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편, 재혼 남편, 시어머니까지 독살…1년6개월 무덤 속 시신이 잡았다

사망 보험금 노려 파라콰트 농약 사용…자녀도 대상 [사건속 오늘]
검거되자 "내 안에 악마, 날 멈추게 해줘서 고맙다"…무기수 복역

포천 농약 연쇄 살인사건의 범인 노모 씨가 거액의 보험금을 노리고 주사기로 농약을 음료수 병에 집어 넣는 모습을 다룬 SBS '궁금한 이야기 Y'. (SBS 갈무리) ⓒ 뉴스1

(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재혼한 남편과 시어머니, 전 남편을 죽인 것도 부족해 친딸까지 죽여 보험금을 타내려 한 비정한 아내, 며느리, 어머니가 있다.

완전 범죄에 성공했다며 거액의 보험금으로 명품 옷을 걸치고 호화 승용차를 타고, 스키 모임에서 인싸에 오르며 우쭐댔다.

하지만 며느리에 의해 독살당한 시어머니가 죽어서도 원한을 갚고야 말았다.

◇ 세상을 놀라게 한 포천 농약 일가족 연쇄 살인범…노 여인

2015년 3월 3일 경기지방경찰청 제2청 광역수사대가 경기도 포천에서 보험금을 타기 위해 전 남편, 현 남편, 시어머니 등 3명을 연쇄 살해한 노 모 씨(44)를 살인·살인미수·존속살해·사기 혐의로 구속했다고 발표하자 세상이 깜짝 놀랐다.

2011년 5월 9일 전 남편 김 모 씨(당시 45세)를 살해한 노 씨는 2012년 3월 이 모 씨와 재혼한 뒤 2013년 1월 19일 시어머니 홍 모 씨(79세), 그해 8월 16일엔 이 씨(43세)마저 독살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2014년 여름엔 친딸(22세)을 독살하려 했고 아들(25세) 앞으로 거액의 보험금을 드는 등 아들까지 손을 대려 했다.

또 전 남편 시어머니까지 죽이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노모 씨가 농약을 이용해 전 남편, 남편, 시어머니에 이어 딸까지 죽이려 한 사건 개요. (YTN 갈무리) ⓒ 뉴스1

◇ 위장 이혼한 첫 남편, 독살…보험금 4억5000만 원, 부동산 등 10억 챙겨

1991년 노 씨와 결혼한 김 씨는 아들, 딸을 낳고 순탄한 결혼생활을 하다가 사업이 실패하자 채권자에게 부동산이 넘어갈 것을 우려해 땅을 아들 앞으로 넘긴 뒤 위장 이혼했다.

이때 김 씨와 노 씨는 '땅 판 돈을 반반 나누자'고 약속했다.

하지만 노 씨는 땅과 전남편 앞으로 들었던 4억 5000만여 원의 보험금을 독차지하겠다고 결심, 2011년 5월 8일 독성 농약(파라과트 성분)을 음료수에 넣어 전 남편의 시어머니 채 모씨와 김 씨 독살을 시도했다.

채 씨는 쓴 맛에 음료수를 뱉어 목숨을 건졌지만 독약이 든 음료수를 그대로 마셔 버린 김 씨는 5월 9일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했다.

이때만 해도 채 씨는 아들이 '마누라에게 배신당하고 사업도 망한 신세 한탄을 하다가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고 믿었다.

노 씨는 김 씨 사망보험금 4억5000만원과 땅 판 돈 등 10억원가량을 손에 넣었다.

농약으로 연쇄 살인한 노 모씨와 농약 등 증거물. ⓒ 뉴스1 DB

◇ 농약을 밀가루에 넣어 조금씩, 시어머니에 이어 남편까지 독살

노 씨는 전남편이 사망한 지 10개월 만인 2012년 3월 10일 이 씨와 재혼해 아들을 낳은 뒤 남편 앞으로 거액의 사망 보험금을 들었다.

보험금을 노린 노 씨는 이번에도 극소량만으로도 사람이 죽는다는 농약성분 파라콰트를 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시어머니 홍 씨에겐 농약이 든 '자양강장제'를 마시게 해 숨지게 했다.

