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의조 동영상' 피해자 "제 벗은 몸 영상 재판정에서 왜 틀었냐" 분노

황의조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김송이 기자 = 법원이 축구선수 황의조(31)의 성관계 촬영물을 유포하고 협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형수 이 모 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 가운데, 피해 여성이 1심 판결문에 대해 절망적인 심경을 토로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부장판사 박준석)는 14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협박 등)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황 씨가 국가대표 선수이므로 사생활 사진과 영상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하면 무분별하게 퍼질 것을 알고도 황 씨를 협박하고 끝내 영상을 게시해 국내외로 광범위하게 유포되게 했다"며 "죄질이 상당히 무겁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상당 기간 범행을 부인하고 수사 단계에서는 휴대전화를 초기화해 증거조사를 방해했다"며 "진지하게 반성한다고도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다만 뒤늦게라도 범행을 자백한 데다 전과가 없었던 점, SNS 게시 영상만으로는 피해자의 신상을 특정하기 어려운 점, 황 씨와 합의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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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문을 본 피해 여성 A 씨는 "판결문에는 진짜 피해자인 제가 없다"며 좌절했다.

18일 KBS가 공개한 A 씨의 메일에서 그는 판결문의 "SNS 게시 영상만으로는 피해자의 신상을 특정하기 어렵다"는 내용에 대해 울분을 터뜨렸다.

A 씨는 "판결문으로 인해 특정되지 않은 피해자의 불법 영상 유포는 사회적으로 용인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며 "얼굴을 잘라서 올리는 불법 촬영물은 무죄이거나 감형 요소가 된다는 건가? 얼굴이 잘렸다고 영상 속 여자가 피해자가 아닌 게 되는 건 아니지 않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특정되지 않은 것도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처음 보는 사람은 저를 특정할 수 없겠지만 가해자와 피해자 변호인, 가족과 저의 지인 모두 저를 특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A 씨의 변호를 맡았던 이은의 변호사는 "황의조 측이 피해자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등 2차 가해를 하면서 포털에 피해자 이름 조회 수가 일시적으로 상승했음을 경찰에서 추가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알게 됐다"고도 말했다.

또 '박사방', 'N번방' 사건 등 디지털성범죄 피해자들의 변론을 맡은 신진희 대한법률구조공단 피해자국선전담변호사도 "황의조 선수가 유명인인 점을 고려하면 파급력이 클 수 있다"며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을 경우 일반인 피해보다 더 큰 피해를 입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축구대표팀 황의조의 '불법 촬영' 혐의 사건의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 이은의 변호사가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황의조 측이 배포한 입장문에 대해 메신저 대화 등을 공개하며 반박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3.11.23/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A 씨는 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영상이 법정의 대형 스크린에서 재생됐다는 사실에도 분노했다. 그는 "지난달 재판에서 영상 시청을 위해 재판이 비공개로 전환됐다는 기사를 보고 얼굴이 화끈거리고 당황스러웠다.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판사님은 제가 누군지 모르겠지만 가해자 변호인과 황 씨 형수, 제 변호사까지 모두 저를 알고 있다"며 "재판이 비공개로 전환됐지만 다수의 사람들이 있는 자리에서 영상이 시청됐다. 제 벗은 몸의 영상이 개방적인 공간에서 왜 '함께' 시청되고 공유돼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당시 법정에 있었던 이 변호사는 "범죄를 단죄하는 과정에서조차 피해자가 누구인지 아는 다수의 사람들이 그 영상을 보게 되는 상황과 피해자가 갖는 성적 모욕감이 유포 범죄가 갖는 본질"이라면서 "피해자가 당일 전화 와서 자신의 영상이 에로영화라도 되는 것이냐며 한 시간을 울었다"고 말했다.

대형 스크린 재생에 대해 서울중앙지법은 "증거조사로 영상을 보는 과정을 원칙적으로 운영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서울중앙지검은 황 씨 형수 이 씨의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부장판사 박준석)에 항소장을 냈다고 18일 밝혔다. 검찰은 "성관계 동영상이 SNS 등으로 광범위하게 유포돼 회복하기 힘든 피해가 발생했다"며 "피해자들이 공탁금 수령을 거부하면서 엄벌을 탄원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1심 선고 형량이 가볍다"고 설명했다.

syk1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