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위와 불륜' 망상에 젖은 재벌가 사모님, 대학생 사돈 처녀 청부 살인
흥신소 직원 동원 살해, 검단산 등산로에 시신 버려 [사건속 오늘]
재벌 사모 무기징역에도 '반자유인'…피해자 엄마는 식음 전폐 사망
- 박태훈 선임기자
(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2016년 2월 23일, '여대생 청부 살해 피해자 어머니 A 씨가 3일 전 숨진 채 발견됐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경기도 하남시 A 씨 자택에는 먹다 남은 소주 페트병, 맥주 캔, 막걸릿병 등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 165cm 건강했던 엄마, 38㎏ 영양실조로 숨져…딸 보낸 고통에 몸부림치다
경찰은 A 씨가 딸을 보낸 뒤 식음을 전폐하다시피 했다는 주변인들의 말과 165cm로 큰 체형이었던 A 씨 체중이 38㎏에 불과한 점에 따라 '영양실조에 따른 일종의 아사(餓死)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A 씨의 아들은 SNS에 "어머니가 14년여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다가 동생 곁으로 갔다"며 통한의 글을 남겼다.
◇ 세상을 놀라게 한 영남제분 사모님의 청부 살해
영남제분 사모님 사건 또는 여대생 청부 살해 사건은 2002년 3월 6일 발생했지만 사건에 얽힌 이야기, 10여년 뒤 'VIP 병실의 사모님' 등으로 사람들을 헛헛하게 만든, "돈이면 다 되는 더러운 세상"이라고 소리치게 만든 사건이다.
이화여대 법대 4학년으로 사법시험 준비에 몰두하던 하 모(사망 당시 21세) 양이 3월 6일 새벽 '수영하고 오겠다'며 집은 나간 뒤 돌아오지 않자 가족들은 실종신고와 함께 '딸을 찾는다'는 전단을 만들어 배포했다.
가족들은 '제발 무사히'를 외쳤지만 하양의 시신은 실종 10일 뒤인 3월 16일 집에서 20㎞나 떨어진 하남시 검단산 등산로에서 발견됐다.
청 테이프로 입이 막혀 있었고 얼굴에 4발, 뒤통수에 2발의 총상이 나 있었다.
◇ 딸 살해범 지구 끝까지…아버지, 생업 제쳐놓고 범인 찾아 베트남까지
원한 관계에 얽힌 범행으로 판단한 경찰은 하양 아버지 B 씨가 영남제분 회장 사위(B 씨 처형의 아들)와 관련해 회장 부인 C 씨 측을 상대로 낸 '접근금지 소송'에 주목했다.
B 씨는 C 씨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했으며 몇 달 전 수상한 사람이 회사로 찾아 왔다며 범인 중 한명인 김용기가 남긴 명함을 경찰에 건넸다.
경찰은 김용기가 C 씨 조카 윤남신과 고등학교 동창, 그의 집에서 공기총 등 범행 도구, 계좌추적 결과 C 씨로부터 거액의 돈을 입금받은 사실을 찾아냈다.
경찰이 이를 토대로 신병확보에 나서려고 했지만 이미 김용기와 윤남신은 베트남과 홍콩으로 도주해 버렸다.
이에 B 씨는 생업을 제쳐두고 베트남으로 떠나 두사람 행방을 쫓은 결과 이들이 중국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아버지의 피눈물 나는 추적 끝에 김용기, 윤남신은 2003년 4월 11일 국내로 소환됐다.
이후 이들의 입에선 믿기지 않은 이야기가 나왔다.
C 씨가 사위의 이종사촌 여동생 하양, '사돈댁 처녀' 살해를 지시했다는 것.
◇ 사위가 이종사촌 여동생과 불륜!, 용서 못 해…2년여 25명 동원 미행 끝에 살해 지시
'사위가 바람을 피우는 것 같다'고 의심한 C 씨는 그 대상으로 평소 사위와 통화를 자주 하던 하 양을 지목했다.
C 씨는 딸 내외가 자는 방에 도청 장치를 설치하고 조카 윤남신을 총책임자로 삼아 흥신소 직원 등을 동원해 사위와 하양을 미행토록 했다.
미행에 동원된 인원만 25명으로 재벌 사모님의 플렉스를 엿볼 수 있었다.
좀처럼 불륜 증거를 잡지 못하자 안달이 난 C 씨는 조카에게 '하양을 없애면 1억7500만원을 주겠다'며 5000만원을 착수금으로 넘겼다.
김용기와 윤남신은 하양을 살해한 뒤 다른 3명의 도움을 받아 하양을 검단산 등산로에 버리고 낙엽으로 시신을 감췄다.
◇ 무기징역 사모님…병 핑계로 대학병원 VIP실에서 여유롭게, 외출까지
살인, 살인 교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C 씨, 김용김, 윤남신 모두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사회정의가 어느 정도 실현됐다고 믿었던 사람들 뒤통수를 치는 일이 발생했다.
재력을 이용해 2007년 유방암, 파킨슨병, 우울증, 당뇨 등 12개에 가까운 허위 진단서를 받아낸 C 씨가 이를 통해 2007년부터 2013년 6월 사이 3차례나 형 집행 정지 처분을 획득, 2년 11개월가량을 감방이 아닌 하루 입원비 200만원에 달하는 대학병원 VIP 병실에서 호화로운 생활을 한 것.
심지어 외출까지 해 법을 마음껏 우롱했다.
이러한 사실인 2013년 4월 MBC '시사매거진 2580', 5월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등을 통해 보도되자 개그 콘서트 유행어였던 "돈이면 다 되는 더러운 세상"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결국 2013년 6월, 형집행정지를 취소당한 C 씨는 재수감됐고 진단서를 떼 준 주치의 등은 기소됐다.
◇ 피해자 아버지 "아내가 14년간 견딘 것도 용해…장시간에 걸쳐 스스로 떠날 준비를"
A 씨가 사망한 뒤 남편 B 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아내는 늘 딸이 있던 방에 들어가 첩첩이 사진첩을 쌓아놓고 계속 울먹이면서 그 사진들을 들여다보고 있었다"며 "말려도 말려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14년간 견뎌온 것만으로도 용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떻게 보면 장시간에 걸친 자살행위였다고 생각한다"며 영양실조 상태로 세상을 떠난 아내의 고통을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진다고 했다.
buckba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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