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부르는 희대의 악녀 '엄인숙'…남편 2명, 다른 사람 남편까지 살해
보험금 노리고 엄마 오빠까지 실명시켜 [사건속 오늘]
"누나 주변인은 죽거나 실명한다" 친동생 신고로 덜미
- 박태훈 선임기자
(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범죄 심리학자들 사이에 역대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 중 단연 으뜸은 '엄여인'으로 불린 엄인숙(1976년생 현재 48세)이라는데 이견이 없을 만큼 '엄인숙'은 단군 이래 최악의 악녀다.
◇ 남편 2명 살해 등 5명 죽음에 관계…친엄마, 오빠 실명시키고 남동생 등 3명 화상 입혀
엄인숙의 범죄 리스트는 경악 그 자체다.
22년 전인 2002년 3월 25일 첫 번째 남편이 사망한 것을 전후해 엄인숙 주변 인물 5명이 목숨을 잃었다.
친어머니, 오빠의 눈을 멀게 하고 자기 아들과 한 병실에 있던 20대 여성을 실명케 하는가 하면 남동생과 친절을 베푼 가사 도우미에겐 완치가 힘든 화상의 상처를 남겼다.
◇ 사이코패스 검사했다면 40점 만점에 40점…38점 유영철보다 위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PCL-R, Psychopathy Checklist-Revised)은 반사회적 성격장애, 품행장애가 있는지를 알기 위한 장치로 2003년 9월부터 2004년 7월까지 20명을 살해한 유영철의 심리상태를 분석하기 위해 2005년 도입했다.
40점 만점에 한국과 영국은 25점 이상, 미국은 30점 이상일 때 사이코패스로 간주한다. 일반인의 경우 15점 내외의 점수가 나온다.
지금까지 유영철이 38점으로 가장 높았고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 29점, 과외 중개 앱을 통해 연결된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정유정 28점, 아내와 장모 등 10명을 죽인 강호순 27점, 어금니 아빠 이영학이 25점을 받았다.
범죄 심리 전문가들이 엄인숙에 대해선 사이코패스 테스트를 못했지만 했다면 40점 만점에 40점이 나왔을 것이라고 입을 모을 정도로 엄인숙의 범행은 잔인하고 끔찍하고 상상을 초월한 것들이었다.
◇ 남편 뇌진탕 보험금 34만원 타 먹은 뒤 점점…옷핀으로 눈 찌르고, 기름 붓고 흉기로 배 찔러
170㎝의 훤칠한 키에 굵직굵직한 이목구비로 주위의 시선을 한몸에 받았던 엄인숙은 고교 졸업 후 보험설계사로 일하면서 관련 지식을 습득했다.
이른 나이에 결혼한 엄인숙은 2000년 4월 1일 첫 번째 남편 A 씨에게 자신이 처방받은 우울증 약을 먹여 정신을 혼미하게 한 뒤 넘어뜨려 뇌진탕을 일으키게 했다.
이어 같은달 28일 똑같은 수법으로 남편을 밀어 뇌진탕에 걸리게 한 뒤 사고보험금 34만원을 타 먹었다.
보험금을 노린 엄인숙에게 A 씨는 남편이 아니라 보험금을 나오게 하는 돼지저금통에 불과했다.
2000년 5월 A 씨에게 우울증 약을 먹여 정신을 빼놓은 뒤 옷핀으로 오른쪽 눈을 찔러 실명시켰고, 6월엔 얼굴에 끓는 기름을 부어 화상, 8월엔 흉기로 A 씨 배를 찔러 자상에 따른 사고보험금을 수령했다.
A 씨가 2002년 3월 25일 사망할 때까지 엄인숙이 받아 챙긴 보험금(사망보험금 포함)은 2억8000 만여원이 넘었다.
◇ 남편 사망 한 달 뒤 클럽서 만난 재혼 남편, 약 먹여 눈 찌르고 화상 입히고 넘어뜨려 결국 사망
엄인숙은 남편이 숨진 한 달여 뒤인 2002년 5월 나이트클럽에서 운동선수 B 씨를 만나 곧장 동거에 들어갔다.
B 씨는 엄인숙의 화려한 말솜씨에 반해 '몸에 좋은 약'이라고 준 우울증 치료제를 받아먹는 바람에 늘 정신을 가누지 못했다.
엄인숙은 첫 번째 남편을 죽였던 것처럼 B 씨에게도 우울증 약을 먹인 후 넘어뜨려 골절상을 입히는가 하면 핀으로 눈을 찔러 실명시키기, 화상 입히기 등을 통해 3800만 원의 보험금을 타 냈다.
결국 B 씨도 엄인숙을 만난 지 9달이 채 못 된 2003년 2월 12일 사망했다.
◇ 주사기로 친어머니 눈찌르기, 오빠 눈에 염산 붓기로 실명시켜…오빠 살해하려다 미수
엄인숙 악행의 정점은 친어머니와 오빠를 실명시킨 일. 역시 우울증 약을 이용해 정신을 못 차리게 한 뒤 실명시켜 상해 및 신체장애 보험금을 자신이 받아 가로챘다.
엄인숙은 2003년 7월 26일 처방받은 수면제, 우울증 약을 빻아 가루로 만든 후 주스에 타 친어머니 C 씨에게 마시게 했다. C 씨가 정신을 잃자 엄인숙은 주사기로 오른쪽 눈을 찔러 실명케 했다.
