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분위기 띄우지만 여론 싸늘…이 와중에 ‘환자 죽든 말든’ 막말 논란
한국갤럽, 의대증원 찬성 76%, 반대 16%…찬성 이유 "의사부족"
의사 단톡방서 국민 ‘개돼지’ 비하, ‘의대증원 반드시 복수’ 글 올려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의사들이 투쟁 강도를 끌어 올리며 결집하는 모양새다. 다만 대다수 국민이 의대 증원을 지지하며 의사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은 점은 큰 부담이다. 게다가 일부 병원에서는 환자 수술 일정이 연기되거나 축소되는 등 '진료대란'이 현실화하고 있다.
한 의사단체 대표는 뉴스1에 "대정부 투쟁은 몇 주 안에 끝나지 않는다. 다급함이 오판을 불러올 수 있다"면서 "파업이 시작되는 순간 여론도 돌아서는 등 와해 수순에 이를 수 있다"며 "의대증원을 원하는 국민 여론을 활용해 2000명 증원의 부정적 측면을 알리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했다.
17일 한국갤럽에 따르면 지난 13~15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 대상 여론조사 결과 의대증원에 '긍정적인 점이 더 많다'는 응답이 76%로 집계됐다. '부정적인 점이 더 많다'는 16%, '모른다·응답 거절'은 9%였다.
지역, 성별, 연령은 물론 여야 지지 성향과 관계없이 모두 찬성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긍정적이라는 이유로는 '의사 수 부족·공급 확대 필요'(40%), '국민 편의 증대·의료서비스 개선'(17%), '지방 의료 부족·대도시 편중'(15%) 등이 꼽혔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여론조사 기관 서던포스트를 통해 지난해 12월 전국 만 18세 이상 1016명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는 89.3%의 응답자가 증원에 찬성했다. 그 규모를 두고는 100명 이상 1000명 이내가 32.7%로 가장 많았고 2000명 이상이 28.7%로 뒤를 이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해 9월 전국 20~60대 1003명에 물어본 결과 67.8%가 증원에 찬성했고, 79.7%가 '의대없는 지방 국립대에 의대와 부속병원 신설'에 대해 찬성했다.
2021년 국내 임상의사 수(한의사 포함)는 인구 1000명당 2.6명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멕시코(2.5명) 다음으로 적다. 2020년 기준 국내 의대 졸업자는 인구 10만명당 7.2명으로 OECD 평균 13.6명의 절반을 조금 넘는다.
현재 3058명으로 동결된 의대정원을 이번 대학입시부터 2000명 많은 5058명으로 늘리겠다는 정부 발표에 의사단체는 집단휴진·집단사직을, 의대생들은 동맹휴학을 거론하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은 '빅5 병원'으로 불리는 국내 대형 상급종합병원(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아산병원·서울성모병원) 전공의 전원이 오는 19일까지 사직서를 제출하고 20일 오전 6시부터 근무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세브란스병원은 지난 16일 오후부터 진료과별로 수술 스케줄 조정을 논의해달라고 내부에 공지했다. 대부분의 수술에 마취는 필수 절차다. 병원은 마취통증의학과 전공의들이 근무를 중단하면 평소 대비 약 50~60% 수준으로만 일정을 소화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다른 병원에서도 환자들의 수술과 입원 등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경기 의정부의 한 병원에서는 암 환자 수술이 미뤄진 사례도 나왔다. 해당 환자 가족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환자 생명으로 자기 밥그릇 챙긴다고 협박하는 게 의사가 할 짓인가요"라고 하소연했다.
이런 가운데 의사들이 익명으로 가입한 단체 카톡방엔 정부의 의대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비난하며 국민을 '개돼지'에 비유하고 '환자들이 죽든 말든 상관 없다'는 식의 막말성 발언이 올라와 논란이 되고 있다.
'행동하는 대한민국 의사모임' 단톡방에는 "지금 가만 있는건 잡힌 개돼지가 주인 자비심으로 살려두길 바라는 것, 개돼지 사람 대우 해주냐"며 우리 국민을 비하하는 글이 올라왔다.
또한 "미용시장 무당(한의사 비하하는 표현) 개방? 반드시 복수해서 대한민국 망하게 해야", "의대증원되면 반드시 복수" 등의 험한 표현들이 오갔다.
'의사 고충 상담방'에는 "무고한 시민단체 사람이 뒤지든 전라도 사람이 죽든" 비하성 발언과 "한의사 면허 있는 사람들 가족 살해당하길" 등의 막말이 올라왔다.
또한 특정 기사에 "메인추천 댓글추천 100만~200만 올라가도 분위기 선점", "환자인 척 배댓(베스트 댓글)다는 게 효과적" 등 포털 기사에 좌표를 찍고 집단으로 댓글 작업을 선동하는 정황도 포착됐다.
이외에도 "초기위암 말기로 키워서 죽어버리길", "국민성 망이라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 "개돼지들 특성 바꾸긴 힘들고 교묘하게 잘 이용해야" 등 입에 담기도 힘든 글들도 있다.
한편 보건복지부 집계 결과 16일 0시 기준 7개 병원에서 전공의 154명이 사직서를 냈다. 복지부의 엄중 경고에도 전공의들이 집단사직에 동참할 가능성은 여전해 진료대란 우려는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다발골수종환우회·한국루게릭연맹회 등 6개 중증질환 환자단체는 최근 성명서를 내고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형국"이라며 "중증 환자들의 생명을 담보로 강대강 대치하고 있는 정부와 의사단체들은 즉각 이 사태를 멈추고 대화와 해결책을 강구하라"고 촉구했다.
복지부는 의사들의 진료거부가 확인되는 즉시 업무개시명령을 내리고 따르지 않는다면 의사면허를 박탈하는 방안까지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의대증원을 반대하는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17일 오후 4시 30분부터 회의를 갖고 향후 집단행동 계획을 논의한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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