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집단사직이요? 용서받지 못할 거예요"…의료대란 한 달 맘 졸인 환자들
'늘 붐비던' 대학병원조차 환자 없어 썰렁한 분위기
개원의 집단행동 움직임에 "절대 못 할 것" "설마"
- 송상현 기자, 홍유진 기자
(서울=뉴스1) 송상현 홍유진 기자 =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용서받지 못할 일을 저지르는 거예요."
전립선암으로 11년째 투병 중인 황전기 씨(70)는 전공의에 이어 의대 교수들까지 집단사직을 할 수 있다는 소식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황 씨는 "저처럼 중환자실을 왔다 갔다 할 정도로 중증 환자는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늘 불안한 마음"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전공의들이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교수들에 이어 개원의 동참이 예고되는 등 사태는 심화하고 있다.
18일 오전에 찾은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대학병원이라면 으레 많은 인파와 복잡, 혼란이 떠오르지만 이날은 한가로운 분위기 그 자체였다. 대기표를 뽑는 데만 수십 분이 걸리는 게 당연했던 수납 창구 7개 중 3개는 닫힌 상태였다. 접수·수납 대기자도 0명으로 썰렁하기 그지없었다.
서울대병원 암 병동 4층에 위치한 단기 병동은 불이 꺼져 있고 폐쇄된 상태였다. 한 환자는 '병동 폐쇄 출입 금지, 출입 시 법적책임'이라는 문 앞 문구를 바라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고 다른 환자는 까치발로 병동 안을 들여다보기도 했다.
병동 앞에서 만난 50대 남성 A 씨는 "여기 왜 이렇게 문을 닫아버린 거냐"며 놀랍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A 씨는 몇주 전만 해도 이곳에서 항암 치료를 받았다며 긴 한숨을 쉬었다.
이날 병원에 입원·통원 치료 중인 환자들 대부분은 교수들도 집단 사직에 동참할 수 있다는 사실에 근심이 큰 모습이었다.
아내의 암 투병 때문에 울산에서 올라왔다는 60대 남성 B 씨는 서울대병원 교수들도 25일부터 집단사직에 동참할 수 있다는 소식에 "의사들이 환자들에게 얼마나 큰 존재냐"며 "의사 말 한마디에 환자들은 (기뻐) 펄쩍 뛰기도 하고 (슬퍼) 기어다니기도 하는데 환자들을 버리고 나간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정부가 의사들이 현장을 떠나면 환자들이 해외에서 치료받을 수 있겠다고 한 것을 언급하며 "이제 해외 의사들과 소통하기 위해 영어라도 배워야 하는 거 아니냐"며 쓴웃음을 지었다.
간암으로 10년째 통원 치료 중인 C 씨는 교수 집단사직 움직임 소식을 전하는 기자의 말에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교수님한테 물어봐야겠다"고 발걸음을 옮기기도 했다.
여기에 더해 개원의마저 집단행동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대다수 환자는 "설마"라며 믿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영등포구 영등포구청역 인근 개인병원 건물에서 만난 50대 여성 D 씨는 "그럴 거라고 생각도 안 해봤다"며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50대 남성 E 씨는 "개원의들은 절대 파업 못할 것"이라며 "한 달 안에 망할 것"이라고 실현 가능성을 낮게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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