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재난문자 글자수 늘린다…90자→157자

두 차례 실증서 2019년 이전 기기 미수신 현상 관측…자연감소 맞춰 도입
대피 장소 '특정'은 지양…링크 포함 등도 고려 안 해

지난해 5월 29일 오전 6시41분, 서울시에서 시민들에게 보낸 경계경보 재난문자는 공백 포함 총 90자였다.ⓒ 뉴스1 김정현 기자

(서울=뉴스1) 박우영 기자 = 행정안전부가 재난문자의 글자수 상한을 기존 90자에서 157자로 늘리기로 했다.

21일 행안부에 따르면 행안부는 최근 두 차례의 실증 시험을 거쳐 재난문자 글자수를 늘리는 기본 방침을 확정했다.

전달할 수 있는 정보량이 충분하지 않은 만큼 재난문자의 글자 수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국제표준도 157자까지 허용한다.

특히 지난해 5월 서울시의 경계경보 '오발령' 사건을 계기로 재난문자 내용이 부실하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당시 정확히 90자로 작성된 재난문자에는 '대피하라'는 지침만 담겼을 뿐 대피 이유·장소 등은 제시되지 않았다.

이에 행안부도 재난문자에 발령 이유와 대피 수칙(장소 등) 등을 담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지난해 8월 실제로 개선된 민방공 경보(경계경보·공습경보·화생방경보) 문안을 내놨다. 다만 글자수 확장에 대해서는 실증이 필요하다며 다소 유보적인 입장이었다. 일부 전문가가 2019년 6월 이전 출시된 4G(LTE) 단말기(구형폰)가 90자 이상의 재난문자를 수신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해서다.

행안부는 최근 기술적 해결을 위해 구형폰을 대상으로 두 차례의 실증 시험을 진행했으나, 결론적으로 약 20~30%의 확률로 90자 이상 문자가 수신되지 못하는 현상을 관측했다. 이에 구형폰이 자연 감소하는 시기에 맞춰 재난문자 글자 수를 확장하기로 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지난해 4월 기준 구형폰 사용자가 1140만여 명으로 추산될 정도로 비율이 높아 자연 감소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예정"이라며 "최소 내후년 이후에나 실제 글자 수 확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용량이 늘어나게 되면 당연히 행동요령 등 문구가 더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피 장소를 특정하는 등 지나친 구체성은 지양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장소별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구체적인 지시가 되레 잘못된 대응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일각에서 주장하듯 재난 대피소 등의 링크를 재난문자에 포함하는 방안도 아직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민방공 경보 외 개선이 필요한 재난문자의 표준문안은 6월에 개선하되 우선 90자 범위에 맞출 예정이다.

alicemunr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