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한우' 정액 1.7억어치 훔친 남성 누구…"최고 유전자 252개 쏙~"
- 신초롱 기자
(서울=뉴스1) 신초롱 기자 = 어릴 때부터 남다른 성장 속도를 자랑하는 이른바 '전설의 씨수소' 정액을 무려 1억 7000만 원어치나 훔쳐 달아난 남성의 정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최근 SBS '궁금한 이야기Y'에서는 지난달 8일 전북 장수군에 위치한 한우유전자연구소에서 발생한 씨수소 정액 절도 사건이 다뤄졌다.
정연길 박사는 지난달 11일 출근한 뒤 하드디스크가 사라진 걸 확인했다. 하지만 CCTV 영상은 휴대전화에 따로 저장돼 있었다.
영상에는 소 정액을 훔쳐가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에 따르면 창문으로 우산 하나가 쑥 나타나더니 곧 한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우산으로 얼굴을 가린 인물은 종이로 CCTV를 덮은 뒤 정문으로 나갔다가 커다란 가방을 메고 다시 등장했다.
남성 A 씨는 액체질소통을 가지고 들어와 1시간 40분가량 머문 뒤 소 정액을 가지고 나갔다. 정 박사는 "제일 좋은 유전자만 골라갔다. 20만 개 중에 252개를 가져갔다"고 밝혔다.
사라진 정액 중에는 전설의 씨수소 'KPN 950'은 물론 큰 덩치와 뛰어난 마블링을 자랑하는 'KPN 1416'도 포함돼 있었다.
정 박사는 "필요한 농가나 수정사가 혹시나 가져간 거 아닌가. 그 외에 사람들은 값어치를 모르기 때문에 가져가도 사용할 곳이 없고 판매할 곳도 없다"고 짐작했다.
A 씨는 약 3시간 뒤인 9일 0시 55분 연구소와 약 6㎞ 정도 떨어진 동네의 한 피시방을 찾았다. 모자로 얼굴을 가리고 가방을 만지며 불안해했다.
남성은 아버지의 차를 빌려 타고 경북 고령으로 와 택시를 타고 경남 거창을 거쳐 범행 현장인 장수 인근까지 와 범행을 저질렀다. 결국 A 씨는 지난달 16일 절도죄로 체포됐다.
뒤늦게 A 씨의 정체를 알게 된 정 박사는 깜짝 놀랐다고 한다. 그는 "3년 전 연구소에 와 수정란을 사 갔던 젊은 사람"이라고 기억했다.
그가 구속된 뒤 동네에서 정액을 도난당한 사람들이 더 있었다. 동네 주민은 "서산 한우개량사업서도 털렸다는 소문이 있다. 김해 어느 집에서도 털렸다. 뉴스가 터지는 순간 거의 99% A 씨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고 했다.
취재진은 A 씨의 자택을 찾았다. A 씨 어머니는 "나는 그거 모른다. 우리 아들 아니다. 집 나간 지 오래됐다. 오지 마시고 가시라"며 손사래 쳤다.
한 주민은 A 씨에 대해 "대학교 졸업해서 호주 교환학생까지 갔다 왔다. 1년 정도 낙농을 배웠는데 정말 열심히 했다"고 밝히며 "도박에 빠졌다. 4~5년 전에는 사채까지 써서 돈을 좀 많이 빌렸다. 도박하고 싶은데 돈은 없고 그때부터 이 일이 일어난 거다"라고 말했다.
빚을 갚기 위해 A 씨는 씨수소 정액을 내다 팔았다. 그가 가져간 정액 가치는 1억 7000만 원에 달했다.
매달 인터넷 추첨으로 판매되는 씨수소 정액 가격은 3000원에서 1만 원 사이지만, 인기 씨수소 정액은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 웃돈이 붙은 채로 암거래되고 있다.
정 박사는 "정말 당첨 확률은 로또랑 똑같다. 좋은 정액을 받고 싶은데 좋은 정액은 한정적이고 추첨으로 받아야 하니까 당첨될 확률은 거의 없다"고 했다.
ro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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