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냄새가 향기롭다…그 추위에 내가 열심히 죽였는데 왜 유영철만 뜨나"
담배는 끊어도 살인은 못끊어, 13명 죽인 정남규 [사건속 오늘]
잡히자 '아 끝났네, 천 명 죽일 수 있었는데'…교도소서 생 마감
- 박태훈 선임기자
(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2007년 4월 12일 대법원 3부(주심 안대희 대법관)는 2004년 1월 14일부터 2006년 4월 3월 27일까지 미성년자 2명을 성추행한 뒤 살해하는 등 13명을 죽이고 20명에게 중상을 입힌 정남규(1969년 4월 17일생)에게 사형을 확정했다.
정남규는 유영철(20명 살해), 김대두(17명 살해) 이춘재(15명 살해) 강호순(10명 살해) 심영구(8명 살해) 등 악명높은 연쇄 살인범 중 가장 악마에 가까웠다는 평가를 들었다.
◇ 내 살인 기록을 유영철이 뺏어가, 柳는 한 수 아래…버럭 화를 낸 살인마
연쇄 살인범 유영철과 정남규는 2004년 2월 6일 오후 7시 10분쯤 발생한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20대 여성 살해 사건을 놓고 서로 내가 했다고 우겼다.
2004년 7월 15일 체포된 유영철은 '이문동 살인도 내가 했다'고 진술, 모두 21명을 죽인 혐의로 2005년 6월 9일 대법원에 의해 사형을 확정 받았다.
하지만 2006년 4월 22일 체포된 정남규는 연쇄 살인을 마치 옆에서 본 것처럼, 목격자가 진술하듯 "000건은 내가 했다"며 태연하게 말하는 과정에서 이문동 사건도 "내가 한 것"이라고 했다.
경찰이 "그건 유영철이 했다고 말했는데"라고 하자 정남규는 "내가 열심히 그 추운 겨울에 범행했는데 왜 유영철이 자기 범죄라고 자랑해 너무 화가 났었다"고 했다.
이어 "유영철은 나보다 한 수 아래다, 그 점 알아 달라"고 강조했다.
◇ 정남규 범행 일지…둔기 살해 시도, 아들 비명에 나온 아버지에게 붙잡혀
정남규는 2004년 1월 14일 부천시 원미구에서 놀이터에서 놀던 윤모 군(13세)과 임모 군(12)을 성추행 후 스카프 등으로 목을 졸라 살해한 것을 시작으로 미친 듯 날뛰기 시작했다.
이후 ③ 2004년 2월 6일, 동대문구 이문동 전 모 씨(24세·여) ④ 2004년 2월 10일 경기도 군포 우유 배달부 손 모 씨(28세·여) ⑤ 2004년 4월 22일 서울 구로구 여대생 김 모 씨 (20세·여) ⑥ 2004년 5월 9일 서울 동작구 김 모 씨(24세·여) ⑦ 2005년 5월 30일 경기 군포 산본동 우유 배달부 김 모 씨(41세·여) ⑧ 2005년 10월 19일 관악구 봉천동 변 모 씨 (26세·여)를 추행 후 살해 ⑨⑩⑪ 2006년 1월 18일 서울 강북구 수유동 세남매 (21세·여/ 17세·여 /12세· 남) 살해 ⑫⑬ 2006년 3월 27일 관악구 봉천동 김 모 씨(25세·여) 자매를 살해했다.
그 과정에서 △ 2004년 1월 30일 구로동 원모 씨 (44세· 여) 중상 △ 2006년 3월 27일 관악구 봉천동 김모 씨 3자매 중 1명 중상을 입혔다.
정남규는 2006년 4월 22일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반지하 집에 침입, 자고 있던 김 모 씨 (24세· 남)를 둔기로 내려쳐 죽이려 했으나 놀라 일어난 김 씨와 아들의 비명을 듣고 옆방에서 뛰쳐나온 아버지에 의해 붙잡혀 2년 3개월 8일간의 악행에 종지부를 찍었다.
◇ 성장기, 학창 시절 괴롭힘에 복수를…자기보다 약한 여성, 어린이 노려
경찰은 정남규 진술, 자라온 환경 등을 통해 범행에 특정한 패턴이 있음을 밝혀냈다.
