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난 엄마와 그놈, 내인생 망쳤다"…생모·상간남 찾아 죽음의 복수극

29년만에 만난 엄마 "내 자식 맞나, 민증까라"에 분노 [사건속 오늘]
6살 때 엄마 불륜 목격…생모 가출 뒤 고아원 신세, 쌓인 원한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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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그리움이 변해서 사무친 미움'이라는 대중가요가 있듯이 그리움과 미움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13년 전 오늘 구속된 이 모 씨(당시 35세)도 다른 남자를 따라 집을 나간 어머니를 그리워하기도 미워하기도 하다가 잘못된 선택을 하고 말았다.

◇ "복수를 마쳤으니 이제 죗값을 치르고 싶다"…자청해서 수갑 찬 아들

2011년 3월 9일 서울 강서경찰서는 이 씨를 존속살해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이 씨는 전날 오후 4시쯤 서울 강서구 방화동의 한 아파트에서 어머니 최 모 씨(55)를 살해한 후 경기도 양주로 이동, 의붓아버지 노 모 씨(52)마저 살해한 혐의를 받았다.

2시간 30분 사이 2명의 목숨을 뺏은 이 씨는 8일 오후 10시40분쯤 자신의 주거지 인근의 서울 관악경찰서 신사파출소로 찾아가 "내가 어머니 죽였다. 복수를 마쳤으니 이제 죗값을 치르고 싶다"고 자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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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살 때 엄마의 불륜 목격하고 충격…바람난 엄마, 자식 버리고 가출

부산이 고향인 이 씨는 경찰 조사에서 "바람 난 엄마로 인해 인생이 꼬였다"며 기구(崎嶇)한 인생사를 털어놓았다.

"6살이던 1982년 엄마가 집에서 노 씨와 육체관계를 갖는 장면을 목격, 큰 충격을 받았다"는 이 씨는 "얼마 뒤 바람 난 엄마가 노 씨를 따라 집을 나가 버리자 술독에 빠졌던 아버지도 1987년 막다른 선택을 했다"고 밝혔다.

이후 동생과 부산의 한 고아원에 들어간 이 씨는 주위의 냉대, 자신을 버린 엄마에 대한 원망 등으로 힘든 생활을 하다가 고아원을 뛰쳐 나가 가발공장 등을 전전했다.

◇ 건강보험 가입을 위해 가족관계 증명서 발급…이때 알게 된 생모의 주소

삶이 곤궁할수록 이 모든 불행은 자식을 버리고 도망간 어머니 탓이라는 생각에 "미쳐 버릴 것 같았다"는 이 씨는 2011년 초 건강보험 가입 문제로 가족관계 증명서를 발급받았다.

이때 '서울 강서구 방화동 000 아파트 0동 000호'라는 어머니 최 씨의 주소가 눈에 들어왔다.

"왜 우리를 버렸는지" 따져라도 봐야겠다는 결심한 이 씨는 흉기를 구입한 뒤 2011년 3월 8일 낮 11시 40분쯤 어머니가 살고 있는 아파트 문을 두들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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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년 만에 만난 모자, 소주잔 기울이다가 '너 내 아들 맞나, 주민등록 보자'라는 말에 그만

문을 연 어머니 최 씨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자 이 씨는 "엄마 아들이다"고 했다.

순간 최 씨는 멈칫한 뒤 "술이나 한잔하자"며 아들 손을 잡고 들어와 4시간가량 소주 2병을 나눠 마시면서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잠시 마음이 풀렸던 이 씨는 "왜 나를 버렸냐, 어머니로 인해 내 인생이 꼬였다"며 쌓였던 분노를 쏟아내자 최 씨는 '미안하다, 엄마가 잘못했다'는 말 대신 "너 내 아들 맞냐, 누가 보내서 왔냐, 주민등록증을 보자"며 역정을 냈다.

◇ 생모 살해 후 불행의 씨앗인 엄마의 불륜남 찾아가 또…

이에 품고 있던 흉기로 오후 4시쯤 어머니를 무참하게 살해한 이 씨는 "이 모든 불행의 시작은 엄마를 꾄 불륜남 때문이다"며 노 씨가 살고 있는 경기도 양주로 가 "00식당 앞에서 보자"고 전화를 걸었다.

노 씨가 오후 6시37분쯤 식당 앞에 나타나자 이 씨는 노 씨마저 살해한 뒤 서울 관악구 신림동 자신의 집으로 도망친 뒤 술을 들이켰다.

그 후 신사파출소로 들어가 "자수하러 왔다.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시 오겠다"며 횡설수설했다.

이때 이 씨 손가락에 피가 묻은 휴지가 감겨 있는 것을 본 경찰관이 "술이나 깬 뒤 집으로 가라"며 달래면서 30여 분간 회유, "내가 방화동에서 엄마를 죽였다. 이제 복수를 마쳤다"라는 말을 끌어냈다.

이 씨는 징역 22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buckba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