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어·낚시터·절벽 다이빙, 결국 살인 성공…'러브 하우스 소녀'의 잔혹극
"남편 사망 보험금 안 준다" 방송사에 항의한 강심장 [사건속 오늘]
이은해, 보험 효력 상실 전 내연남과 살해 공조…남친 2명도 의문사
- 박태훈 선임기자
(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말에 딱 들어맞는 강력 사건이 있다.
사람을 죽인 범인이 보험사가 사망 보험금을 주지 않는다며 공중파 TV방송에 전화를 걸어 사건화해 달라고 요청했다. 완전범죄에 대한 자신감이 넘쳐흘렀든지 대담했든지, 뻔뻔함을 넘어서 공감 능력이 전혀 없었든지 아니면 극히 어리석었든지 도무지 종잡기 힘들다.
그 주인공의 이름은 이은해(1991년생)로 세상을 놀라게 했던 '계곡 살인'의 바로 그녀다.
◇ 검찰, 살인 용의자로 특정 전국에 지명수배…이은해와 내연남 조현수
2022년 3월 29일, 인천지검은 형사사건 공개심의위원회를 열어 이은해와 내연남 조현수(1992년생)를 전국에 공개수배하는 방안에 대해 의견을 물었다.
심의위는 공동의 안녕을 위해 사건 개요, 피의자 사진 등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며 검찰 요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인천지검은 3월 30일 "가평 용소 계곡 살인 사건 피의자 2명 도주"라는 보도자료를 내고 이은해와 조현수를 전국에 지명수배하는 한편 언론에 신상과 사진을 공개했다.
◇ 이은해, 2019년 6월 30일 헤엄 못 치는 남편 다이빙 강요해 익사시켜
이은해는 일요일이던 2019년 6월 30일, "현수 등 친구들과 함께 물놀이 가자"며 남편 윤모 씨(당시 39세)를 부추겼다.
윤 씨는 조현수가 아내와 내연 관계임을 죽을 때까지 모른 채 그저 붙임성 있는 후배로만 알고 있었다.
이은해, 윤 씨, 조현수, 그리고 다른 친구 4명 등 7명과 함께 경기도 가평군 북면 도대리에 위치한 용소 계곡으로 물놀이를 간 이은해와 조현수는 헤엄을 못 치는 윤 씨 앞에서 다이빙하면서 '너도 해 봐'를 외쳤다.
강요에 못 이긴 윤 씨는 고무 튜브를 탄 채 폭포 밑으로 가는 선에서 타협하려 했지만 이은해와 조현수는 윤 씨를 물에 빠뜨리기 위해 튜브를 거칠게 흔들었다.
겨우 폭포 밑에서 나온 윤 씨는 해가 어둑어둑해지자 '돌아가자'고 했지만 조현수가 '마지막으로 다이빙 한 번 더 하자'는 말에 조현수, 또다른 이 모 씨(1991년생)와 함께 절벽 위로 올라갔다.
그날 저녁 8시쯤 조현수와 이 씨가 절벽에서 먼저 뛰어내렸고 '형 뛰어요'라는 말에 윤 씨도 뛰어내렸다.
조현수와 이 씨는 헤엄을 쳐 밖으로 나왔지만 윤 씨는 허우적거리다가 끝내 목숨을 잃었다.
이은해 등 일행은 윤 씨가 나오지 않자 밤 8시 24분쯤 119에 신고했다.
◇ 남편 사망 시점, 보험 실효 4시간 전…보험 실효 통보 때마다 살해 시도
이은해는 사망 시 모두 8억원가량을 받을 수 있도록 남편 윤 씨 앞으로 4개의 생명보험을 들어 놓았다.
매달 납부금이 상당하기에 이은해는 여러 차례 미납, 보험 실효(효력 상실) 통보도 여러 차례 받았다.
남편 윤 씨는 7번째 보험실효(2019년 7월 1일 이후)를 불과 4시간여 앞둔 시점에서 사망했다.
끔찍한 건 이은해가 보험실효 통보를 받을 때마다 윤 씨를 죽이려 했다는 점.
5번째 실효 통보를 받았던 2019년 2월 17일엔 양양으로 놀러 가자며 남편을 꼬드긴 뒤 독이 든 복어 내장을 먹게 했지만 치사량에 미달, 미수에 그쳤다.
3달 뒤 6번째 실효 통보를 받자 그해 5월 30일 용인 낚시터에서 남편을 밀어 물에 빠뜨렸지만 이은해의 원대한 계획(?)을 알지 못했던 옆 사람이 구하는 바람에 역시 실패로 돌아갔다.
급전을 마련해 밀린 보험금 일부를 내 실효를 한 달 더 연장한 뒤 남편을 죽인 이은해는 그해 11월 '보험금을 달라'며 청구했으나 보험사는 '더 알아봐야 한다'며 지급을 거부했다.
