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집단행동 때마다 의료대란, 왜 되풀이될까
주 평균 78시간 근무…처우 개선, 전문의 고용확대 정책 나와
전문가 "강대강 대치, 악마화? 지역 필수의료 붕괴만 가속화"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전공의들의 집단 이탈로 촉발한 의료대란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왜곡된 필수의료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날(19일) 오후 11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을 점검한 결과 이들 병원 소속 전공의의 55% 수준인 6415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들 100개 병원에는 전체 전공의 1만3000명의 약 95%가 근무 중이다. 사직서 제출자의 25% 수준인 1630명은 근무지를 이탈했다.
복지부가 10개 수련병원 현장을 점검한 결과 전날 오후 10시 기준 이들 병원 소속 1630명 전공의 중 총 1091명이 사직서를 제출했고 이 중 757명이 출근하지 않았다.
이들의 집단행동으로 진료에 피해를 본 환자가 신고할 '의사 집단행동 피해 신고 지원센터'에는 19일 오후 6시 기준 총 34건의 피해상담 사례가 접수됐다.
사례 중 수술 취소 25건, 진료 예약 취소 4건, 진료 거절 3건, 입원 지연 2건이었다. 전공의들의 이탈이 가속화될 상황을 전망하면 피해 사례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을 통해 과거 대규모 파업들로 환자들이 큰 고통을 겪었다며 "전공의 여러분은 환자 곁으로 돌아가달라"고 당부했다.
반면 전공의들은 "의대증원에 반대할뿐더러 격무에 허덕이다가 더 이상 안 되겠다 싶어 그만두겠다는 것"이라는 분위기다.
병원을 빠져나간 전공의 등을 대표하는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의 박단 회장은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전공의는 국가의 노예가 아니다"라고 적었다.
그는 △주 80시간 이상 근무와 최저 임금 수준의 보수 △전문의를 값싼 전공의와 PA(진료보조인력)로 대체하는 병원 행태 △전공의 대상 폭력 사건 등을 정부가 외면해 왔다고 지적했다.
대전협에서 지난 2022년 11~12월 진행한 '2022년 전공의 실태조사'를 보면 전공의의 1주일 평균 근무시간은 77.7시간이었다.
휴식도 충분치 못한 모습이다. '16시간 이상 근무 후 10시간 이상의 휴식 시간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33.9%는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빅5 병원 의사 인력 중 전공의 비율은 서울대병원 46.2%, 세브란스병원 40.2%, 삼성서울병원 38%, 서울아산병원 34.5%, 서울성모병원 33.8%로 평균 39%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발표를 통해 의료기관을 전공의 중심에서 전문의 중심으로 개편한다는 방침을 소개했다.
전공의 의존도가 큰 병원이 전공의들의 장시간 근로와 번아웃을 일으킨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신설 의료기관의 의사인력 확보 기준 준수 여부를 판단할 때 전공의 1명을 0.5명으로 산정하는 등으로 전문의 고용을 유도하기로 했다.
전문의 고용을 확대하고 전공의에게 위임 업무를 축소하는 병원에는 '가산 수가'로 보상하고 전문의 장기계약과 육아휴직·연구년 보장을 유도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그러나 이런 방안이 현재 수련 중인 전공의들의 처우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데다 의대증원과 그로 인한 마찰 과정에 내세운 정부 방침이 강경해 반발을 부른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상황 자체가 너무나 '강대강' 대치다. 서로에게 악마화 혹은 개인을 집단화할 수밖에 없다. 장기적으로 모두에게 손해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전공의를 택한 것만으로도 개원 시장에 진출하지 않은 채 필수의료에 종사하겠다는 사명감을 가졌던 이들"이라며 "이들의 이탈이 병원에 위기를 주는 점은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필수의료에 정당한 보상이 이뤄졌거나, 시스템이 구축됐어도 전공의들이 현장을 떠나더라도 전문의들이 필수의료를 지속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우리 의료의 구조 자체가 필수의료에 취약하다는 의미다. '처우를 개선해주겠다'는 말도 좋지만, 이 문제를 먼저 고민해야 장기적인 논의가 가능하다"고 제언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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