이어 남편 이 씨는 밀가루에 농약을 조금씩 넣어 반죽을 만든 뒤 김치찌개 등을 끓일 때 수제비를 떠서 넣는 방식으로 서서히 신체장기를 망가뜨려 나갔다. 남편 이 씨는 시름시름 앓다가 세상을 떴다.

◇ 사망 보험금 5억3000 챙긴 노 씨…스키 모임 스타 등 우쭐

남편 사망 보험금 5억 3000만원이 자신과 남편 사이에 태어난 아들 이 모 군(5세)앞으로 지급되자 친권자임을 내세워 4억원을 현금으로 인출했다.

전 남편과 재혼 남편 보험금 등으로 15억 원에 이르는 돈을 손에 쥔 노 씨는 골드바를 사고, 명품 옷에 외제차, 스키 동호회, 2000만원 짜리 사이클로 전국 일주 등 짧지만 신난 세월을 보냈다.

2014년 10월., 관계자들이 경기도 파주에 안장된 노 모씨의 시어머니 무덤을 부검을 위해 개봉하고 있다. (KBS 갈무리) ⓒ 뉴스1

◇ 올케의 비정상적 모습에 의심품은 시누이, 집요한 경찰 수사관이 악마의 가면 벗겨

이 씨의 누나는 어머니와 동생이 7개월 간격으로 세상을 떠난 데다 슬픈 표정조차 없는 올케를 의심, 보험회사에 하소연했다.

촉이 발동된 보험회사 직원은 경기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수사를 의뢰, 마침내 악마의 가면이 벗겨지기 시작했다.

경찰은 사망자 3명 모두에게서 독극물 파라콰트 성분이 검출된 데다 2014년 여름 노 씨의 친딸이 같은 농약성분을 먹고 병원에 입원치료한 사실을 알아냈다.

◇ 확신은 들지만 증거가…전문가 "독극물은 무덤까지 가지고 간다" 시신 부검 권유

경찰은 노 씨가 일을 저질렀다는 심정을 굳혔지만 피해자 3명 모두 사망, 증거가 없다며 곤란해했다.

전 남편 김 씨, 재혼 남편 이 씨는 화장처리 됐고 시어머니 홍 씨도 매장한 지 1년 6개월이 지났기 때문이다.

이에 A 형사는 독극물 중독 치료 분야 권위자인 홍세용 순천향대 천안병원 교수를 찾아가 사정을 설명했다.

홍 교수는 "파라콰트는 오랜 기간 형태를 유지하고 있기에 시신 주변 흙에서도 검출된다"며 "시어머니 무덤에 증거가 남아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경찰은 유족들의 동의를 받아 2014년 10월 경기도 파주 공원묘지를 찾아 시어머니의 묘를 조심스럽게 개장한 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 '파라콰트 성분이 발견됐다'는 결과물을 받아 들었다.

포천 농약 연쇄살인 범인 노모 씨는 자신의 딸에도 농약을 먹여 죽인 뒤 보험금을 타내려 했다. 딸은 목숨은 건졌지만 폐에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 (SBS 갈무리) ⓒ 뉴스1

◇ 아들, 군 복무중이어서 화 면해…노 씨 "나를 멈추게 해 줘서 고맙습니다"

친 딸도 농약으로 해친 뒤 사망 보험금을 받으려 하다가 미수에 그쳤지만 치료비 명목으로 보험금 700만원을 챙겼다.

딸이 독약으로 폐를 다쳐 평생 후유증을 안고 살아야 하지만 노 씨 눈에는 보이지 않았다.

또 아들 앞으로도 사망 보험금을 들었던 노 씨는 경찰에 검거된 뒤 "저를 멈추게 해 줘서 고맙습니다"고 눈물을 흘렸다.

군 복무 중인 아들이 사회로 나오면 틀림없이 농약으로 죽이려 했을 것이라며 자신 안에 악마가 살고 있다고 했다.

무기징역을 확정받은 노 씨는 현재 청주여자교도소에서 참회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buckba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