◇ "남편 죽었는데 보험금 안 준다, 억울하다"며 방송사에 보험사 횡포 제보
119로부터 '사망자 발생'이라는 통보를 받은 경찰은 용소 계곡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의 증언, 부검 결과 '사인은 익사'로 나오자 단순 변사로 처리했다.
이은해는 남편이 죽었지만 보험사가 '사망에 의심스러운 점이 있다'며 지급을 거부하는 등 횡포를 부리고 있다며 2020년 여름 SBS '그것이 알고싶다'(그알) 팀에 보험사를 혼내 달라는 제보 전화를 걸었다.
그알팀이 보다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다며 전화하자 이은해는 "가평 경찰서가 단순 변사로 내사 종결한 내용을 보험사가 보험사기 의혹이 있다며 일산 경찰서에 고발해 억울해 죽겠다"며 천연덕스럽게 거짓말했다.
이은해는 보험사가 자신을 고발한 것으로 알고 있었으나 사실은 2019년 10월 윤 씨 가족이 아는 사람을 통해 일산 경찰서에 '여러 건의 보험' 등의 자료를 토대로 '살해 의심이 든다'고 제보해 경찰이 재수사에 나선 것이다.
◇ 방송사에 제보, 제 발등 찍은 이은해…그알 이후 수사 본격화, 제보 쏟아져
보험금을 빨리 받고 싶었던 이은해는 그알팀 제보가 자기 발목을 잡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2020년 10월 17일 방영된 그것이 알고싶다 '그날의 마지막 다이빙 - 가평계곡 익사사건 미스터리'는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2021년 2월 사건을 넘겨받은 인천지검은 9개월간 관련자 30명 조사, 이은해와 조현수가 살고 있는 오피스텔 압수수색을 통해 윤곽을 잡았다.
이어 그해 12월 이은해와 조현수를 소환 조사한 뒤 "다음날 다시 나올 것"을 통보했다.
이에 불안감을 느낀 이은해와 조현수는 소환에 불응, 도주했다.
◇ 전국 지명수배 17일 만에 체포
검찰이 2022년 3월 30일 자로 이은해 조현수 얼굴 사진과 함께 전국에 지명수배를 내렸고 경찰도 경기도 고양시 일대에 숨어 지내고 있다고 판단, 고양시 전역 CCTV를 하나하나 확인했다.
그 결과 이들이 4월 초 고양시 덕양구 삼송역 인근을 돌아다니는 모습이 찍힌 CCTV를 확보했다.
경찰은 이은해와 조현수가 지인의 차량을 빌려 4월 3일 여행을 떠난 사실을 확인, 차주를 불러 이들의 은신처가 '00역 부근이다'는 선까지 수사를 진행했다.
장기 도피에 힘들어하던 이은해는 아버지에게 자수 의사를 밝혔고 아버지가 경찰에 딸이 머무는 오피스텔을 알려줬다.
이은해와 조현수는 지명수배 17일 만인 2022년 4월 16일 낮 12시 25분쯤 형사들에게 붙잡혀 인천지검으로 압송됐다.
◇ '어려운 사람 돕고 싶다'던 러브하우스 소녀, 무기징역형
2022년 10월 27일 1심인 인천지법은 이은해에게 무기징역형, 조현수에게 징역 30년형을 내렸다.
이은해, 조현수는 부당하다며 항소, 상고했지만 2023년 4월 26일 항소심, 2023년 9월 21일 대법원도 1심 형량을 유지했다.
이은해는 2002년 3월 MBC 예능 프로그램 '신동엽의 러브하우스'에 출연한 사실이 알려져 더욱 관심을 끌었다.
당시 초등학교 6학년으로 장애를 가진 부모를 모시는 착한 딸로 나온 이은해는 자신의 집이 말끔하게 수리된 모습에 "저도 나중에 커서 받은 만큼 다른 어려운 사람에게 베풀고 싶다"고 말해 시청자들에게 큰 감동을 줬다.
◇ 옥중 보험금 소송까지…이은해 관련 남성 2명 의문사
이은해는 무기징역형을 선고받고도 '보험금을 달라'며 보험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지만 2023년 9월 5일 기각당했다.
한편 인천경찰청은 이은해의 남자 친구 2명 사망사건과 관련해 별도로 수사를 펼쳤으나 특별한 증거를 찾지 못해 종결 처리했다
2010년 이 씨의 남자 친구였던 김 모 씨가 인천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했고 2014엔 남자 친구 이 모 씨가 태국 파타야에서 스노클링 사고로 숨져 이은해와 연관 가능성에 관심이 쏠렸지만 오래된 사건, 외국에서 일어난 일이었기에 덮을 수밖에 없었다.
2010년 남자 친구 사망 당시 옆자리에 타고 있었던 이은해는 보험회사로부터 보상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buckba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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