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 3개월 앞둔 병장, GOP 총기 난사 탈주극…5명 동료 죽이고 사형수로

육군 22사단 12명 사상자 발생…가해자 사형 확정 [사건 속 오늘]
관심병사 관리 실수, 집단따돌림 책임…"정의 관념에 부합 안 해"

육군 22사단 헌병대가 강원 고성군 간성읍 대대리에서 GOP근무중 총기난사 후 도주한 임모 병장을 찾기 위해 수색작전을 하고 있다. 2014.6.22/뉴스1

(서울=뉴스1) 김학진 기자 = 8년 전 오늘 대법원은 강원 고성군 22사단 일반전초(GOP)에서 총기를 난사해 전우 5명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임 모 병장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총기를 난사해 순식간에 12명의 사상자를 낸 임 병장이 K2 소총과 실탄 60여발 등으로 무장한 채 탈영하자 1군 사령부는 진돗개 하나를 발령했다. 22사단 모든 장병은 완전무장, 24시간 비상 상태에 들어갔고 특공연대 등 수많은 병력이 임 병장 뒤를 쫓았다.

전역을 불과 3개월밖에 남지 않은 병장의 총기 난사 사건은 가해자인 임 병장의 이름에서 따와 '임 병장 사건'으로 불린다.

2014년 6월 22일 군장병들이 GOP 총기난사 사건 가해자로 지목된 임 병장이 숨어든 강원 고성군 현내면 명파리 인근 야산 주민의 집 주변에서 야산을 경계하고 있다. ⓒ 뉴스1 DB

◇ 불과 채 몇분도 되지 않은 시간에 12명의 사상자 발생

2014년 6월 21일 강원도 고성군 육군 22사단 GOP(휴전선을 지키는 일반 전초기지)에서 경계근무를 마친 임 병장은 근무를 마치고 이동 중이던 동료 장병들을 향해 수류탄 한 발을 투척했다.

이와 동시에 K-2 소총을 난사, 생사를 함께하기로 다짐했던 동료 3명을 살해한 뒤 소초에서 생활관을 향해 이동했다.

생활관으로 들어간 임 병장은 비무장 상태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동료들에게 K-2 소총을 인정사정없이 쐈다.

5명을 숨지게 하고 7명에게 총상을 입힌 임 병장은 곧바로 부대 인근 야산 방향으로 도주했다.

육군22사단 GOP에서 총기난사 후 탈영했던 임모 병장이 3일 오후 1군사령부 보통군사법원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뒤, 버스에 오르고 있다. 2015.2.3/뉴스1 ⓒ News1 윤창완 기자

◇ 임 병장, 자살 시도 전 부친에게 "돌아가면 사형 아니냐"

임 병장 총기 난사, 탈영 소식을 접한 군은 1군 전역에 경계 태세 발령과 함께 22사단엔 무장간첩 침투 때나 발동하는 진돗개 하나를 발령, 사단 전 병력을 임 병장 체포에 투입했다.

당시 군은 임 병장 체포를 위해 휴전선 경계에 필요한 병력을 뺀 22사단 모든 전투력(9개 대대)과 3군단 직할 703 특공연대를 투입했다. 아울러 임 병장을 설득하기 위해 가족들도 불렀다.

수색을 진행하던 군은 6월 22일 임 병장으로 보이는 인물을 발견, 대화를 시도했으나 임 병장은 이에 불응하고 도주했다.

다음날인 6월 23일 추격 병력에 포위된 임 병장은 총을 스스로에게 겨눈 채 '제발 자수하라'고 호소한 아버지에게 "저 나가면 사형 아니냐?"고 묻다가 오후 2시 55분쯤 소총으로 자기 옆구리를 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다.

근접 거리에서 투항을 설득 중이던 군 추적팀은 즉시 임 병장 신병을 확보, 군 병원으로 긴급 후송했다.

동부전선 GOP(일반전초) 총기난사 사건으로 숨진 장병들의 시신이 안치된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통합병원 합동분향소에 조문을 마친 장병들이 분향소를 걸어 나오고 있다. 2014.6.23./뉴스1

◇ 임 병장 총기 난사 이유…A급 관심병사에 대한 관리 실수, 집단 따돌림

임 병장 사건은 '간부까지 자신을 따돌리고 돌을 던지는 등 괴롭혔다'며 집단 따돌림에 따른 우발적 범행임을 주장했다.

재판 과정에서 임 병장 측은 △ A급 관심병사이던 임 병장을, 실탄을 운용하는 GOP에 투입했다 △ 별다른 관리를 하지 않았다 △ 정신과 치료 전력을 알렸으나 무시했다 △ 따돌림을 당했다며 근무조 변경을 요구했지만 묵살당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 임 병장이 왜소한 체격으로 3㎞ 구보도 힘들어했다 △고등학교 때도 따돌림 가해자를 해치려고 했다는 주위 증언이 있었다며 군의 관리 소홀에 따른 사건임을 강조했다.

2014년 6월 28일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에서 육군 제22보병사단장(葬)으로 엄수된 동부전선 GOP(일반전초) 총기난사 희생장병 합동영결식에서 유가족이 오열하고 있다. 2014.6.28/뉴스1

◇ "지능적이고 냉혹한 범행…책임 경감은 정의 관념에 부합 안 해"

군은 2014년 7월 14일 상관 살해, 상관 살해 미수, 군용물 손괴, 군무 이탈, 군용물 절도와 형법상 살인, 살인미수 등 총 7가지 혐의로 임 병장을 구속한 뒤 8월 1일 재판에 넘겼다.

1심인 제1야전군사령부 보통군사법원은 2015년 2월 3일 "무고한 전우에 총구를 댄 잔혹한 범죄에 극형 선고가 불가피하다"며 사형을 선고했다.

임 병장은 이에 불복 항소했으나 그해 8월 17일 2심인 국방부 고등군사법원도 "극도의 인명 경시"라며 역시 사형선고를 내렸다.

대법원도 2016년 2월 19일 대법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사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군대의 부조리와 악습에 대한 경각심을 울리게 만들며 넷플릭스 드라마로 제작까지 된 세간을 들썩이게 한 사건 사고가 있었다. 드라마 D.P. 유튜브 갈무리

◇ "오늘도 어디선가 홀로 울고 있을 누군가에게"

2021년 8월 27일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D.P.'는 2015년 발표된 김보통 작가의 웹툰 'D.P 개의 날'을 원작으로 만들었다.

작중 배경인 2014년은 집단 따돌림을 견디다 못해 총기를 난사한 '임 병장 사건'이 일어난 해다.

'D.P.'는 총기를 난사하게 만든 군부대 내 부조리, 바뀌지 않는 병영 내 현실에 대한 답답함을 '방관'과 '변화'라는 주제를 대비시켜 사실감 있게 다뤘다.

작가 김보통 씨는 "D.P.는 '이제는 좋아졌다'는 망각의 유령과 싸우기 위해 만들었다"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외로운 싸움을 계속해 나가는 분들에게 힘을 보탤 수 있길, 오늘도 어디선가 홀로 울고 있을 누군가에게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 줄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khj8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