됐지만 소관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관련 요구가 계속되자 주무 부처인 산림청이 2021년 국민 1006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56%가 식목일 날짜 변경에 찬성했고 식목일을 유지해야 한다는 비중은 37.2%였다. 변경 의견이 많기는 했지만 산림청은 '국민 공감대가 크지 않다'며 식목일을 유지하기로 했다.

앞으로 기후변화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지 예측할 수 없고 기념일 자체로의 의미가 있기 때문에 식목일 변경은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또 전국적으로 기온의 편차도 있고 식목일에만 나무를 심어야 하는 것이 아니니 지역별로 적정한 날에 나무를 심으면 된다는 반론도 나온다.

산림청 또한 "현재 식목일 날짜 변경과 관련해 논의가 되고 있는 것은 없다"고 밝혔다.

potgu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