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민 응급의사회장 "정부가 두려워해야 할 일은 파업 아닌 의사들 포기"

시키는 일만 하면 병원 안 돌아가…강제로 앉혀 놓아봤자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증원에 반대하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12일 서울의 한 대형 종합병원에서 의료진이 응급실로 향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 News12024.2.12/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정부가 당장 2025학년도 대학입시부터 의대생 2000명을 증원한 5058명을 선발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자 의사들은 전가의 보도인 '파업' 카드를 꺼내 보였다.

늘어난 의료인력을 응급실, 지방의료 등 필수 의료현장에 보낸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진짜 무서워해야 할 일은 파업이 아니라 의사들의 포기다"며 의사들이 기운을 내 일할 수 있는 여건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 의사 사회 '조용한 사직' 분위기…이런 대접 받을 바에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인 이형민 한림대 성신병원 교수는 1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정부가 무서워해야 하는, 정부가 두려워해야 하는 건 집단 파업이 아니라 의사들의 포기"라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지금 (의사 사회에서) 이어지는 논의들은 '조용한 사직', 내가 이런 대접받고 이런 식으로 미래가 없다면 나는 의사를 그만두겠다는 포기들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는 응급의학과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과에서 그런 움직임들이 보인다"고 주장했다.

진행자가 "정부 논리는 의료진을 확 늘리면 100분의 1만 응급의학과를 가도 응급의학과 인원이 늘어날 것이라는 것 같다"고 하자 이 회장은 "현재 1년에 (의대를 졸업하는 3000명 중 응급의학과를 하는 사람이 100명 정도밖에 안 된다"며 "아무리 의대생이 늘어난다고 해도 응급의학과 지원율이 많이 늘어날 거라고 전혀 기대하지 않는다. 이는 응급의학과뿐만이 아니라 소아과, 산부인과 다 마찬가지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응급의학처럼 필수의료 지원자를 늘리려면 △ 취약 지역의 응급의료 인프라 확충 △ 의료사고에 따른 의료인들의 면책 범위를 형사처벌뿐 아니라 민사 소송까지 넓혀야 한다고 주문했다.

◇ 의대생 늘려 응급실 배치?…시키는 일만 해선 절대로 병원 안 돌아가

지방의 경우 초토화되다시피 한 응급의료 현실 타개책과 관련해 이 회장은 "응급실에 하기 싫은 사람을 강제로 앉혀놓는다면 절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며 "일을 할 만한 동기부여가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이 회장은 "구성원 모두가 자기가 맡은 일 이상으로 하지 않으면 병원은 절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모두가 시킨 일만 하면 병원 다 망한다"며 설사 정부가 의대 졸업생들을 반강제적으로 응급실, 지방의료 현장에 앉아 놓아봤자 결과는 뻔하다고 했다.

이에 이 회장은 "필수 의료에 대한 대우를 좋게 해주고 법적 위험성을 낮춰야만 해결이 가능하다"고 거듭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우리나라 응급실은 400개가 조금 더 되지만 그중 100개 이상이 적자"라며 정부 차원에서 응급실 적자를 메꿔줘야만 필수 중 필수 의료인 응급실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다고 했다.

buckba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