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차서 1시간째 환자 못 내렸다"…응급구조사도 '응급실 마비' 분통
전공의 이탈 첫날…복도 병상 대기, 수술 급한데 안 받는 병원 속출
"오후 들어 오가는 의사 눈에 띄게 줄어…일주일 어찌 버틸지 걱정"
- 박혜연 기자, 임윤지 기자, 장성희 기자
(서울=뉴스1) 박혜연 임윤지 장성희 기자 = "환자가 아직 구급차에서 못 내리고 있다. 저도 밖에서 1시간째 기다리고 있다."
전공의 집단 이탈 첫날인 20일 오후 응급구조사 A 씨가 서울대병원 응급센터 앞에서 발을 동동 굴렀다.
A 씨는 "조금 전 응급환자가 한 명 와서 심폐소생술로 처치하고 그다음이 돼서야 간호사가 와서 지금 구급차 안에서 환자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서울 '빅5' 병원을 비롯해 주요 대학병원 전공의들의 집단 휴진이 시작되면서 의료 대란이 가시화하고 있다. 특히 정부는 '응급실이 정상 운영되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장에서는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응급실은 금방 포화 상태가 되거나 병상이 비어 있어도 수술할 의사가 없다며 환자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서울아산병원 응급실 앞엔 전날(19일)에 이어 이날도 '응급실 병상이 포화 상태로 진료 불가하다'는 입간판이 세워졌다. 응급실 앞에는 한 남성 환자가 병상에 누운 채로 대기하고 있었고 그 뒤로도 환자 7명이 길게 한 줄로 서서 자리가 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삼성서울병원 앞에서 만난 응급구조사 B 씨(52)는 "진료는 보는 것 같은데 수술이나 시술해야 하는 환자들이 이송 요청을 하면 병원이 전공의가 없다며 환자를 안 받고 있다"고 말했다.
B 씨는 "교수들이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캡(capacity·수용력)이 없는데 어떻게 수술을 하나. 그러니 계속 무기한 연기되는 것"이라며 "환자와 보호자들이 많이 속상해하더라"고 전했다.
오후가 되면서 보이는 의사 수가 줄어드는 게 체감될 정도였다.
환자 이송 업무를 하는 임 모 씨는 "오늘 의사들이 많이 안 보이긴 한다"며 "환자들도 많이 퇴원하고 진료도 미뤄져서 일이 3분의 1로 토막 난 수준"이라고 말했다.
임 씨는 "지금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곳은 채혈실, 영상의학과, 소화기내과 이 정도일 것"이라며 "첫날은 간신히 굴러가는 중인데 일주일은 어떻게 버틸까 싶어서 걱정이다"고 한숨을 쉬었다.
교수와 간호사 등 남은 의료진이 전공의 업무를 떠안으면서 부족한 일손을 메우고 있지만 파업 장기화가 예상됨에 따라 병원 마비 우려가 나온다.
삼성서울병원의 간호사 C 씨는 "사직서를 낸 전공의 중엔 (병원에) 나온 사람이 없다"며 "교수님들이 대신 당직을 서고 계시지만 정부가 강하게 나오고 있어서 파업이 길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빅5 병원 중 한 곳에 근무하는 간호사 D 씨는 "골수 검사나 동의서를 받는 일 등 인턴이 하던 일도 지금 교수님이 하고 계신다"며 "주변 간호사들끼리도 날이 가면 갈수록 더 (반발이) 심해지고 잘 안 풀릴 것 같다고 한다"고 말했다.
D 씨는 "병원이 입원 환자를 안 받고 있어서 병실이 점점 비어가고 있다"며 "응급실에는 항상 전공의가 몇 명 상주해 있었는데 (이번 파업으로) '당장 응급실은 어떻게 하나' 이런 말도 나온다"고 덧붙였다.
한편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날 밤 11시 기준 상위 100개 수련병원에서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는 모두 6415명으로 파악됐다. 이들 병원에 소속된 전공의의 55%에 해당하는 숫자다. 이 중 25%에 해당하는 1603명이 출근하지 않고 업무에서 이탈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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