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에 상위권 들썩, N수생 증가…의대 열풍 언제까지
2025학년도 의대 정원 5058명…'의대쏠림' 심화
"장기적으로 의사 많아지면 점차 인기 하락 예상"
- 남해인 기자
(서울=뉴스1) 남해인 기자 = 2025학년 입시부터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면 단기적으로 '의대 쏠림' 현상과 이공계 약화 등의 우려가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완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의료계·교육계에 따르면 정부는 의과대학 정원을 2025학년도부터 현재보다 2000명 많은 5058명으로 확대하고, 2031년부터 2035년까지 5년간 최대 1만명의 의사 인력을 추가로 배출할 방침이다.
의과대학 정원이 5058명으로 늘어나면 입시에서도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현재 서울대·연세대·고려대(서연고) 자연계열(이공계 포함) 모집인원 4841명 중 45.4%(2200명)가 의대 합격권으로 추정된다. 의대 정원이 많아지면 합격권은 서연고 자연계열의 78.5%까지 늘어난다.
합격선(커트라인) 점수도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입정보포털 '어디가'에 공시한 2023학년도 의과대학 정시 결과를 분석해보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국어·수학·탐구영역 합산 원점수 합격선(70%컷)는 300점 만점에 285.9점이다. 2000명이 늘어날 경우 4.5점 내려간 281.4점이 될 것으로 분석됐다. 수능 문제 1개당 2~4점인 것을 고려하면 1~2문제 정도 더 틀려도 지방 의대에 진학할 수 있는 셈이다.
정시에선 수능 원점수가 아닌 표준점수를 활용하기에 엄밀한 설명은 아니지만 정원이 많아지는 만큼 합격선은 자연스레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직과 고연봉 선호로 최근 의대 쏠림 현상이 심화된데다 정원 확대로 합격선도 내려갈 것으로 예측되면서 이공계 인재가 대거 의대로 유출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올해 상위권 이공계 학과에 입학할 학생들이 의대 진학을 위해 '중도 탈락'을 선택하고 재수나 반수를 감행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만기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장은 "의대 정원 확대로 최상위권 반도체·첨단학과 등 인기 학과들과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등 과학기술원들에서 학업을 중단하고 수능을 준비하는 중도 탈락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심지어 의대 내에서 더 상위권으로 진학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종로학원이 지난해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2022학년도 전국 의대 중도탈락 규모에 따르면 서울권·경인권·지방권 인원(179명) 중 77.7%(139명)가 지방권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능 최상위권 학생들이 지방 의대에 합격한 후 반수를 시도해 다시 대형 병원을 보유한 상위권 의대로 재진입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는 것이다.
의대 증원과 맞물려 당분간 의대 진학 열풍은 지속되겠지만 장기적인 흐름은 아닐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5000명 이상의 의사가 배출되면 처우나 연봉이 감소해 인기가 하락하고, 대기업 계약학과를 비롯한 반도체·첨단학과 등 이공계 학과와 경쟁력을 따져보게 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소장은 "향후 수년간 의대 열풍이 불 것이지만 2025학년도 입학생이 수학하는 6년 정도가 지나면 점차 수그러들 것"이라며 "의사 공급이 확대되면서 급여가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고, 그러면 의대 지원 경향은 다소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남윤곤 메가스터디 입시전략연구소장도 "현재 의대 인기가 높은 건 의사 자격증의 희소성 때문인데 정원을 대폭 늘리면 장기적으로는 점차 열풍이 수그러들 것"이라며 "지방 의대를 중심으로 정원이 늘어난다면 굳이 의대를 가야 하나 고민하게 될 수도 있다"고 했다.
hi_na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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