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형당뇨' 완치법 없는데 지원은 18살까지만…"5년 뒤엔 어찌 하나요"
[4.5만명의 전쟁]③'1형당뇨 중3 아이' 키우는 한부모가정 어머니
지원 받아도 매달 약 30만원 자비 부담…감염 위험에도 용품 재사용
- 장성희 기자, 박혜연 기자
(서울=뉴스1) 장성희 박혜연 기자 = "이상하다, 얘가 왜 이불에 오줌을 쌌지?"
초등학교 5학년이던 아들 윤호(가명)가 이불에 실수한 것은 어릴 때 이후로 처음 있는 일이었다. 심상치 않음을 느낀 김미화씨(가명·여·45)는 윤호를 병원에 데려갔다.
2020년 5월7일. 윤호는 12번째 생일날 1형 당뇨 판정을 받았다.
◇ "어린 아가 와 당뇨에 걸리노"… 주위 시선도 상처
윤호가 입학을 하고 학년이 올라갈 때마다 미화씨는 선생님께 편지를 쓴다. 1형 당뇨에 익숙하지 않은 선생님에게 윤호의 상황이 어떤지 조금이라도 알리기 위해서다. 편지에는 윤호의 몸 상태가 어떤지, 왜 혈당측정기와 연동된 휴대전화를 반납할 수 없는지, 언제 저혈당 간식을 먹어야 하는 지 등이 담겨있다. 그런 엄마의 정성 속에서 중학생이 된 윤호는 이제 능숙하게 자신의 배에 인슐린을 주입한다.
인슐린과 함께한 지 어느덧 5번째 해지만 윤호는 아직도 친구들에게 1형 당뇨인 사실을 숨긴다. 한때 직접 주사를 놓던 시기엔 혼자 화장실로 향했다. 주사를 놓는 모습을 친구들 눈에 띄지 않기 위해서다. 스마트폰과 연동된 인슐린 펌프를 달고 있는 지금은 더 은밀하게 관리할 수 있다. 그래도 비밀은 비밀이다. 친구들과 자전거도 타고 해수욕장도 가지만 윤호는 자신의 질환을 절대로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다.
당뇨를 아는 선생님은 종종 윤호에게 괜찮냐고 묻는다. 윤호는 그런 안쓰러움이 고맙기보다 부담스럽다. 갑자기 당뇨를 공개해 친구들이 자신을 약하게 바라볼까봐 신경 쓰이기 때문이다. 그저 자신을 다른 아이같이 축구를 좋아하는 평범한 아이로 봐줬으면 하는 게 윤호의 바람이다.
"부끄러운 거 아니다, 왜 당당하지 못하노"라고 한 미화씨지만 사실 그도 윤호를 바라보는 주위 시선이 마음에 걸린다. 윤호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 청소 아주머니는 "어린 아가 와 당뇨에 걸리노"라며 혀를 찼다. 아주머니에겐 안쓰러움의 표현이었겠지만 미화씨는 그게 싫었다. 그는 "보통 남의 불행을 보면서 그나마 내가 행복하다고 느끼지 않냐"며 "윤호를 안쓰럽게 본다는 시선 자체가 자격지심이겠지만 그런 게 너무 싫다"고 털어놨다.
