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혼녀 191번 찔러 살해한 남친…모친은 "내 자식 착한데, 억울하다"
- 소봄이 기자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결혼을 약속한 여자 친구를 흉기로 191번 찔러 죽인 남성이 우발적 범행을 주장하는 가운데, 그의 모친은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지난 15일 MBC '실화탐사대'는 영월 약혼녀 살인사건에 대해 다뤘다. 앞서 20대 남성 류모 씨는 지난해 7월 24일 영월군 덕포리 한 아파트에서 결혼을 전제로 동거 중이던 25살 여자 친구 정혜주 씨를 살해했다.
류 씨는 흉기로 정 씨를 191번 찔렀다. 경찰과 병원에서조차 가족들에게 "시신 확인을 안 하는 게 좋겠다"고 말렸을 정도라고 한다.
유일하게 시신을 본 외삼촌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성한 곳이 없었다. 어떤 표현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잔인하고 참혹했다. 얼굴도 못 알아볼 정도로…사람이 사람을 그렇게 할 수가 있나. 말 그대로 난도질이었다"고 말했다.
류 씨는 정 씨를 살해한 당일 "제가 여자 친구를 난도질했다"고 직접 신고했다. 경찰은 정 씨가 양다리를 걸쳤다는 소문과 달리 치정 사건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류 씨는 범행 동기에 대해 옆집 층간소음 스트레스로 정 씨를 죽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사건이 발생하기 전 옆집은 이미 이사를 간 상황이었다.
또 류 씨는 "결혼을 앞두고 부채가 늘자 경제적으로 힘들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동거를 시작하고 금전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으며 매달 나가는 생활비도 빠듯한 상황이었다고 한다.
이어 류 씨와 정 씨의 전화 통화 내용이 공개됐다. 류 씨가 "이번 달 휴대전화 요금 20만원 나왔던데"라고 하자, 정 씨는 "뭐 했냐? 소액결제 했냐?"고 물었다.
류 씨가 이를 인정하며 "뭐한 것도 없는데"라고 말하자, 정 씨는 "소액 결제를 왜 해 오빠? 빚만 갚다 인생 끝날 거야? 그니까 빌리지 말라고. 그거 안 빌리면 그거 안 갚아도 되는 거다"라고 말했다.
류 씨 직장 상사도 "저한테 사실 (류 씨가) 매달 50만 원 빌릴 때도 있고 100만 원 빌릴 때도 있었다. 그래서 '한 달만 허리띠 바짝 졸라매라. 그러면 다음 달에는 네 월급 그대로 가지고 생활할 거다'라고 말해줬다. 안 되더라고"라고 전했다.
특히 류 씨는 수사 과정 중 전문 조사관 면담에서 "여자 친구를 죽이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그날 휴게실에서 문득 죽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집으로 갔다"고 말했다.
조사관은 이를 검사한테도 알리며 "우발적으로 행한 범죄는 아닌 것 같다고 했다. 근데 법원에서 류 씨가 그런 말 안 했다고 모른 체 해버리더라"라고 황당해했다.
류 씨 어머니는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내 자식이라서 그런 게 아니라 너무 착해서. 내가 할 말이 많지만 죄인이니까 할 말을 꾹 참는 거예요"라면서 "(범행 동기는) 모르겠어요. 따로 사는데 내가 어떻게 알아요. 너무너무 억울하고 나도 억울해요. 그래도 죄인이니까 너무 미안하고"라며 오열했다.
이와 관련 순천향대학교 경찰행정학과 오윤성 교수는 "한 번도 아니고 190여차례를 공격한 건 정 씨에 대해서 여러 가지 복잡한 감정이 있었던 거다. 피해자가 없어짐으로써 자기에게 지워질 책임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거다. 제가 봤을 땐 그 책임이라는 게 결혼이다. 결혼하기 싫은데 지금 와서 '결혼하기 싫다'고 하면 본인이 감당할 수 있겠냐. 이 상황을 타개하려 고민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1심 법원은 류 씨에게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류 씨는 검찰 측이 항소하기도 전에 이미 먼저 항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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