정남규는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폭행당한 트라우마, 호리호리한 체격으로 인해 학창 시절 동급생들로부터 집단 괴롭힘, 군에 가서도 왕따를 당했다.
이에 대한 분노가 쌓여갔고 생활고까지 겪자 사회를 향한 복수를 다짐하고 둔기를 들었다.
정남규는 범행을 쉽게 하기 위해 자신보다 약한 이를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그 결과 1순위 젊은 여성, 2순위 여자 어린이, 3순위 남자 어린이, 4순위 30대~50대 여성을 목표했다.
정남규에 의해 살해 된 성인 남성은 단 1명도 없었고 20명의 부상자도 △ 2005년 10월 19일 관악구 봉천동 주택에서 살해한 변 모 씨의 남동생(23세·남) △ 붙잡히게 된 2006년 4월 22일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반지하집 김 모 씨 등 단 2명뿐이었다.
◇ 유영철 학습효과…CCTV있는 부자 동네 피하고 체력 식단관리, 철저한 범행준비
정남규는 범행을 위해 철저하게 준비했다.
유영철이 CCTV에 뒷모습이 찍히는 바람에 덜미를 잡힌 것을 본 정남규는 CCTV가 많이 설치된 서울 강남 등 부자동네를 피해 서남부 혹은 동북부 지역을 노렸고 주로 도보로 이동했다.
또 살인의 쾌락을 더 오래 즐기기 위해선 건강해야 한다며 술과 담배를 멀리하는 한편 매일 10km 달리기, 건강정보 프로그램 시청, 식단까지 관리했다.
범행 현장 족적을 남기지 않으려 신발창을 도려냈고 과학수사 잡지도 열심히 읽었고 경찰 프로파일러 얼굴을 따로 보관했다.
매번 살인을 저지를 때마다 범행과 관련된 기사를 스크랩해 머리맡에 두고 자면서 희열을 느꼈다.
◇ 체포 순간 "아 끝났네, 천 명은 죽일 수 있었는데"
정남규는 체포 돼 경찰차에 타면서 "아 끝났네, 천 명은 죽일 수 있었는데"라며 섬뜩한 말을 했다.
또 경찰, 검찰, 법정에서 도저히 사람이라고 볼 수 없는 발언을 스스럼없이 내뱉었다.
그는 "죽이고 싶은 살인 충동이 올라와 참을 수 없다" "피 냄새가 향기롭다" "이 안에서 성취감 같은 게 쫙 다가온다" "불을 지르면 활활 타는 그 기분처럼 막 흥분되고 그런다"고 했다.
◇ 피해자에게 미안하지 않느냐는 물음에 악마의 미소
정남규는 구속영장 심사를 받기 위해 경찰서를 나서는 순간 취재진이 "피해자에게 미안하지 않는지"를 묻자 대답없이 섬뜩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 장면은 지금도 '악마의 미소'의 전형으로 보는 이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많은 프로파일러들은 지금까지 만났던 흉악범 중 정남규가 가장 무서웠다고 한다.
정남규는 그를 담당했던 국선 변호인에게 "살인을 하고 나면 정신이 맑아지고 만족감을 느껴 우울감과 갈등이 사라졌다"며 살인의 희열을 느꼈다고 했다.
◇ 사형 선고받자 "담배는 끊어도 살인은 못 끊어, 사람 못 죽여 우울 빨리 죽여달라'…결국
정남규는 재판 과정에서 "담배는 끊어도 살인은 못 끊겠다"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했다.
사형을 선고 받은 뒤에서 "사람을 더 죽이지 못해 우울하고 답답하다. 빨리 사형을 집행해 달라"고 요구했다.
1997년 12월 30일 이후 사형집행이 이뤄지지 않는 등 사실상 우리나라가 사형폐지국이 된 가운데 "빨리 죽여달라"고 외쳤던 정남규는 체포된 지 3년 6개월 30일째, 사형 선고 확정받은 지 2년 7개월 9일 만인 2009년 11월21일, 감방에서 스스로 생을 등졌다.
그의 마지막 살해 대상은 그 자신이었다.
buckba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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