◇ '한창 클 나이' 더 힘들어진 혈당조절…더 커진 경제적 부담
첫째 윤호와 둘째 주연(가명)이는 하루가 달리 쑥쑥 크는데 주머니 사정은 점점 여의찮다. 성장기인 윤호는 어느덧 175cm, 85kg이 됐다. 먹는 양이 많아지니 혈당 수치도 껑충 뛴다. 밥을 먹고 나면 혈당 수치는 어느새 200까지 올라간다.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을 정부에서 지원받지만 문제는 몸과 펌프를 연결하는 바늘이다. 3mL 정도 되는 인슐린을 전부 사용하면 감염 우려가 있어 펌프의 바늘을 교체해야 한다. 그러나 미화씨는 두 번, 어떨 때는 세 번까지 사용한다. 그렇게 해야 비용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회사는 미화씨가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다며 혈당을 측정하는 연속혈당측정기에 대한 보험료 지급을 끊었다. 하지만 공단에서 측정기와 소모품을 지원해줘도 한계가 있다. 연속혈당측정기는 3개월에 한 번 98일 치만큼 지원해 주는데 1개당 유효기간(14일 치)이 지나기 전에 파손이나 고장으로 기능이 다하곤 한다. 격하게 운동이나 물놀이라도 하는 날엔 일회용이나 다를 바 없다. 소모품 역시 3개월마다 22만5000원 보조금이 나오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이외에도 무선 펌프(바늘 연결 없이 인슐린 주입이 가능한 펌프), 미아오(휴대전화와 혈당측정기를 연결하는 기기) 등 군데군데 보조기구 구입비로 나갈 구멍이 여럿이다. 혈당 관리 비용을 어떻게든 줄여 보려는 미화씨지만 지원금 외에도 자비로 부담하는 비용은 매달 약 30만원이다.
이혼한 윤호 아빠는 첫째와 둘째 양육비로 한 달에 60만원을 보낸다. 남편 뒷바라지로 14년간 경력이 단절됐던 미화씨는 사회복지사 일을 하면서 매달 약 190만원을 벌고 있다. 인터넷에 부동산 광고를 올리는 10만~20만원짜리 아르바이트도 시작했다. 미화씨는 "아르바이트를 하면 윤호가 세 번씩 바늘을 사용하는 걸 두 번만 써도 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미화씨의 마음을 아는지 지난해부터 아이들은 차상위계층에 발급되는 급식카드를 쓰겠다고 나섰다. 사실 미화씨는 애들이 급식카드를 부끄러워할까봐 카드를 주지 않았다. 그런데 오히려 아이들이 급식카드를 쓰겠다고 나선 것이다. 미화씨 옆에 있는 아이들은 생각보다 더 빨리 철이 들고 있다.
◇ 만 19세 미만까지만 지원 "5년 후엔 어쩌나"
더 걱정은 5년 후다. 지금은 3개월 단위로 지원금 22만5000원과 61만6000원 상당의 98일 치 연속혈당측정기를 지원받는다. 하지만 1형 당뇨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만 19세가 되면 사라진다. 이때부터는 매달 약 28만원이 더 필요하다는 의미다.
혈당 조절을 하지 못했을 때 생기는 합병증도 미화씨의 커다란 걱정거리다. 미화씨는 복지사로 일하면서 합병증으로 고생하며 주 3회 투석을 받는 어르신들을 본다. 그중에는 망막 합병증이 와 앞이 보이지 않는 어르신도 있다.
미화씨는 어르신에게서 어쩐지 윤호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 그래서 윤호가 혈당관리를 잘 하지 않을 때마다 상처를 주기도 했다. "니 그러다가 안 보이면 어떻게 할래"라며 모진 말을 한 적도 있고 "이런 게 뭐가 필요하냐"고 소리치며 2~3일 동안 연속혈당측정기를 달지 못하게 한 적도 있다. 미화씨는 "그렇게 하면 애가 조금이라도 더 신경을 쓸까 싶었다"고 고백했다.
그럴 때마다 아들의 편지는 마음을 더욱 저릿하게 한다.
"엄마 앞으로 저혈당 오지 않게 잘할게요, 마음고생시켜서 죄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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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건보 통계상 우리나라 1형 당뇨 유병인구는 4.5만명입니다. 체내에서 인슐린이 분비되지 않아 생기는 1형 당뇨는 아직도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완치가 안 되는 질병입니다. 은 병과 생활고, 무관심 속에서 이중·삼중으로 전쟁을 치르는 1형 당뇨 가족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