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의대 증원 2000명 조정 불가" vs 의협 "끝까지 저항"

중대본, 복지부에 검사파견…사법조치 임박한 듯
전국 의사 대표들 ‘의대증원 중단 때까지 저항“ 결의문 채택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증원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 본격화 하며 환자들의 불편이 가중되는 가운데 25일 오후 경기 이천기 경기도의료원이천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4.2.25/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양희문 박소영 정지형 황진중 기자 = 의대 정원 확대 규모와 관련해 2000명에서 조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의료계는 정부가 의대증원을 강행할 시 어떠한 대응도 불사하겠다며 연일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대통령실은 25일 의대 정원 확대 규모와 관련해 "기본적으로 원래 필요했던 의사 충원 규모는 지난번에 말한 것처럼 3000명 내외"라며 "여러 여건을 고려해 2000명 정도로 정부에서는 생각하고 있는 입장"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성태윤 정책실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민생토론회 관련 브리핑실을 진행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인원 자체가 30여년간 1명도 증원되지 못한 관계로 줄어 인원이 누적돼 7000명에 이를 정도로 감소된 상태로 유지되고 있는 현재 상황을 반영해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부에서 다음 달 4일까지 전국 의대에 어느 정도 증원이 가능한지 묻는 공문을 보냈다"며 "이미 의대에서 어느 정도 인원을 교육할 수 있는지에 관한 조사가 있었고 당시 조사에서는 최소 2000명, 최대 3500명 정도까지 가능하다는 답변이 왔다"고 덧붙였다.

◇중대본, 복지부에 검사 파견…사법조치 수순인 듯

정부가 의사 집단행동과 여론 선동, 명예훼손 등 가짜뉴스에 엄정 대응하기 위해 보건복지부에 검사 1명을 파견하기로 했다.

의사 집단행동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날 오후 2시 조규홍 복지부 장관 주재로 회의를 개최했다.

먼저 중대본은 보건복지부에 검사 1명을 파견하여 신속하고 정확한 법률자문을 받기로 했다. 현재 법무부는 대한법률구조공단, 마을변호사 등 법률지원단을 통해 불법 집단행동으로 피해를 본 국민들에게 구제방법 등을 안내하고 있다. 전국 일선 검찰청에서도 검·경 협의회 개최를 통해 경찰과 협력체계를 구축하여 신속한 사법처리에 대비하고 있다.

정부는 불법 집단행동을 주도하는 주동자 및 배후 세력에 대해서는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정상 진료나 진료 복귀를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엄중히 처벌할 계획임을 분명히 했었다.

경찰청도 의사 집단행동 관련 허위 여론 선동, 명예훼손 등 악의적인 가짜 뉴스에 대해 엄정 대응할 계획이다.

중대본은 주말, 공휴일에도 비상진료체계가 유지될 수 있도록 전국 409개 응급의료기관 응급실의 24시간 운영상황을 점검·관리하고 있다. 또한 97개 공공보건의료기관 중심으로 주말과 공휴일 진료를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 정책에 반대하는 대한의사협회(의협) 산하 전국 16개 시·도 의사들이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용산 대통령실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2024.2.25/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의협, 결의문 채택…"의대증원·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중단하라"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전국 의사 대표자 회의를 개최한 후 결의문을 채택했다. 회의에는 비대위원과 시도 의사회장 등 각 지역 의사회 대표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결의문에서 "정부가 의대정원 2000명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패키지를 일방적으로 강행할 경우 전체 의료계가 적법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끝까지 저항할 것"이라며 "정부는 국민의 자유로운 의료선택권을 침해하고 의사의 진료권을 옥죄는 불합리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의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의협 비대위와 전국 의사 대표자들은 의사 수와 관련해 "정부는 우리나라가 인구 1000명당 의사 수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낮다는 이유로 의사가 부족하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로 의사가 부족할 때 나타나는 현상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들은 "정부는 필수의료 분야를 살린다는 명분으로 필수의료 정책패키지를 발표하였으나 동 패키지에는 임상 수련과 연계한 개원면허의 단계적 도입, 의사의 진료 적합성 검증체계 도입, 비급여 혼합진료 금지 등 국민의 자유로운 의료선택을 제한하고 의료비용 억제에만 주안점을 둔 잘못된 정책"이라고 덧붙였다.

의협 비대위와 전국 의사 대표자들은 결의안 채택 후 이날 5시까지 용산 대통령실까지 가두행진을 했다.

◇'강대강 대치'에 중재 움직임…교수들 "정부, 의료단체 정책 수립 협조해야"

정부와 의료계의 강대강 대치가 연일 이어지자 국립대 교수들, 의대 교수들 사이에서는 이를 중재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국립대학교 교수들이 정부가 의대 증원 2000명 원칙을 완화해 현실적인 증원 정책을 마련하고, 전공의들이 의료현장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거점국립대학교교수연합회는 이날 "정부와 책임있는 의료단체는 현실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의료정책 수립에 협력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며 "의사의 수를 급격히 늘려 모든 국민이 동등한 의료 서비스를 받게 하겠다는 현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의료계의 거센 반발에 직면하면서 사회적인 갈등이 격화되고 국민의 건강권을 위협하는 의료공백 사태가 초래되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의료공백 문제 해결을 위한 해결책으로 △정부와 책임 있는 의료단체와의 공식적인 대화 시작 △2000명 증원 원칙 완화 및 현실 고려한 증원정책 △정부에 잘못되고 과장된 정보를 제공한 일부 대학 책임자와 전문가들의 사과 △전공의들의 의료현장 복귀를 위한 노력 △의사증원과 관련한 협의내용 공개 △의사증원 협의에 교육계, 산업계 참여 △현장 떠난 전공의에게 책임 묻지 않기 등을 제시했다.

정진행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원장도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지난 금요일 저녁 차관님과 허심탄회한 대화 속에서 저는 정부가 이 사태의 합리적 해결을 원하고 있으며, 향후 이성적인 대화를 통해 최적의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고 확신하게 됐다"고 적었다.

◇의사 집단행동 속 첫 주말, 적막감만…"전원 사례 없어"전공의들의 집단행동 돌입 엿새째이자 첫 주말인 25일 대학병원과 지역병원의 응급실, 중환자실 등은 여느때와 다름없이 분주한 모습이었다. 다른 병원으로 전원을 가거나, 진료를 보지 못하는 사례는 거의 없었다.

이날 오전 11시 인천 남동구 가천대 길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 앞은 적막감이 감돌았다. 가천대 길병원 관계자는 "이날 환자들이 병원을 많이 찾고 있지는 않다"며 "현재까지는 다른 응급실로 전원되는 사례 없이 진료를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오후 2시30분쯤 의정부시 금오동 소재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응급진료 대기실은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었다. 응급실을 찾은 7~8명의 대기인원은 직원의 안내에 따라 순차적으로 진료실로 들어갔다. 진료를 끝낸 환자들은 응급처치를 받고 입원 또는 퇴원 수속을 받고 병원을 떠났다.

rn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