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봄학교 시작했는데…온돌교실 공사는 지지부진 "바닥 차요"

학교장들 "절반은 일반교실서 다른 프로그램 진행"
"온돌 설치, 두 달은 필요"…시행 한 달 전 계획 나와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늘봄학교가 운영되고 있다. /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남해인 기자 = "학부모들께서 뉴스에서 보고 1학년은 새 학기부터 다 온돌교실에서 늘봄학교 한다고 알고 오셨더라고요."

올해 1학기부터 늘봄학교 '초1 맞춤형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서울 A 초교 교장은 12일 "늘봄 인원 중 절반은 일반교실에서 진행해야 해서 학부모님들께 양해를 구했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1월 말 올해 초1을 대상으로 늘봄학교를 우선 시행하면서 초1 교실을 아동 친화적 환경인 온돌교실로 바꾸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하지만 새 학기에 접어든 현재 온돌교실 전환은 지지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온돌이 설치된 늘봄학교 전용 교실이 확보되지 않은 경우 일반 교실에서 늘봄학교가 진행되고 있다.

늘봄학교를 시행 중인 서울 B 초교 교장은 "학교에 온돌교실이 두 곳 있지만 1학년 외 기존 돌봄 학생들도 수용해야 하기 때문에 모든 1학년생이 온돌교실에서 지낼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일반교실은 바닥이 너무 차서 온돌교실에서의 프로그램과 달리 책상에 앉아서 하는 활동으로 프로그램을 짜고 있다"고 했다.

학교장 등 학교 관리자급 교원들은 초1 대상 늘봄학교 시행과 발맞춰 교실에 온돌을 설치하는 건 애초부터 무리가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A 초교 교장은 "온돌 설치 같은 교실 리모델링을 진행하려면 몇 가지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공사를 진행할 업체를 구하는 입찰 공고를 2주간 내도록 정해져 있고, 공사를 진행해야 하니 이 기간을 전부 합치면 최소 두 달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서울 B 초교 교장은 "정말 온돌만 설치한다면 교실 하나당 1000만~2000만 원 사이 비용이 들고, 유휴공간을 리모델링하는 등 완전히 공간을 다시 꾸미는 경우엔 5000만 원 정도 든다"며 "돈이 많이 드는 공사를 학교가 절차 무시하고 서둘러 진행할 수도 없지 않냐"고 했다.

교육부 보통교부금으로 마련된 온돌 설치 예산도 서울의 경우 2월 말이 돼서야 교육청에 배부됐다. 아직 각 학교에는 배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교육부는 1월 24일 '긴급' 공문을 각 학교에 보내 사흘간 교실 바닥난방 현황을 조사했다. 당시 교육부는 교실 바닥에 온돌을 까는 것은 시간이 많이 소요되지 않아 학기 시작 전 작업을 모두 마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늘봄학교는 학교가 끝나면 부모가 퇴근할 때까지 '학원 뺑뺑이'를 돌려야 하는 돌봄·사교육비 부담을 해소하기 위한 정부가 내놓은 저출생 대책 중 하나다. 희망하는 학생은 정규 수업을 마친 1시 이후부터 2시간 동안 교육·예술 프로그램을 들으며 학교에 머물 수 있다.

정부는 올해 1학기부터 늘봄학교를 초등학교 1학년에 한해 전국 2741개 학교에서 우선 시행하고, 2학기부터 전국 초등학교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2026년에는 모든 학년 학생이 이용할 수 있게 된다.

hi_na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