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부패 심각, 미친X 수두룩"…새벽 아파트 방화, 대피 주민 12명 사상

진주 흉기 난동 안인득 재판 내내 돌출행동 [사건속 오늘]
변호사 못한다고 욕→국선 변호사 "저도 변호하기 싫다"

경남 진주시 가좌동 한 아파트에서 이달 17일 오전 4시 30분께 발생한 방화·묻지마 살인 사건의 피의자인 40대 남성 안인득(43)씨가 신상정보 공개 결정에 따라 마스크를 벗은 채 19일 오후 진주경찰서에서 나오고 있다. 2019.4.19/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

(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범죄 사실을 나열하던 검사는 "참상이라고밖에 달리 할 말이 없다"며 울먹였다.

범인의 어머니도 "내 아들이지만 가장 강한 처벌을 내려 달라"고 했고 형은 "피해자들에게 죄송하다"고 엎드렸다.

반면 범인은 "선행을 많이 한 나를 변호사가 제대로 지켜주지 못한다, 차라리 내가 하겠다"며 시도 때도 없이 재판 과정에 끼어들어 판사로부터 '퇴정시키겠다'며 여러 차례 주의를 들었다.

그는 바로 자신이 살던 아파트에 불을 지른 뒤 대피하던 죄 없는 이웃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5명을 숨지게 하고 17명(7명 부상, 10명 연기흡입)을 다치게 한 진주의 아파트 방화 흉기 난동 살인사건의 범인 안인득(1977년생)이다.

◇ 범행 직후 피의자 신상 공개 결정…얼굴 내밀며 "난 불이익 당했다. 미친 것들 수두룩"

묻지마 방화, 살인사건을 일으킨 안인득을 2019년 4월 17일 현장에서 체포한 경찰은 다음날 신상정보공개심의위를 개최, 신상과 얼굴을 공개키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2019년 4월 19일 오후 2시 병원을 가기 위해 경남 진주경찰서를 나서는 안인득 모습이 공개됐다.

짧은 머리, 검은색 슬리퍼에 군청색 트레이닝복 상하의를 입은 안인득은 '피해자 유족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질문에 "죄송하다"면서도 "10년 동안 불이익을 당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불이익을 당하다 보면 화가 날 대로 났다, 진주시 부정부패가 심각하다"고 횡설수설했다.

또 "(내가 사는) 아파트에도 완전히 정신 나간 미친 것들이 수두룩하다"고 말해 정신상태가 온전하지 못함을 드러냈다.

17일 오전 4시 30분께 경남 진주시 가좌동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40대 남성 안 모(43)씨가 본인 집에 불을 지른 뒤 계단에서 대피하는 이웃 주민들을 상대로 흉기를 휘둘러 5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안 씨는 임금 체불에 불만을 품고 이 같은 방화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안 씨가 불을 지른 아파트 모습. 2019.4.17/뉴스1 ⓒ News1 강대한 기자

◇ 모두 잠든 새벽 4시 25분 아파트 불 질러…흉기 들고 대피하는 사람들을

안인득은 2019년 4월 17일 새벽 0시 50분쯤 살고 있던 진주시 가좌동의 아파트를 나가 인근 셀프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구입해 돌아왔다.

이어 오전 4시 25분쯤 자신의 4층 아파트에 휘발유를 뿌린 뒤 불을 지른 뒤 흉기를 들고 2층 계단 부근에 있다가 계단을 통해 대피하는 사람들에게 마구 흉기를 휘둘렀다.

이로 인해 A 양(11세)과 A 양의 할머니 B 씨(64), C 양(19세), D 씨(여 59세) E 씨(남 74세) 등 5명이 숨졌다.

또 A 양을 구하려 안인득에게 달려든 어머니 F 씨 등 7명이 흉기에 찔려 크게 다쳤다.

◇ 전치 20주 중상에도 주민 대피시킨 경비원, 보상금 고작 6만원…생활고까지 겪어

A 양의 아버지 G 씨는 '불이야'라며 이웃집 문을 두들기고 다닌 바람에 안인득으로부터 화를 면했다.

아파트 경비원 정모 씨(당시 29세)는 불이 나자 주민들을 대피시키기 위해 경비실에서 뛰어 불이 난 곳으로 달려갔다가 안인득이 휘두른 흉기에 얼굴을 크게 다쳤다.

하지만 정 씨는 피를 흘려가면서도 끝까지 주민들을 대피시켜 표창장까지 받았다.

안인득의 흉기에 의해 좌측 광대뼈 골절과 내부 신경 손상 등 전치 20주의 중상을 입은 정 씨는 얼굴 안쪽에 핀을 박는 바람에 오른쪽으로만 겨우 식사할 수 있었다.

정 씨는 근로복지공단에 휴업급여를 신청했으나 '손과 발은 다 움직이니 근무에 지장은 없다'며 1일 치 6만 원만 지급받았다.

이 일로 생긴 트라우마 때문에 정상적인 업무가 힘들었던 정 씨는 2019년 9월 사직서를 제출하고 말았다.

이후 정 씨가 생활고에 시달린다는 소식을 들은 밀양시 주택관리공단이 그를 채용, 아파트 경비업무를 맡겼다.

17일 오후 경남 진주시 충무공동 한일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진주아파트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은 최모(18)양의 친구들이 조문을 하고 있다. 2019.4.17/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

◇ 안인득 모친 몸져누워 "내 아들에게 엄벌을"…安은 유치장서 밥 잘 먹고 잘 자

안인득이 묻지마 방화, 살인을 저질렀다는 소식의 그의 70대 노모는 몸져누웠다.