같은 해 11월 2일엔 '술 한잔하자'며 오빠 D 씨를 불러내 우울증 약을 탄 술을 마시게 한 후 양 눈에 염산을 부어 모두 실명케 했다.
이듬해 4월, 오빠가 입원 중인 병원을 찾아 링거 속에 기관지 확장제 등 약을 넣어 죽이려다 미수에 그쳤다.
오빠가 죽어야 많은 사망 보험금을 탈 수 있다고 생각한 엄인숙은 2005년 1월 9일, 오빠 집을 찾아가 앞을 못 보는 오빠에게 수면유도제를 먹인 후 불을 질렀다.
이 불로 엄마 C 씨, 오빠 D 씨, 남동생 E 씨는 심한 화상을 입었다.
식구마저 돼지 저금통으로 여겼던 엄인숙이 가족을 희생양 삼아 보험금 2억 400만 원을 받아 냈다.
◇ 아들 돌봐주던 도우미 집에 불…도우미 남편 사망, 도우미 중화상
이미 인간이기를 포기한 엄인숙은 가족 몰래 아파트를 팔아 치우고 그 돈마저 챙긴 뒤 자기 아들을 볼봐주던 베이비 시터에게 '가족들이 당장 거처할 곳이 없다'고 사정, 마음이 여린 도우미는 자신의 안방을 내줬다.
도우미 아파트에 화재보험을 든 엄인숙을 2005년 2월 1일 새벽, 도우미 집에 불을 질렀다.
이 불로 도우미 남편 F 씨가 숨지고 도우미는 중화상을 입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도우미가 입원한 병원을 찾아가 휘발유를 뿌린 뒤 불을 질렀지만 미수에 그쳤다.
◇ 남동생 "누나 옆에 있는 사람은 죽거나 다친다"며 신고,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나
남동생 E 씨는 그동안 누나 엄인숙 행적을 되짚어 본 끝에 누나 주변의 사람이 죽거나 실명하는 것을 이상하게 2005년 2월 중순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보험금 수령 내역과 A, B, F 씨 사망과의 연관성을 살폈지만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엄인숙을 풀어주고 말았다.
◇ 아들 입원 병실에서 알게 된 30대 女 눈 찔러 실명시켜…링거에 약 투입 등 악행
엄인숙은 2005년 3월 3살짜리 아들이 가와사키병으로 입원한 병실에서 만난 20대 여성 G 씨와 곧 친해졌다.
G 씨는 엄인숙의 꼬임에 넘어가 입원 중인 남자 친구의 신용카드를 빼내 엄인숙과 흥청망청 사용하다가 남자 친구로부터 호된 질책을 당했다.
이때 G 씨가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는 것에 화가 난 엄인숙은 같은 해 4월 3일 G 씨에게 우울증 약이 든 음료수를 건넨 뒤 핀으로 오른쪽 눈을 찔러 실명시켰다.
그럼에도 분이 풀리지 않았던 엄인숙은 4월 5일, 6일, 7일 무려 3일에 걸쳐 병문안을 핑계로 G 씨 병실에 들어가 링거 속에 기관지 확장제 등 해로운 약제를 타 넣었다. 이 일로 G 씨는 신장과 폐가 망가져 버렸다.
◇ 2000년 2월 사망한 딸, 2005년 4월 사망한 아들 사인도 의심받아
엄인숙은 첫 번째 남편 A 씨 사이에서 딸, 두 번째 남편 B 씨 사이에서 아들을 얻었다.
공교롭게 엄인숙의 딸과 아들 모두 3살 무렵 숨져 이들이 죽음 역시 석연치 않다는 말이 많았지만 증거가 없고 엄인숙이 완강히 부인, 엄인숙 살해 리스트엔 들어가지 않았다.
엄인숙 딸 H 양은 2000년 2월 17일 계단에서 떨어져 사망했다. 2005년 4월 1일 사망한 아들 I 군 사인은 가와사키병이었다.
딸이 어떻게 넘어졌는지 모르고 가와사키병으로 인한 사망률이 0.01%에 불과한 점을 들어 관계자들은 엄인숙이 손을 댄 것 아니냐는 의심을 지금까지 거두지 못하고 있다.
◇20대 여성 링거에 약 타는 모습이 포착돼 꼬리 밟혀
엄인숙의 꼬리가 잡힌 건 2005년 4월 7일.
실명한 G 씨 병실을 찾은 엄인숙이 링거 속에 약을 타는 모습을 약기운에서 깨어난 G 씨가 목격, 경찰에 신고하면서 엄인숙의 악행은 종지부를 찍었다.
엄인숙을 경찰에서 '마약에 중독돼 마약 살 돈을 마련하려 했다'며 일종의 심신미약에 따른 범행임을 주장했지만 마약 검사 결과 음성으로 나타났다.
◇ 보험금 5억 9000만 원 챙기고 3명 살해, 3명 실명, 4명 중화상…무기징역형
엄인숙을 2000년 5월부터 2005년 4월까지 3명을 죽이고 3명을 실명시키는 한편 4명에게 중화상을 입히면서 모두 5억 9600만여 원의 보험금을 챙긴 혐의(존속 중상해, 방화치상, 강도사기 등)로 기소됐다.
2005년 10월 27일 1심인 서울중앙지법은 "교화 개선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며 무기징역형을 선고했다.
엄인숙은 항소, 상고했지만 2006년 12월 대법원에 의해 무기징역형을 확정받았다.
buckba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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