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의 이탈' 병원 비상…정부 "합당한 보상할테니 환자 곁 지켜달라"

전공의 복귀 움직임 미미…빅5 병원, 전임의 설득 중
정부 오늘부터 미복귀 전공의 확인 점검…"예외없이 조치"

전국 의사 총궐기 대회 날을 맞이한 3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2024.3.3/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병원을 떠난 전공의 대다수가 돌아오지 않는 가운데 일부 전임의들도 사직서를 내거나 계약 갱신을 거부하는 등 이탈 움직임을 보이면서 의료현장에 비상등이 켜졌다.

서울 대형 병원들마저 응급환자 수용이 녹록지 않은 데다 환자 수술과 병동 운영은 더 줄어들 예정이다. 남아있는 의료진의 피로도는 갈수록 가중되는 실정이다.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4일 "29일 11시 기준 100개 수련병원을 점검한 결과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는 소속 전공의의 72%인 8945명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병원들도 전공의 업무 공백이 길어지면서 수술과 병동 운영을 줄이는 한편 전임의들의 추가 이탈 가능성을 지켜보고 있다.

이른바 빅5(삼성서울·서울대·서울성모·서울아산·세브란스병원)로 불리는 서울 대형 상급종합병원은 "아직 전공의들의 복귀 움직임이 없다고 볼 만큼, 활발하지 않다"고 전했다. 빅5 병원의 전임의 비율은 전체 의사의 16%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 병원은 많게는 수술을 50% 가까이 줄이면서 버티고 있다. 응급실과 중환자실은 교수와 전임의 등을 활용해 최대한 운영 중이지만 여의찮은 모습이다.

이날 중앙응급의료센터 종합상황판을 보면 서울아산병원은 현재 응급실에서 내과계 중환자실(MICU) 부재로 환자를 더는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건국대학교병원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부재로 일부 중증소아환자의 응급실 수용을 차단했고, 경희대병원도 당직의 부재로 정형외과·피부과·비뇨기과·소아과·성형외과·흉부외과 진료가 어렵다고 했다.

이에 대해 중대본은 "비상진료체계 점검 결과, 집단행동으로 인해 의료현장에 일부 불편이 있지만, 중증·응급 진료체계는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급종합병원 입원·수술은 감소하고 있으나 주로 중등증 이하 환자이며 일부 환자는 다른 종합병원으로 전원 후 협력진료 중이라고도 중대본은 전했다.

중대본은 또 "응급실에 내원하는 경증 환자 수도 2월 1일~7일 평균 대비 2월 29일 약 30% 감소했다"고 했다.

더욱이 전임의들도 떠날 의향을 내비치고 있어 병원들은 어떻게든 붙잡으려 설득하고 있다. 전임의는 전문의를 취득한 뒤 병원에 남아 세부 전공에 대한 연구와 진료를 하는 의사들이다.

통상 1년 계약을 하고, 계약이 만료되면 재계약을 하거나 본인 진로로 간다. 그런데 사직서를 제출하거나 일하기로 한 전임의들이 임용 포기를 결정하는 경우가 있다고 전해진다.

빅5병원 한 관계자는 "일부 전임의가 사직서를 내거나 계약을 갱신하지 않으려 한다"면서 "3월 초 계약 만료 전까지 (남아달라고) 설득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돌아오지 않은 전공의들의 병원 복귀를 거듭 호소하면서도 복귀 시한(2월 29일)이 지난 만큼 이날부터 주요 수련병원에 대한 현장점검에 나선다.

위반사항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예외없이 엄정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29일 오후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4.2.29/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중대본 브리핑을 통해 "업무개시명령을 위반하면 최소 3개월의 면허정지 처분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3개월 면허정지 처분을 받게 되면 전공의 수련 기간을 충족하지 못하게 돼 전문의 자격취득 시기가 1년 이상 늦춰지게 되고, 행정처분 이력과 그 사유는 기록된다"며 복귀를 당부했다.

그는 전임의들 이탈에 대해 "재계약이 원활치 않다. 별도로 행정명령은 내린 바 없고 각급 병원들이 계약 예정 전임의들에 대한 적극적인 설득을 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재계약률이 좀 저조한 것은 사실인데 100%에 가깝게 재계약된 기관이 있고 1명도 재계약하지 않은 기관도 있다. 상황을 지켜보며 예정된 계약이 이행되기를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병원에 남아 있는 전임의에게 고마움을 전하면서 "환자 곁을 지켜주시기를 호소드린다. 정부는 여러분들의 헌신과 노력이 반드시 합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전공의들 사이에서 "현장 이탈보다는 병원에 돌아와 대화로 해결하자"는 의견이 나오며 눈길을 끈다.

'다른 생각을 가진 의대생·전공의'(다생의) 모임은 최근 인스타그램에 "의료인 및 정부는 시민들을 도와 앞으로의 대안을 만들어 나가는 방식으로 지금의 국면을 풀어나가자"고 제안했다.

이들 중 한 흉부외과 전공의는 "파업이라는 '극약처방' 외 대안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지 못했고, 자신과 환자를 위해 어떤 방법으로 무엇을 바꾸자고 해야 할지도 논의하지 못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늘 환자와 보호자들의 '도대체 얼마나 더 기다려야 진료를 받을 수 있느냐'는 간절한 질문을 마주한다"며 "시민이 중심에 서서, 지금 국면을 풀어내기를 우리는 간절히 바란다"고 부연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