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은 이공계 블랙홀?…"'의대 쏠림' 장기적 완화"

서울대 정시 자연계 미등록률 21%…연고대 대기업 학과도 찬밥
"의사 수입 적정 수준 낮춰지면 의대 지원 경향 감소할 것"

서울의 한 대형 병원 모습./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남해인 기자 = 높은 의사 연봉으로 '의대 쏠림' 현상이 심각한 가운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의사 공급을 늘려가야 한다는 주장이 의료계와 교육계에서 나온다.

23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대 자연계열에 정시 합격하고도 등록하지 않는 비율이 지난해(2023학년도) 입시보다 올해(2024학년도)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종로학원이 분석한 2024학년도 서울대 정시 미등록 현황에 따르면 자연계열 정시 합격자 중 164명(모집 정원의 21.3%)이 등록하지 않았다. 지난해 88명보다 12.2% 상승했다.

올해 처음 모집한 첨단융합학부에선 73명 정원 중 12명(16.4%)이 등록하지 않았다. 또 자연계열 중 선호도가 높은 학과·학부 중 하나인 컴퓨터공학부도 27명 중 9명(33.3%)이 등록하지 않아 지난해 미등록 인원 4명(14.8%)보다 늘었다.

이밖에 자연계 미등록률이 높은 학과는 △약학계열(63.6%) △의류학과(58.3%) △간호대학 55.6% △지구과학교육과 50% △통계학과 50% 등이다. 특히 이들 학과는 선발 인원 절반 이상이 등록하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미등록률이 50%를 넘긴 학과는 한 곳도 없었다.

이같은 현상이 벌어지는 것은 의대와 동시 합격했을 경우 의대를 선택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종로학원 관계자는 "자연계열 특정 학과에 국한되지 않고 전체적으로 미등록이 발생하는 양상인 게 올해 정시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장기적으로 의대 쏠림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의대 정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지난 20일 증원 찬성파로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한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2019년 연봉 2억 원 남짓하던 종합병원 봉직의 연봉이 최근 3억~4억 원까지 올랐다"며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대 쏠림에 대해 "의사의 연봉이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의대 쏠림의 근본적 원인은 의사 수입이 다른 직업을 선택하는 것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이라며 "의대 증원을 통해 의사 수입을 적정 수준으로 낮추는 게 의대 쏠림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교육계에서도 의대 정원 확대로 수험생들이 단기적으로는 '반짝' 의대에 관심이 몰릴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쏠림 현상이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5000명 이상의 의사가 배출되면 처우나 연봉이 감소해 인기가 하락하고, 대기업 계약학과를 비롯한 반도체·첨단학과 등 이공계 학과와 경쟁력을 따져보게 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남윤곤 메가스터디 입시전략연구소장은 "현재 의대 인기가 높은 건 의사 자격증의 희소성 때문인데 정원을 대폭 늘리면 장기적으로는 점차 열풍이 수그러들 것"이라며 "지방 의대를 중심으로 정원이 늘어난다면 굳이 의대를 가야 하나 고민하게 될 수도 있다"고 했다.

hi_na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