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 서울 한복판서 '건국전쟁'…"이승만 만세" vs "굴욕외교 중단"

보수단체 4만여명 모여 이승만 전 대통령 연호…맞불 집회 열려
시민들 "생각은 다를 수 있지만 교통·소음 불편" 호소

1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와 광화문역 일대에서 열린 자유통일당 등 보수단체 3.1절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고 있다. 2024.3.1/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이기범 김민수 기자 = 3·1절을 맞아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보수와 진보 양 진영의 '건국전쟁'이 벌어졌다. 먼저 태극기와 성조기를 양손에든 참가자들은 광화문 일대 4~5개 차로를 가득 메운 채 주사파 척결을 외치며 "이승만 건국 대통령 만세! 이승만 기념관 건립하라" 등의 구호를 연호했다.

자유통일당은 1일 오후 1시부터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자유 통일을 위한 천만 조직 국민대회'를 열었다. 이 집회에는 4만명(주최 측 신고)의 참가자가 몰렸으며, 동화면세점부터 시청역 구간 4~5개 차로 위에서 진행됐다.

일부 참가자들은 광화문광장과 교보생명빌딩 앞에서 집회를 진행했다. 또 한국교회보수연합은 같은 시간에 시청역 8번 출구 일대에서 구국 기도회를 열었다.

이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공산당을 때려잡자" "빨갱이를 때려잡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일부 참가자는 이승만 전 대통령이나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진을 들고 다니기도 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전국 각지에서 관광버스를 대절해 이날 오전부터 순차적으로 집결했다.

'문재인 구속' 팻말을 들고 있던 김 모 씨(69·남)는 "좌파 척결을 위해 부산에서 6시부터 출발해 왔다"며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어떻게 공산당이 판을 치나"라고 말했다.

경기도 구리시에서 온 70대 여성 김 모 씨는 "공산화 직전에 있는 우리나라를 지키기 위해 집회에 참여했다"며 "살기 좋은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목숨 걸고 끝까지 지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광화문 일대에서는 정부를 규탄하는 집회도 열렸다. 이날 오후 2시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앞에서는 6·15공동선언 남측위, 민주노총, 평화통일시민회의 등의 주최로 '윤석열 정권 심판 자주평화대회'가 진행됐다.

약 3000명(주최 측 신고 기준)이 집회에 참여했고 광화문 일대를 행진하며 "굴욕 외교, 전쟁 조장 윤석열 정권 심판하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또 "이승만 기념관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 용납할 수 없다" "이승만은 하와이로 빤스런(도주)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1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와 광화문역 일대에서 자유통일당 등 보수단체 3.1절 집회가 열리고 있다. 2024.3.1/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이번 집회 관리를 위해 경찰은 80개 부대 규모의 인원을 투입했다. 집회는 큰 충돌 없이 이날 오후 5시쯤 마무리됐다.

그러나 광화문 일대는 극심한 교통 정체가 발생했다. 일부 시민은 귀를 틀어막은 채 집회 장소를 지나가기도 했다.

광화문 인근 버스정류장에 있던 한 30대 남성은 "각자 생각이 다를 수 있고, 집회는 자유라고 생각하지만 버스 정류장 앞까지 가로막아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어린 자녀들과 함께 광화문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을 찾은 박 모 씨(54·남)는 "애들을 데려왔는데 별로 보기가 좋지 않고, 소음이 너무 심하다"고 말했다.

이날 광화문 일대 소음은 90데시벨 이상을 수시로 넘나들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시행령은 도심 일대 낮 시간대 등가소음도는 10분간 75데시벨 초과, 최고소음도는 1시간 동안 세 차례 95데시벨을 초과하면 제재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K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