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명 철회하라” 교수 1000명 줄사표…다시 의료계 설득 나선 정부

尹“더 긴밀히 소통”…한덕수 총리, 오늘 의료계와 대화
강경파 맞대결 의협 회장 선거 결과 주목

25일 오전 서울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에서 열린 고려대학교 의료원 교수 총회에서 한 교수가 사직서를 제출하고 있다. (고려대 의료원 제공) 2024.3.25/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의정 대화에 물꼬가 트이나 했지만 '의대 2000명 증원'을 둘러싼 입장차가 여전해 향후 협의 과정은 험난할 전망이다. 집단사직 첫날이던 지난 25일 어림잡아 전국에서 1000명 내외의 의대 교수들이 예고한 대로 사직서를 냈다.

26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 40개 의대에서 전날 상당수 소속 교수가 사직서를 제출했거나 사직하기로 결의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전날부터 사직서를 내고 있다. 환자 진료는 최대한 책임진 뒤 사직서가 수리됐을 때 수련병원과 소속 대학을 떠난다는 구상이다.

전국의대 교수 비대위에는 강원대, 건국대, 건양대, 경상대, 계명대, 고려대, 대구가톨릭대, 부산대, 서울대, 연세대, 울산대, 원광대, 이화여대, 인제대, 전남대, 전북대, 제주대, 충남대, 한양대 총 19개 의대가 동참한 상태다.

고려대 의대 교수 비대위는 전날 오전 산하 3개(안암·구로·안산)병원에서 각각 모여 온오프라인 총회를 연 뒤 단체로 사직서를 제출했다. 총회에는 200여명이 참석했으며, 상당수의 교수가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위 측은 "사직서 제출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울산대 의대 3개 수련병원(서울아산병원·울산대병원·강릉아산병원)에서는 전날 오후 5시 전체 767명의 교수 중 56.4%인 433명이 사직서를 냈다. 서울대 의대 교수협 비대위 소속 400여명의 교수도 사직서를 개별적으로 전날부터 내거나 낼 예정이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들이 25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열린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의 의대정원 증원에 대한 입장발표 기자회견장 앞에서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담은 손팻말을 들고 있다. 2024.3.25/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충북대 의대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총 50여명의 교수도 사직서를 낸 것으로 확인됐고, 전북대 의대 비대위는 전날부터 사직서를 제출했다. 연세대 의대 교수 비대위는 전날 오후 6시 의대 학장에게 사직서를 일괄 제출했다. 다만 제출 규모는 외부에 밝히지 않기로 했다.

사직서 제출 규모를 밝히지 않은 대학들이 많은데 사직서 제출을 논의하는 대학들도 있어 실제 제출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늘 수 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전국 40개 의대 중 거의 대부분이 사직서 제출에 동참한 것으로 파악했다.

의대 교수들이나 의협은 증원 백지화와 원점 재검토를 주장하고 있다. 증원 철회 없이는 대화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그러나 정부도 의료계와 대화하겠다면서도 "증원은 양보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27년 만에 의대증원이 이뤄진 데다 국민 지지를 받는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을 찾아 의료계 주요 인사와 의료개혁 관련 현안을 논의한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전의교협 회장단과의 대화 이후 제안한 '미복귀 전공의 면허정지'를 유연하게 처리하라고 내각에 주문한 바 있다.

의료계가 의대증원을 철회하지 않는 한 대화에 나설 수 없다고 하자 "의료계를 비롯한 사회 각계와 더 긴밀히 소통해 달라"고 주문했다.

정부는 우선 미복귀 전공의 면허정지 처분을 유예하고 의료계와 대화를 시도하기로 했다. 한 총리를 중심으로 한 의료계와의 대화 협의체 구성에도 속도를 낸다.

하지만 정부와 의료계 간 '2000명 증원'에 대한 인식차가 커 진통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의사 법정단체인 대한의사협회마저 새 회장 선출을 계기로 투쟁 동력을 더 모을 것으로 보인다. 의사들과 정부의 강대강 대치는 계속되는 셈이다. 1차 투표 1~2위인 임현택 후보, 주수호 후보를 두고 이날까지 2일간 결선투표가 진행 중이다.

이들 모두 강경파로 꼽혀 누가 당선되든 개원의사의 집단진료 거부는 거론될 전망이다. 이날 오후 7시 당선자가 발표될 예정이다. 의협은 그동안 총궐기 집회 외에는 집단행동을 본격화하지 않았지만 차기 회장 선출을 계기로 집단 휴진이나 야간·주말진료 축소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