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쫓겨나네요, KTX 첫차 타고 왔어요"…파업 D-1 '빅5' 병원 북새통
곳곳서 의료 대란 현실화…불안한 환자들 '오픈런' 수준
교수도 "야간에 환자 볼 인력 없어…한숨도 못 자고 근무 중"
- 이기범 기자, 김민수 기자, 임윤지 기자, 홍유진 기자
(서울=뉴스1) 이기범 김민수 임윤지 홍유진 기자 = "충북 제천에서 왔는데 다른 병원에 가라고 하더라고요. 집은 너무 멀고 제대로 치료가 불가능해서 여기 인근 병원을 급하게 알아보고 나가는 길입니다. 결국 쫓겨나네요."
19일 오전 서울대병원에 입원 중이던 홍 모 씨(75·남)는 전원 통보를 받았다. 전공의들의 업무 이탈이 현실화하면서 수술이 취소되거나 다른 병원으로 옮겨가는 환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홍 씨는 "허리를 움직일 수 없고, 휠체어에 겨우 앉을 수 있는데 어떻게 나가라는 건지 배신감이 든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날 전공의 집단 휴진을 하루 앞두고 '빅5'로 불리는 서울의 주요 대학병원은 평소보다 많은 환자들로 붐볐다. 접수대와 진료실 앞은 만석, 병원 입구까지 차량 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파업 소식에 진료나 수술 예약을 미리 당겨서 진행하거나 병원을 찾은 환자들이 쏠리는 모습이다.
그러나 대다수 환자들은 병원으로부터 집단 휴진에 따른 사전 안내를 받지 못해 현장에서는 혼란을 빚고 있었다.
이날 오전 8시부터 서울대병원을 찾은 60대 여성 환자 A 씨는 "진료를 받으러 강원도에서 KTX 첫 차를 타고 왔는데 수술이 밀리면 어떻게 할지 막막하다"며 불안감을 나타냈다.
50대 남성 이 모 씨는 "어제 뉴스를 보고 진료를 못 받을까 봐 걱정돼서 오늘 병원에 일찍 왔다"며 "아침에 일찍 왔는데도 1시간 가까이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컴퓨터단층촬영(CT)을 하러 온 30대 여성 환자 강 모 씨는 "파업에 대해 안내 받은 게 없다"며 "혹시 몰라서 목요일에 있던 예약을 앞당겨서 오늘 일찍 CT를 찍으러 왔다"고 토로했다.
이날 오전 7시부터 전공의들이 빠진 신촌 세브란스병원도 사정은 비슷했다.
자녀를 데리고 병원을 찾은 B 씨(36·여성)는 "8시 반쯤에 병원에 왔는데도 평소보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놀랐다"며 "의사 파업 뉴스를 보고 불안해서 진료받으러 왔다"고 말했다.
파업 소식에 환자들이 쏠리면서 의료 현장에 남은 의사들은 과로에 시달리고 있었다.
여의도 성모병원 순환기내과 박 모 교수는 "전공의가 어제부터 안 나오고 있어서 힘들다"며 "과 특성상 협심증, 심근경색, 흉통 등 응급 환자가 많은데 야간에 환자를 볼 사람이 없어서 교수들이 대신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또 "후배 교수는 어제 오전 8시부터 당직이었는데 아직 한숨도 못 자고 근무 중이다. 피로도가 쌓이면 환자나 시술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K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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