안인득의 형은 "어머니가 충격을 받아 사건 당일부터 제대로 식사도 못 하고 누워 계신다"며 "어머니가 '내 아들이지만 가장 강한 처벌을 내려달라'고 하셨다"고 밝혔다.

또 "가족 모두 피해자들에게 죄송한 마음뿐이다"며 동생을 대신해 사죄했다.

이런 어머니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안인득은 진주경찰서 유치장 독방에서 식사도 깨끗이 비우고 잠도 잘 잤다는 것이 진주경찰서 측 이야기다.

◇ 女검사 "손녀 비명소리 듣고 쫓아온 할머니까지…" 울먹여 공소장 낭독 중단되기도

2019년 11월 25일 창원지법 제4형사부(부장판사 이헌) 315호 대법정에서 열린 방화·살인범 안인득(42)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서 류남경 창원지검 검사는 "이 사건은 피해자들이 워낙 많아서 참사라고도 할 수 있는 사건이다"며 단순한 살인 방화가 아닌 참사라고 규정했다.

류 검사는 "12세의 초등학교 여학생의 얼굴과 목을 칼로 찔러서 무자비하게…, 비명을 듣고 쫓아온 할머니의 목과 얼굴을 찔러 살해, 딸을 구하기 위해 온 어머니까지"라며 공소 내용을 읽다가 울먹이는 바람에 낭독을 잠시 중단하기도 했다.

경남 진주시 가좌동 한 아파트에서 이달 17일 오전 4시 30분께 발생한 방화·묻지마 살인 사건의 피의자인 40대 남성 안 모(43)씨가 19일 오후 진주경찰서에서 나오고 있다. 2019.4.19/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

◇ 억울하다, 선행도 많이 했다…변호사 마음에 안 든다며 국선 변호인과 설전

살인·현주건조물방화·특수상해·특수폭행·폭행·재물손괴 등의 혐의로 기소된 안인득은 재판 내내 돌출 행동을 일삼았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 국선변호인과 설전을 벌였다.

변호인이 안인득이 68차례나 조현병 치료 전력을 거론하면서 심신미약에 따른 감형을 읍소하자 안인득은 "난 선행도 많이 했다, 그런데 변호사 참 못한다. 차라리 내가 하겠다"고 끼어들었다.

이에 국선 변호인은 "저도 변호하기 싫다"며 참다 참다 한마디 내뱉었다.

항소심에서도 "검사가 없는 과대망상을 만들어 내 누명을 씌우고 있다" "내가 당한 불이익을 모두 무시하고 있다"며 궤변을 늘어놓았다.

재판부가 제지하고 방청석에서 '입 좀 닥쳐라"는 고함이 터져 나왔다.

◇ 1심 사형, 2심 '심신미약' 적용 무기징역…檢 "3시간 기다렸다 방화, 계획범" 상고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 배심원 9명은 전원 '유죄' 의견, 8명은 '사형', 1명은 '무기징역' 의견을 냈다.

2019년 11월 27일 재판부가 배심원 판단을 받아들여 사형을 선고하자 안인득은 '뭔 소리냐'며 반발, 법정퇴장조치를 당했다.

2020년 4월 22일 항소심은 부산고법은 검찰의 사형 구형을 뿌리치고 "범행의 계획성에도 불구하고 범행 시점에 정상적인 판단을 하기 어려울 정도의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 심신미약 상태가 인정된다"며 무기징역형으로 감형했다.

이에 검찰은 "안인득이 휘발유를 구입, 3시간여 기다린 뒤 방화한 점, 흉기를 한 달 전 구입한 점, 흉기로 급소를 노린 점 등을 볼 때 온전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계획범이 틀림없다"며 상고했으나 2020년 10월 29일 대법원도 심신미약을 인정, 무기징역형을 확정했다.

2019년 4월 17일 오전 1시 30분쯤 안인득이 셀프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구입한 뒤 자신의 아파트로 들어오는 모습. (진주경찰서 제공) ⓒ 뉴스1

◇ 조현병 치료 68차례, 가족들 사건 한 달 전 정신병원 입원시키려 했으나

안인득은 20대 초반 경상남도 김해시의 한 공장에서 허리를 다친 뒤 산업재해 보상을 받으려 했으나 실패한 뒤부터 망상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2010년 거리에서 시비 끝에 흉기를 꺼내 부상을 입힌 혐의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형을 받은 안인득은 '조현병' 진단을 받아 3년간 국립법무병원에서 치료감호를 받았다.

이어 68회에 걸쳐 조현병 치료를 받았고 가족들은 2019년 3월, 안인득이 술집에서 난동을 부려 벌금형을 선고받자 '조현병이 심해졌다'며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 했다.

안인득이 완강히 거부, 가족들은 경찰과 행정관서에 도움을 청했으나 관청이 개입을 꺼리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때 정신병원에 입원했으며 진주방화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 法 국가배상책임 인정 "4억 배상하라"…법무부 항소 포기

2023년 11월 15일 서울중앙지법은 안인득에 의해 딸 A 양과 어머니 B 씨를 읽은 G 씨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 책임을 인정 "국가는 G 씨와 그의 F 씨, 2명의 자녀에게 각각 1억 7800여만 원, 1억 6500여만 원, 2740여만 원, 3040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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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는 "안인득 방화·살인 사건’의 피해자 유가족들에 대한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결에 대해 정부의 책임을 엄중하게 받아들인다"며 "신속한 피해 회복을 위해 항소를 포기하기로 결정했다”며 항소를 포기했다.

buckba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